권익위, 맞춤형 돌봄 지원 체계 구축으로 개선 권고

사진 = 국민권익위원회
사진 = 국민권익위원회

발달장애인을 둔 부모들이 하나같이 품고 있는 가장 큰 두려움은 자신이 사망한 이후에도 자녀가 안전하고 인간다운 삶을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다. 자식보다 하루만 더 살게 해달라는 간절한 기도가 먹먹하게 다가오곤 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정부 장애인 정책의 핵심 방향 중 하나인 일률적인 탈시설 추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자칫 현실을 외면한 채 오히려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발달장애인 맞춤형 돌봄 지원체계 구축’을 핵심으로 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 보건복지부에 권고했다.

25일 권익위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는 약 26만 명의 발달장애인이 있으며 이 중 70% 이상은 평생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다. 그러나 이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떠받치고 있는 것은 국가가 아닌 대부분 고령의 부모들이며, 특히 어머니가 돌봄의 중심을 맡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발달장애인들의 상태는 매우 다양하다. 간단한 의사소통과 기본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한 이도 있지만 화장실 이용조차 어려운 중증 장애인도 존재한다. 그런데도 모두에게 같은 자립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오히려 ‘획일적 인권’일 수 있다는 게 권익위의 판단이다.

권익위는 진정한 인권은 모두를 똑같이 대우하는 것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고 그에 맞는 선택지를 제공하는 데서 출발해야 하며 발달장애인 역시 시설에 남을 권리, 지역에서 살아갈 권리, 그리고 그 삶을 스스로 선택할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원칙을 기본으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먼저, 지원의사결정제도 도입을 권고했다. 이는 전문교육을 받은 지원의사결정 전문가가 중증 발달장애인의 곁에서 필요할 때 의사결정을 도와주는 구조다. 단순히 보호자가 대신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가 평소에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도구와 방법을 활용할 수 있게 지원하고 반복적 확인을 통해 중증 발달장애인의 의사를 정확히 해석하는 방식이다. 특히, 시설 입소나 자립주택 이주와 같은 중대한 결정을 할 때는 보호자, 시설 관계자 등의 판단만으로 결정하지 말고 해당 발달장애인을 오랫동안 관찰해 온 전문의와 행동발달 전문가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게 기준을 마련하도록 권고했다.

권익위는 또 전국을 5개 권역으로 나눠 거점병원과 행동발달증진센터를 확대 지정하고 각 권역에 전문 의료진과 행동치료사가 상시 근무할 수 있도록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발달장애인의 주거 선택권을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주거모델도 제안했다. 자활꿈터(그룹홈), 협동주거(코하우징) 전문시설, 도전적 행동치료 집중시설 등 다양한 형태의 주거유형이 도입돼야 하며 당사자가 일정 기간 거주 후 주거유형을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는 선택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도록 권고했다.

이와 함께 돌봄 서비스의 전문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지원주택 운영사업자와 활동지원기관 간의 공모에 의한 수급자 활동지원사 부정 등록, 활동지원 급여 허위 청구 등 보조금의 부정수급 방지를 위해 장애인복지법에 법인 분리 및 겸직 금지조항을 신설하고, 정기적인 외부 감사와 이용자 만족도 조사 등을 통해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했다. 또 발달장애인의 인권침해 문제에 대해 더욱 신속하고 책임 있게 대응할 수 있도록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을 민간 위탁이 아닌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운영하는 공공기관으로 전환하도록 했다.

유철환 위원장은 “이번 제도개선은 단순한 복지체계의 보완이 아닌, 국가가 중증 발달장애인의 삶을 공동의 책임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선언이며 발달장애인에게 있어 탈시설이라는 하나의 정책 방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기반과 안전망을 마련하는 것”이라면서 “국가와 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동행의 돌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라고 일성했다.

박동규 기자 admi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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