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받은 양육비 국가가 지급하고
채무자에 추징한다는데 계획인데
회수 시스템 아직 완비되지 않고
집행 경험도 부족해 우려 목소리

▲ 사진=챗GPT 제작

1일부터 한부모 가정에 국가가 먼저 양육비를 지급한 뒤 비양육자에게 해당 금액을 이후 추징하는 양육비 선지급제가 도입된다. 양육비 미이행 문제에 국가가 개입해 아동의 생존권을 보장하겠다는 취지지만 정작 회수 체계는 시행 시점에 맞춰지지 않아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여성가족부의 ‘2024년 한부모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미혼 또는 이혼 상태의 한부모 가정 가운데 71.3%가 양육비를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2018년 73.1%, 2021년 72.1%와 비교해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10가구 중 7가구 이상이 권리 보장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도입된 양육비 선지급제는 기준중위소득 150% 이하이면서 3개월 이상 양육비를 받지 못한 가구를 대상으로 자녀 1인당 월 20만 원을 정부가 우선 지원하고 채무자에게 해당 금액을 추징하는 구조다.

그러나 제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회수 시스템은 아직 완비되지 않았다. 여가부에 따르면 현재까진 양육비 선지급 신청·접수 및 지급을 위한 시스템 개발까지만 완료된 상태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의원(비례)이 여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선지급 업무 기능(2단계)은 올해 말까지, 강제징수를 위한 타 기관 전산망 연계(3단계)는 내년 상반기에야 완료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제도 집행이 먼저 이뤄지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여가부는 “선지급 신청과 지급 시스템은 이미 완료됐으며 차질 없는 제도 정착을 위해 단계별 전산망 구축을 진행 중이다. 내년 1월부터는 통지, 독촉, 재산조사, 강제징수 절차가 본격 가동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에선 지급 체계만 갖춘 채 제도를 먼저 시행하는 방식에 대한 불신이 여전히 크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양육비 채무자들이 임금 외 수입이나 재산을 고의로 숨기는 사례가 많다. 여가부가 강제징수를 위한 전산망은 물론 집행 경험도 부족한 상황에서 실질적인 회수가 가능할지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이와 맞물려 제도의 본질이 단순한 생계 지원이 아니라 아동의 권리에 대한 국가의 직접 개입이라는 점에서 준비되지 않은 시행은 정책 설계의 정당성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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