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 부진…‘대만·CIS·중동·EU’ 급증
반도체·자동차 선전 “관세 협상서 완화 결정 나와야 할 때”

미국의 고율관세와 중동 전쟁 여파에도 지난달 수출 실적이 호조를 보였다. 기업계의 벼랑 끝 노력 덕분이다.
15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6월 및 상반기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4.3% 증가한 598억 달러, 수입은 3.3% 증가한 507억 2000만 달러, 무역수지는 90억 8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 598억 달러는 역대 6월 중 최대 실적이다.
주목할 건 지역별 수출 10개 주요국에서 출혈경쟁 중인 미국(-0.5%)과 중국(-2.7%)을 제외하곤 깜짝 상승이 나왔다는 것이다. 대만 31.0%, CIS 18.5%, 중동 14.8%, 유럽연합 14.7% 순으로 상승세를 탔다. 특히 반도체 수출이 사상 최대치인 149억 7000만 달러(11.6% 증가)를 기록하면서 대만 수출이 가장 많이 늘었다. 충남의 집적회로 수출업체 관계자는 “반도체는 4월 2일부로 보편관세 10%에 추가 관세 25%를 받았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 첨단산업 보호를 이유로 반도체 관세를 제외했다. 관세가 적용됐더라면 6월 수출은 사뭇 달랐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자동차는 63억 4000만 달러(2.4% 증가)로 6월 중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자동차부품도 18억 달러(2.4% 증가)로 선방했다. 충남의 정밀부품업체 대표는 “자동차업계는 25% 고율관세를 온전히 감당했다. 5월엔 현대·기아차의 대미 수출 물량이 10만 대에서 8만 대까지 급감해 너무 힘든 시간을 보냈다”며 “수출이 개선된 건 미국에서 빠진 물량을 다른 국가로 보낸 덕분이다”라고 분석했다. 다만, 현대차그룹의 미국 공장 이전과 함께 부품 수가 적은 전기차 증가로 관세 폐지 없이 버티는 데 한계가 있다는 후문이 들린다. 대전지역의 주력산업인 바이오헬스도 수출을 견인했다. 16억 6000억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36.5% 증가했다. 대전의 한 바이오업체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에서 바이오시밀러 품목허가가 확대되면서 수혜를 봤다. 역설적으로 미국 수출이 가장 많이 늘었다. 아시아·중동 등 신흥국에서도 요청이 많았다”고 밝혔다.
고율관세 직격탄을 맞은 철강은 23억 5000만 달러(-8.0%)에 그쳤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의 가공협력업체 관계자는 “철강은 당분간 계속 안 좋을 것 같다. 품목관세가 지난달 4일부터 25%에서 50%까지 뛰어서다. 통계를 보니 미국 수출만 16.3%가 빠져나갔다. 수출 다변화만이 살길인 것 같다”고 힘없이 말했다. 대전의 한 무역학과 교수는 “중동 전쟁으로 원윳값이 오르고 물류도 불안한 상황에서 고율관세를 견뎌낸 것이 참으로 대단하다. 충청권을 비롯한 지역중소기업들의 애타는 노력이 없었다면 우리 경제는 더 위축됐을 것이다. 이젠 관세 협상에서 완화 결정이 나와야 할 때다“라고 말했다.
정은한 기자 padeuk@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