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과밀 흐름 억제 필요성 공감
“새로운 지방 거점 만들어 나갈 것”
수도권 주택문제도 균형 차원서 검토
‘5극 3특’ 체제 위해 정책·예산 집중
해수부 이전 반발에 “공리적 수용” 당부
항우연 등 이전엔 “확인할 단계 아냐”

이재명 대통령이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정책 대전환을 예고했다. 기형적인 불균형의 문제에 대한 심각한 문제 인식을 드러냈고 이 같은 흐름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데도 공감했다. 아직 전반적인 정책 로드맵의 윤곽을 제시하진 않았지만 일부 실행가능한 정책과제를 엿보이기도 했다. 국가균형발전전략에 대한 전반적인 방향과 지향점, 구체적 실행방안 등에 대한 내용은 온전한 이재명정부 내각이 구성된 이후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다만 국가균형발전전략의 핵심 축인 ‘행정수도 세종 완성’에 앞서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은 이 대통령의 국무회의 지시대로 연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초집중화에 따른 최대 부작용인 수도권 주택문제와 관련해선 국가균형발전전략(5극3특체제) 차원에서 해법을 고민하고 한 발 더 나가 수도권 부동산 투기 수요를 금융시장으로 돌려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소해 나가겠다는 방향성도 제시했다.
◆지방 우선 정책 천명
이 대통령은 3일 열린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균형발전은 가장 어려운 정책 과제”라고 전제하고 “경제활동인구의 이동, 그 자체를 막을 순 없지만 (수도권 집중 문제에 있어선) 대전환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우선 수도권 과밀의 문제를 짚었다. 이 대통령은 “지방과 중앙의 과도한 불균형 문제가 심각하다. 대한민국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된 것 같다. 과거에는 수도권 집중, 일부 대기업 집중, 일부 계층 집중, 일부 산업 집중이 성장발전전략이었는데 이제는 이게 부작용을 낳기 시작했다. 우리 사회 특정 계층이 특권화된다든지 또는 특정 대기업에 대한 특혜가 재벌 문제를 낳는다든지 또는 수도권 집중 문제가 지방소멸을 가져온다든지, 이게 일종의 추세처럼 돼서 우리나라 지속적 성장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전면적인 대전환을 해야 한다. 이 추세 자체를 없앨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우리가 정책이나 예산 배분이나 이런 데 있어서 지방을 배려하는 수준을 넘어 지역 우선 정책을 해야 비로소 약간의 균형을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방에 대해서 외면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정책, 예산, SOC(사회간접자본) 배분 등에 있어 지역별 가중치를 부여해 소외 지역을 우대하고 이와 맞물려 지역균형발전 영향 분석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심각한 수도권 주택문제도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방법론을 검토하겠다는 지향점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수도권의 주택문제 심각하잖나. 새로운 신도시를 만들 거냐가 최근 논쟁거리인 것 같다. 그런데 주장이 엇갈린다. 집이 부족하니까 있는 그린벨트 훼손해서라도 신도시 만들어서 계속 공급해야 된다, 이 주장이 있다. 그러나 조금만 벗어나서 지방 입장에서 보면 그거 소금물 계속 마시는 거 아니냐, 목마르다고 계속 수도권 집중이 문제 돼서 주택문제가 생기는데 자꾸 신도시 만들어 나가면 그게 또 수도권 집중을 불러오지 않냐. 이 두 가지 측면을 이제 결단을 언젠가 해야 될 텐데. 그러나 이미 결정 난 거, 이미 하기로 한 거를 바꿀 수는 없다. 하기로 한 거는 하고 추가로 새로 만들지는 것은 지역균형발전, 대한민국의 지속적인 성장발전전략이라는 측면에서 한 번 검토해 봐야 할 것 같다. 대충 어떤 결론이 나올지는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밝혔다.
◆5극3특 체제가 핵심
이 문제의 결론에 대한 이 대통령의 의중은 ‘5극3특 체제’ 구현을 강조하는 대목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수도권 1극 체제다. 다 수도권으로 몰린다. 그러니까 극을 몇 개 더 만들자는 게 5극(수도권·충청권·광주전남·대구경북·부울경) 3특(전북·강원·제주)이다. 이는 지방균형발전의 핵심 정책이다. 충청권 메가시티와 대구·경북 통합, 부·울·경 동남권, 광주·전남 호남권, 여기에는 앞으로 정책이든 재정이든 (모두) 집중하려고 한다. 그 중 하나가 ‘서울대 10개 만들기’, 즉 지역 거점 대학교 육성이다. 인프라 구축, 교육 기관을 포함한 인재 양성 기관, 정주 여건, 기업 유치, 또 이를 위한 재생에너지를 포함한 에너지 공급 대책, 이런 것들을 종합해서 수도권과 똑같진 않겠지만 새로운 중심을 만들어 나가야겠다는 말씀을 계속 드리고 있다. 여러 가지 개별적인 정책이 집행될 텐데 (제가) 각 지역을 다니거나 지방시대위원회 등을 통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이 '5극3특' 체제를 현실화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해 나아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국가 성장 동력의 중심축을 다양한 방식으로 이동시켜 나가겠다는 거다.
◆또 다른 방법론
이 대통령은 수도권 주택문제 해소를 매개로 한 대전환의 구상과 틀도 엿보였다. 이 대통령은 “기존에 계획된 수도권 신도시가 많이 남아 있다. 공급이 실제로 안 되고 있다. 상당한 규모인데 새로운 신도시 기획을 할 것인지에 관한 이야기였다. 기존에 돼 있던 것은 그대로 해야 한다. 대신 속도를 빨리할 생각이다. 부동산과 관련된 말씀을 드리면 이번에 대출 규제는 맛보기 정도에 불과하다. 부동산 관련된 정책 많다. 예를 들면 수요 억제책, 공급 확대책, 공급 대책도 꼭 신도시에 신규 택지만이 아니고 기존 택지들 재활용이나 기존 부지를 활용하는 방법들 얼마든지 있다. 고밀화로 할 수도 있고 공급도 다양한 방법이 있다.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더 근본적으로 수요 억제책으로는 지금 이것 말고도 많다. 저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부동산 정책에도 크게 영향을 받을 거라고 본다. 안 그래도 좁은 국토에 수도권 집중이 심화되고 있는 와중에 투기적 수요가 사실 부동산 시장을 매우 교란하는데 전체 흐름을 바꿀까 한다. 제 마음대로 되지 않겠지만 이제는 부동산보다는 금융시장으로 옮기는 게 훨씬 더 낫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한다. 또 그렇게 만들려고 한다. 얼마든지 가능하고, 그리고 지방균형발전 정책은 시간은 걸리겠지만 확고하게 추진해서 지방이 더 이상 인구소멸 또는 수도권에 과도하게 인구가 밀집하지 않도록 전체적인 방향을 바꿀 생각이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더 골치 아픈 각론
이날 기자회견에선 수도권 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우주항공청 관련 연구기관 이전 등 다양한 갈등 요소들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거듭 “어려운 문제”라고 즉답을 피하면서도 차근차근 풀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우선 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관련, 이 대통령은 “구체적 계획은 아직 수립하지 못한 단계고 2차 공공기관 이전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건 관련 부처가 정비되면 계획을 수립해보겠다. 세부적 구체적 계획까지는 수립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에 대해선 확고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부산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 수도권에서 거리가 멀면 멀수록 심각하다. 충청지역은 그래도 수도권에서 출퇴근도 좀 하고 그래도 소위 ‘남방한계선’이 점점 내려오고 있기 때문에 남방한계선을 완전히 벗어난 남도 지방들, 그러니까 호남, 영남, 강원도, 경북 이런 데보다는 좀 낫다”며 “지금 특수한, 어려운 상황이고, 더 어려운 지역으로 (공공기관을 이전했으면 하는데), 그 중에 하나가 해수부다. 사실 부산이 해수부가 있기에 적정하다”라고 했다.
충청권을 비롯한 타 지자체의 반발에 대해선 “해수부를 부산으로 옮기는데 ‘그거 절대 안 돼. 우리가 다 가질 거야’라고, 대전·충남 시민들은 그러시지 않을 거라고 본다. 그런 말씀 하시는 분도 없지는 않겠지만 대전, 충남도, 세종도 행정수도 이전, 공공기관 이전 이런 혜택을 받는데 그보다 더 어려운 지역에 옮겨 온 기관 중에 그 중에 함께 옮기는 것 가지고 ‘다 내가 가질 거야’라고 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 대통령은 경기지사 시절 도 산하 공공기관 이전 문제를 거론하면서 “그때도 좀 많이 시끄러웠기는 했지만 결국 우리 국민의 시민의식 수준이 매우 높아서 공리적으로 합당하다면 다 수용을 하더라.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공공기관 이전 문제도 우리 국민들께서 그 기준과 내용이 합당하다면 잠시 잠깐의 갈등을 겪기는 하겠지만 다 수용하시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대전에 있는 우주항공청 관련 연구기관(항우연·천문연)을 우주항공청 소재지로 이전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도 “참 어렵다. 지금 단계에서 확인하기가 어려운데 머리를 싸매보도록 하겠다. 어느 게 합당한지, 결국 선택은 어느 시점엔 해야 한다”고 했다.
이기준·서울=강성대 기자 kstars@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