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 최고 흥행작 '오징어 게임'의 주연 배우 이정재가 작품의 갑작스러운 시즌3 종영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그는 지난 3일 서울 삼청동에서 기자들과 만나 황동혁 감독의 이러한 결정이 "용기 있는 선택"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정재는 통상적인 성공작의 행보와는 달랐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징어 게임' 정도의 성공작은 시즌5를 훌쩍 넘기는 경우가 많다"며 "그렇게 되면 제작진도 몇 년 더 일할 수 있고, 세계 팬들도 작품을 더 오래 만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 감독이 시즌3에서 마무리를 결정한 것에 대해 "감독님의 결심이 컸고, 이런 용기에 놀랐다"고 덧붙였다. 이는 글로벌 콘텐츠 업계에서 흥행작의 생명력을 최대한 연장하려는 일반적인 흐름과 대비되는 행보로 풀이된다.
그는 "처음 시즌2와 3 대본을 한꺼번에 받았을 때만 해도 이런 엔딩은 상상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대본을 모두 읽은 후에는 "황 감독님은 작가주의적인 면모가 강하고, 비즈니스적 관점보다 작품에 대한 애정이 훨씬 크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고 전했다.
성기훈의 마지막 선택이 담긴 엔딩 장면은 촬영에만 온종일 공을 들였다. 이정재는 "감독님 역시 '오징어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으로 생각했을 것"이라며, 해당 장면에 하루 전체를 할애해 다양한 표현과 감정의 버전을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훈이 남긴 미완의 대사, "우리는 말이 아니야. 사람이야. 사람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정재는 "그 뒤 대사를 몇 가지 만들어 촬영장에서 모두 찍어보자고 제안했지만, 감독님이 끝까지 그 뒤 문장을 말해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생각해보니 시청자가 각자 채울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것이었고, 감독의 의도대로 빈 곳이 가장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만약 자신이 빈칸을 채운다면 "'사람은 누구나 존중받아야 한다'는 감정으로 연기했다"고 답해 기훈의 인간적 메시지를 강조했다.
'오징어 게임' 세 시즌을 통틀어 가장 기억에 남는 게임으로는 '유리 징검다리 건너기'를 꼽았다. 그는 "강화 유리라지만 공중 2.5~3미터 높이에 설치돼 '정말 안 깨질까' 하는 의심을 안고 뛰었다"며 "너무 긴장해 발바닥에 땀이 났고, 촬영 중에도 몇 번이나 넘어졌다"고 아찔했던 당시를 회상했다.
함께 연기하며 가장 감정적으로 고조된 캐릭터로는 상우(박해수 분)를 지목했다. 이정재는 "'오징어 게임'은 선택에 관한 이야기"라며 "기훈의 입장에서는 믿었던 자랑스러운 동네 동생이 '왜 저런 행동을 할까'라는 안타까움이 컸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이정재는 '오징어 게임' 시리즈를 통해 국내 톱배우를 넘어 월드 스타 반열에 올랐다. 그는 "'오징어 게임'은 제 인생에서 빠질 수 없는 작품"이라며 "이 작품의 성공으로 한국 콘텐츠의 문이 크게 열렸는데, 그 문이 다시 닫히지 않고 한국 영화도 해외에 더 알려지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고 소망을 피력했다.
지난 2022년 '오징어 게임'으로 아시아 국적 배우 최초로 미국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그는 이번 시즌 수상에 대한 기대를 묻는 말에는 "전혀 기대하지 않는다"고 손사래를 쳤다.
배우 활동 외에 감독, 제작자로도 영역을 넓힌 이정재는 지난 2022년 영화 '헌트'로 감독 데뷔를 마쳤으며, 그가 설립한 아티스트컴퍼니 산하에 제작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최고 몸값을 자랑하는 배우 중 한 명으로 꼽히지만, 제작자로서 배우들의 고액 출연료 문제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그는 "(출연료와 제작비가) 적절하냐 아니냐는 이야기는 예전부터 있었다"며 "방송 3사가 출연료와 제작비 상한선을 만들어 몇 년 유지하기도 했고, 다시 오르기도 하는 일이 반복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누구 하나 때문에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적정선을 잘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재는 이제 평범하면서도 양심을 저버리지 않았던 '오징어 게임' 속 성기훈의 자리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이어갈 예정이다. 그의 차기작은 임지연과 호흡을 맞추는 tvN 드라마 '얄미운 사랑'이다. 그는 "지금까지 오래 일하며 큰 성공을 거둔 작품도 있었고, 아닌 작품도 있었다"며 "현재 들어온 작품에 충실해야 한다. 지금은 '얄미운 사랑'을 어떻게 더 재미있게 만들어볼까에 집중하고 있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