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주권도시 중구의 도전
기존 인사관행서 달라진 변화로
석교동·용두동 2곳서 시범 도입
상징성만으로도 긍정적인 평가
조직갈등 유발 등엔 우려 목소리
보완점 찾기 위한 시도 병행돼야

대전 중구가 지역 최초로 동장 주민추천제를 시범 도입했다. 행정조직 내부의 인사를 주민투표로 결정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공직사회 인사권 일부를 지역사회와 나누는 실험에 가깝다. 중요한 건 성공 여부가 아니라 이 시도를 통해 무엇을 배우느냐다.
7일 구에 따르면 동장 주민추천제는 주민단이 동장 직위에 응모한 중구 소속 공무원을 대상으로 직접 투표를 거쳐 후보를 뽑은 뒤 임용권자인 구청장에게 추천하는 제도다. 2014년 광주 광산구에서 처음 도입된 이후 일부 기초자치단체에서 간헐적으로 시행됐지만 안착된 곳은 드물다. 인사권과 권한, 책임의 비대칭 구조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채 과제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시도는 늦었지만 구가 그만큼 동장 주민추천제 시행에 신중한 이유다.
앞서 구는 지난달 19일 석교동과 용두동에서 각각 동장 후보 발표회를 열고 주민투표단의 평가를 거쳐 신임 동장을 결정했다. 사전 내부 공모는 5급 및 5급 승진 예정자를 대상으로 진행됐고 주민투표단은 인구 수에 비례해 100명에서 150명으로 구성됐다. 후보들은 정책 발표와 질의응답을 거친 뒤 투표를 통해 추천됐으며 신임 동장은 지난 1일자 인사발령을 거쳐 공식 부임했다.
구 관계자는 “동장의 권한은 기존과 동일하지만 주민 추천을 반영한 만큼 1년 이상 임기를 보장하고 특화사업 예산 등 인센티브를 부여할 계획이다. 두 개 동에서 시범 운영하고 주민 만족도 조사 등을 통해 제도 확대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주민이 직접 참여해 동장을 뽑은 것은 기존 인사 관행과 확연히 다른 변화다. 제도적 실험을 통해 주민자치 확대 가능성을 탐색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시도했다는 점 자체가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일이라는 얘기다. 실패를 통해 보완점을 찾을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성과라는 시각이 그렇다. 그러나 제도가 실험을 넘어 하나의 제도로 안착하려면 단순한 선출 방식의 전환이 아니라 행정 권한과 책임 구조, 조직문화 전반에 대한 재설계가 병행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제도적 기반 없이 추진만 앞선 구조는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극만 키울 수 있어서다.
권선필 목원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주민이 뽑는다는 상징성만으로 자치가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동장의 역할과 권한이 지역 특성에 맞게 제도적으로 명확히 규정돼야 실효성이 생긴다”라고 말했다. 직위는 기존 공무원 체계 안에 그대로 있고 권한도 모호한 상태라면 제도의 지속가능성은 불투명하다는 판단이다.
이와 함께 조직 내부의 경쟁 구조와 긴장 관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내부 공직자만 후보가 될 수 있는 구조에서 선거 형식을 차용할 경우 조직 내 갈등이 부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호택 배재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자발성과 책임성을 유도하는 제도로 볼 수 있지만 경쟁에서 탈락한 공무원이 조직 내 입지나 향후 인사 경로에서 불이익을 받게 되면 제도는 오히려 분열을 초래한다. 민간 개방형 구조에 대한 논의 없이 주민추천이라는 형식만 도입해서는 안 된다”라고 조언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