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구 서구의 한 새마을금고에서 횡령 사고가 터졌다. 30대 직원 A 씨는 금고에 보관하던 현금다발을 가짜 돈으로 바꿔치기하는 수법으로 약 10억 원을 꿀꺽해 코인 등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도면밀과는 거리가 먼 황당하면서 대범한 범행이 적어도 새마을금고에선 충격적이지 않다. 금융사고가 반복적이고 고질적이어서 습관성으로 굳어졌기 때문이다. 정부가 칼을 빼 들기는 했으나 구멍 난 내부통제를 수선하고 해이를 잘라낼 쾌도난마용은 아니다 싶다.
행정안전부는 15일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새마을금고 금융사고를 근절하기 위해 21일부터 특별점검을 실시하고 개별 금고의 내부통제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점검은 행안부와 새마을금고중앙회가 금융감독원·예금보험공사의 지원을 받는 형식으로 진행돼 9월 말까지 금융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은 금고 100여 개를 대상으로 횡령·배임 등 금융사고와 내부통제 운영현황을 톺아본다고 한다.
감사 과정에서 횡령·배임 등 금융사고가 적발될 경우 당사자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징계면직 처리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적용하고, 업무를 소홀히 한 내부통제 관리자·책임자도 엄중 제재하기로 했다. 또한 기존 사고금액의 1% 수준이던 내부고발 포상금을 사고금액의 10%로 상향, 최고 5억 원까지 지급하는 것으로 발본색원의 동기를 부여했다. 완벽한 체질 개선이 아니고선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는 각오로 임해야 할 것이다.
그야말로 현금지급기 수준이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의원실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새마을금고에서 발생한 횡령·배임 등 금융사고 규모는 총 404억 1300만 원에 달하며 이 중 횡령이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더구나 재발 방지 대책이 무색하게 금융사고는 증가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한 달간 14건의 금융사고가 터져 비난의 화살을 자초했다. 이쯤 되면 사고가 아니라 사건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수수방관한 것도 아니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지난 1월 금융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사고의 확대·은폐를 막기 위한 내부제보센터를 설치했다. 내부 제보자 보호 대책과 포상금제도 등도 마련했으나 생선 냄새 맡은 고양이들을 내칠 순 없었다. 전국 1300여 곳의 금고가 독립된 법인 형태로 운영되며 자체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구조상 내부통제가 안 되고 관리·감독 또한 금융당국이 아닌 행안부가 맡는 터라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마을금고는 지역 기반의 서민금융기관이다. 다른 금융기관보다 더 높은 신뢰성과 사회적 책임이 요구된다는 의미다. 행안부 특별점검은 급한 불 끄고 보자는 땜질식 처방의 다른 이름이고 내부통제 강화와 관리·감독 변경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새마을금고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독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새마을금고법이 잠에서 깨어나게 하는 건 국회 소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