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그 1위 한화 이글스의 엄상백이 선발에서 잠시 물러난다.
지난 17일 한화 김경문 감독은 "엄상백 선수에게 양해를 구했다"며 "전반기에는 (황)준서가 뒤에서 기다렸는데, 지금은 준서 페이스가 좋고 잘 던진다. (엄)상백이는 흔쾌히 자기가 나중에 좋으면 또 선발시켜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후반기 선발 로테이션은 준서가 먼저 들어가는 걸로 했다. 엄상백은 선발투수들이 안 좋았을 때 뒤에서 던져준다"고 밝혔다.
보직이 바뀐 엄상백은 불펜에서 길게 던지는 롱 릴리프로 활용될 전망이다. 김경문 감독은 "시즌이 긴 걸 고려하면 불펜이 중요하다. 이길 수 있는 경기를 잡아야 한다. 놓치면 힘들다"며 "감독 입장에선 (엄상백이)잘 이해해줘서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엄상백은 지난 2024시즌 종료 후 FA(자유계약선수)에서 선발 자원 중 가장 주목받았던 투수로, 한화와 4년 최대 78억 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2022년 11승, 2024년 13승을 거두며 검증된 선발 자원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시즌 개막 이후부터 흔들렸다. 첫 3경기 연속으로 5회를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왔으며, 지난 5월 15일 두산전에서는 2이닝 7피안타(1홈런) 5실점으로 무너졌고, 결국 다음 날 1군에서 말소됐다.
이후 1군에 복귀한 뒤에는 3경기 연속 5이닝 이상 2실점 이하로 반등 조짐을 보였으나, 이 흐름은 오래 가지 않았다.
지난 6월 18일 롯데전에서는 3⅔이닝 6실점(5자책), 27일 SSG전에서는 5이닝 4실점으로 다시 흔들렸고, 7월 3일 엄상백이 비교적 강했던 NC전에서도 3⅔이닝 3실점에 그치며 제 몫을 하지 못했다.

그 결과 엄상백의 전반기 성적은 15경기에서 1승 6패, 평균자책점 6.33. 총 64이닝 동안 삼진은 58개를 기록했지만, 볼넷이 29개로 많았다. 9이닝당 볼넷이 4.1개로, KT 시절 최근 3년 평균(2.6개)보다 눈에 띄게 증가한 수치다. 특히 KT에서 강점으로 평가받던 이닝 소화 능력도 한화에서는 좀처럼 드러나지 않고 있다. 6회를 채우지 못한 채 3실점 이하에도 교체된 경우만 4차례에 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