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역세권 복합2구역 착공 가시화
대청호 규제개선으로 관광 자원화
통합가족센터 개관 인구문제 대응
공공교육 인프라 확충에 역량집중
완성의 시간으로 접어든 민선 8기
남은 1년 구민체감 정책 완수 방점

다듬어진 구조 위에 미래가 흐르기 시작했다. 박희조 대전 동구청장은 지난 3년 동안 겉보다 속을 먼저 고쳤다. 눈에 보이는 성과보다 오래 작동할 틀을 설계했고 속도를 내기보다 방향을 정비하는 데 집중했다. 정책의 실마리는 숫자보다 삶의 현장 속에 있었다. 도시를 재설계하는 일은 행정의 손끝이 아니라 주민의 일상 속에서 시작돼야 한다는 믿음, 그것이 동구의 변화를 이끌었다. ‘FEEL’이라는 구정 철학은 이 모든 변화의 중심이었다. 미래(Future), 교육(Education), 경제(Economy), 일상돌봄(Life-care)의 흐름이 정책을 연결했다. 지금 동구는 그 철학이 체감으로 이어지는 시간에 들어섰다.
◆미래 설계한 개발과 도시 구조 재편
대전역세권 개발은 동구가 오랫동안 지켜본 과제였다. 반복된 계획 속에서 실행은 더뎠고 주민들의 기대와 실망이 교차해왔다. 민선 8기 들어 복합2구역 착공이 가시화되면서 도심 구조 변화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도심융합특구 지정과 기본계획 승인으로 실현 가능성도 높아졌다.
“수년간 멈춰 있던 사업이 이제 눈에 보이는 단계에 들어섰어요. 단순한 개발이 아니라 도시 전체의 기능을 새롭게 설계하는 작업입니다. 복합2구역은 문화, 업무, 주거 기능이 어우러진 입체적인 중심축이 될 거예요. 우리 구는 대전시, LH와 함께 이 흐름이 중단되지 않도록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대청호 규제 개선은 그가 가장 공을 들인 과제 중 하나다. 상수원 보호라는 원칙 속에서도 주민의 생활권을 보장하기 위한 균형이 필요했다. 5개 지자체가 협의체를 꾸려 환경부와 협의에 나섰고 일부 규제 완화 성과도 나왔다. 동시에 생태관, 누리길, 장미원 등 일상 기반도 차근히 확장됐다.
“생태 보존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도 중요하잖아요? 음식점 허용 면적을 넓힌 건 아주 작은 변화지만 체감은 큽니다. 장미전시회 반응을 보며 관광 자원화의 가능성도 확인했죠. 앞으로도 자연을 지키면서 일상의 활력을 불어넣을 방식을 꾸준히 찾아갈 생각이에요.”
◆교육특별시 초석, 인프라와 콘텐츠
교육은 주민이 지역을 떠나는 가장 현실적인 이유 중 하나였다. 박 청장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 교육 인프라 확충에 우선순위를 뒀다. 천동중학교 신설과 글로벌드림캠퍼스, 영어도서관 조성 등이 그 해법으로 나왔다. 그는 아이와 가족이 함께 머무는 도시를 만들고자 했다.
“학부모들이 가장 먼저 말하는 건 늘 교육 문제였어요. ‘아이 때문에 이사를 고민한다’는 말이 마음에 남았죠. 그래서 학교를 새로 세우고 교육경비도 점차 늘렸어요. 글로벌드림캠퍼스나 영어도서관 같은 시설도 내년부터 하나씩 문을 열게 됩니다.”
정주를 결정짓는 건 단지 학교만이 아니다. 그는 교육과 문화를 일상에 녹이는 작업도 함께 추진해왔다. 북카페, 야외도서관, 드론·과학 체험교실 같은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단절된 교실을 넘어 삶 가까이 다가가는 배움의 공간을 늘리는 데 집중했다.
“도시 안에 공부가 일상이 되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저 책상 앞이 아니라 놀며 배우는 환경이 필요했거든요. 주말에 아이들과 북카페나 야외도서관 찾는 가족들이 늘고 있답니다. 이런 공간이 많아질수록 동구에 머무는 이유도 분명해질 거예요.”
◆도시 감성, 브랜딩으로 완성하다
박 청장은 도시의 정체성을 말로 설명하기보다 감각으로 전달하고 싶었다. 그래서 동구만의 이야기를 담은 도시 브랜딩 전략에 힘을 실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빵지도다. 지역 빵집과 관광지를 엮은 지도는 SNS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고 소비와 유입으로 이어졌다.
“브랜딩은 결국 감성의 언어잖아요? 고민하다 우리 동네 빵집과 골목 이야기를 엮어서 지도 하나를 만들었죠. MZ세대 감성에 맞게 구성하다 보니 반응이 정말 좋았어요. 매출 증가로 이어진 곳도 많아서 상인들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곤 하십니다.”
오상욱거리는 지역성과 상징성을 함께 담아낸 또 하나의 콘텐츠다. 그는 대한민국 펜싱의 간판인 오상욱 선수의 이름을 빌려 거리를 꾸몄다. 흔한 명예도로가 아니라 스토리와 체험이 있는 거리로 설계한 덕분에 지금은 동구의 정체성을 자랑할 수 있는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슈퍼스타 이름만 붙인 거리가 아니라 이야기와 체험이 함께 있어요. 아이들이 꿈을 꿀 수 있는 공간은 어른들에겐 자부심이 되는 장소가 됐죠. 펜싱 문화도 엮어서 콘텐츠를 더해놨더니 주민들 반응도 참 따뜻했어요. 이제 이 거리가 우리 동구만의 상징이 된 거죠.”
◆인구 흐름 바꾸는 구조적 해법
인구 문제를 출산율이나 전입자 수 같은 숫자의 문제로 다뤄선 곤란하다. 박 청장은 머물 수 있는 이유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민선 8기 출범과 함께 미래세대국을 신설하고 인구정책 전담 체계를 보완한 이유다. 그뿐이랴, 민관 협의와 전 세대를 아우르는 지원도 함께 마련했다.
“인구정책을 다시 설계하자고 생각했어요. 숫자보다 먼저 삶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조직을 개편해 미래세대를 중심에 놨고 협의체도 꾸렸죠. 올해 구정 방향도 ‘#미인’, 즉 미래와 인구로 명확히 설정했습니다. ”
실제 삶이 이어지는 공간도 바뀌고 있다. 웨딩스냅 촬영비 지원과 같은 생활밀착형 지원은 물론 청년마을 조성, 청년공간 마련, 일자리 연계 프로그램 운영 등 그는 정주 기반과 청년 자립 여건 등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드는 일에 열심이다. 이와 함께 통합가족센터가 개관했고 세대통합어울림센터와 건강복지거점센터도 착공에 들어갔다.
“사람이 머물 수 있는 환경이 먼저여야 합니다. 가족과 청년, 어르신 모두가 불편하지 않은 구조가 필요하죠. 단기 성과보다 정주 기반을 튼튼히 다지는 데 더 무게를 두고 있어요. 그런 도시가 결국 인구를 불러들이는 법 아니겠습니까?”
◆구조 완성하는 마지막 1년
박 청장은 남은 1년을 완성의 시간으로 본다. 그동안 다듬어온 정책과 구조가 이제 실현으로 이어질 시기라는 것이다. 복합2구역 본공사 착공, 도심융합특구, 대청호 활성화, 세대통합어울림센터, 가족센터, 글로벌드림캠퍼스 모두 눈앞에 닿아 있다. 마지막 한 해는 그것을 구민이 체감하도록 만드는 게 그의 목표다.
“계획만으론 의미가 없죠. 실질적인 변화가 삶 속에 닿아야 합니다. 준비해온 일들을 하나씩 꺼내 보여드릴 차례예요. 마지막까지 단단히 다듬어서 구민이 직접 느낄 수 있게 하고 싶습니다.”
여기에다 박 청장은 행정이 바뀌어도 정책이 흔들리지 않도록 시스템도 정비하고 있다. 인적 안전망, 주민 조직, 민관 협력체계는 그가 남기고자 하는 행정의 토대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더 나은 조건에서 시작할 수 있도록 구조를 남기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박 청장의 오랜 신념이 담겼다.
“민선 8기 남은 여정을 사람과 돈이 모이고 삶이 풍요로우며 혁신과 성장이 일상이 되는 동구 르네상스 시대를 완성하는 일에 쓰고 싶습니다. 머물고 싶은 도시, 함께 살고 싶은 도시, 미래세대를 위한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흔들림 없이 나아가려고 해요. 구민 여러분의 변함없는 응원과 동행을 부탁드립니다.”
동구는 빠르지 않았지만 단 한 번도 멈춘 적이 없었다. 행정은 속도보다 방향을, 외형보다 구조를 먼저 고민해왔다. 그가 동구와 걸어온 지난 3년은 보여주기보다 작동하는 정책을 향한 여정이었다. 그 변화는 지금도 삶 가까이에서 조용히 이어지고 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