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동연구자 사진. KBSI 김민성 박사후연구원(왼쪽), 극지연구소 정지영 책임연구원(가운데), KBSI 장경순 책임연구원(오른쪽).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제공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이하 KBSI) 디지털오믹스연구부 장경순 박사와 극지연구소(이하 극지연) 정지영 박사 공동연구팀은 캐나다 북극 툰드라 지역에서 7년에 걸쳐 현장 기반의 온난화 시뮬레이션 실험을 통해 토양 깊이에 따른 유기물 조성과 미생물 반응의 변화를 분자 수준에서 규명했다고 22일 밝혔다.

분자 수준 규명은 각각의 유기분자가 가진 화학식과 구조적 특성을 하나하나 식별해 분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동 연구팀은 개방형 온도상승챔버(Open-Top Chamber, OTC)라는 장비를 북극 툰드라 현장에 설치해 7년간 여름철 기온을 자연스럽게 상승시키는 방식으로 온실 효과를 모사했다.

이후 KBSI 오창바이오·환경연구소에 구축된 15T 초고분해능 퓨리에변환 이온사이클로트론 공명 질량분석기(FT-ICR MS)를 활용해 토양 내 수용성 유기물질의 조성과 반응성(분자 간 전환 가능성)을 분자 단위로 정밀하게 분석, 기존 방법으로는 포착이 어려운 북극 땅속 생태계 변화 메커니즘을 정량적으로 규명했다.

이처럼 분자 조성과 전환 경로를 함께 분석한 사례는 북극 토양 생태계 연구에서 국내 최초며, 국제적으로도 드문 정밀 분석 사례다.

분석 결과 유기물 함량이 풍부한 지표층(0~5 cm)에서는 온난화에 따른 유기물 조성 변화가 거의 감지되지 않았으나, 상대적으로 유기물이 부족한 하부 토양층(5~10 cm)에서는 질소 농도와 미생물 변환이 증가했고, 특정 유기물질(페놀계 화합물 및 펩타이드류) 비율 변화하는 등 분자 수준에서 의미 있는 변화가 확인됐다.

특히 온난화 조건에서 무기층 WEOM의 분자 수가 급격히 증가했고, 고불포화 페놀계 화합물(Highly Unsaturated Phenolic compounds, HUP) 및 펩타이드 유사 화합물(Peptide-like compounds)의 비율이 높아져 미생물의 유기물 분해 및 질소 순환이 촉진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변화가 장기간 온실효과에 의해 식물 지상부 및 뿌리 생장 촉진으로, 근권(根圈·식물의 뿌리가 영향을 미치는 범위)이 확장되면서 일부 미생물 군집이 하부 토양층에서 활성화됐고, 이 미생물 군집과 식물의 상호작용이 활발해지면서 생긴 결과로 추정했다.

실제로 식물 유래 물질에 의한 국지적 유기물 증가와 이에 따른 미생물 반응이 관찰됐으며, 이러한 추론을 검증하기 위한 후속 연구도 현재 진행 중이다.

KBSI 장경순 박사는 “이번 결과는 북극 탄소 순환 모델이나 생태계 변화 시뮬레이션의 정밀도를 높이는 데 중요한 과학적 단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환경 분야 국제 권위지인 ‘환경 연구(Environmental Research)’의 지난 8일자 온라인판으로 게재됐다.

북극 툰드라 토양에서 온난화에 따른 깊이별 수용성 유기물(WEOM)의 반응 차이를 보여주는 모식도.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제공
북극 툰드라 토양에서 온난화에 따른 깊이별 수용성 유기물(WEOM)의 반응 차이를 보여주는 모식도.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제공

김형중 기자 kimhj@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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