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네스코(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의 반이스라엘적 성향과 친중국 기조, 다양성 정책 등을 문제 삼아 탈퇴를 결정했다. 뉴욕포스트는 지난 22일(현지시간) 관련 소식을 보도했다.
지난 2023년 6월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재가입한 지 약 2년 만에 다시 탈퇴 수순을 밟게 됐다. 공식적인 탈퇴 효력은 규정상 내년 12월 말 발효된다.
애나 켈리 백악관 부대변인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유네스코에서 미국을 탈퇴시키기로 결정했다”며 “유네스코는 '워크'(woke·진보 성향의 문화 의제)와 분열적인 문화·사회적 의제를 지지하는데 이는 미국 국민이 지난 11월 (대선에서) 선택한 상식적인 정책들과 완전히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언제나 '미국 우선주의' 원칙을 지키면서 모든 국제기구에서 미국의 회원국 참여가 국익에 부합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직후인 지난 2월, 유네스코 참여에 대한 전면 검토를 지시한 바 있다. 이후 정부 관계자들은 유네스코의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 친팔레스타인 기조, 중국 중심 구조 등을 비판적으로 분석했다고 뉴욕포스트는 전했다.
구체적인 예로, 유네스코의 ‘인종차별 대응 지침’, ‘남성적 사고방식 전환 이니셔티브’ 등의 정책이 문제 사례로 거론됐고, 유대교 성지를 ‘팔레스타인 세계유산’으로 지정하거나, 이스라엘을 ‘점령국’으로 표현하는 문서들도 비판 대상으로 지목됐다. 또한 중국이 유네스코에 두 번째로 많은 자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다수의 중국 인사들이 고위직에 포진돼 있다는 점도 고려 요소 중 하나였다.
이에 대해 유네스코는 유감을 표했다.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이 결정은 다자주의의 기본 원칙에 반하며, 무엇보다 미국 내 많은 파트너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유감스럽지만 이 발표는 예상된 일이었고, 유네스코는 이에 대비해 지난 몇 년간 구조 개혁을 단행하고 자금 조달원을 다각화했다”며 “미국의 재정 기여율은 유엔 일부 기관이 40%지만, (우리는) 8%로 감소했고 유네스코 전체 예산은 꾸준히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측이 탈퇴 사유로 제시한 반이스라엘 성향에 대해선 “유네스코의 노력, 특히 홀로코스트 교육과 반유대주의와 투쟁 분야에서 이뤄진 현실과 모순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미국 내 민간 부문, 학계, 비영리 단체 등과는 계속 협력하겠다”며 “미국은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항상 환영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X(구 트위터)를 통해 “유네스코는 과학, 해양, 교육, 문화, 세계 유산의 보편적 수호자”라며 “미국이 탈퇴하더라도 이 투쟁에 앞장서는 이들과 함께하겠다는 우리의 의지는 결코 약해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은 과거에도 유네스코에서 탈퇴한 전력이 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지난 1983년 정치화와 예산 낭비 등을 이유로 탈퇴했으며, 이후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2002년 재가입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이었던 2017년 10월에도 반이스라엘 기조를 이유로 유네스코를 탈퇴했으나, 바이든 행정부가 이를 뒤집고 2023년 6월에 재가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