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에도 무거워진 장바구니
업종에 따라 온도차
대형마트는 비교적 한산
디지털 소외계층은 신청 어려워

▲ 한민시장 천장에서 쿨링포그가 뿜어져나오고 있다. 정근우 수습기자

폭염에도 사람들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소비로 이어지면서 전통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되찾았다. 가족과 함께 장을 보고 식사를 하면서 소소한 민생의 회복해 만들어가는 모습이 역력했다.

지난 26일 오전 10시 대전 서구 가장동 한민시장. 푹푹찌는 무더위를 달래고 소비쿠폰을 쓰기 위해 많은 인파가 몰릴까 쿨링 포그가 설치됐다. 상인은 좌판을 정리하며 손님맞이에 분주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시장 골목마다 인파가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채소가게를 운영하는 50대 남성은 “영향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오늘은 벌써 다 팔았다”라며 웃었고 인근에서 장사하는 60대 남성도 “평소보다 매출이 15% 정도 늘었다. 식당 하는 지인도 손님이 꽤 늘었다더라”라고 귀띔했다. 그의 가게 앞엔 줄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손부채를 흔들며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은 여름 시장의 활기를 그대로 보여줬다. 활기는 다른 전통시장에서도 나타났다.

태평시장에서 수제화 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소비쿠폰 쓸 수 있냐고 묻는 손님이 많았다. 손님이 늘긴 했다”라고 했고 화장품 가게를 운영하는 상인도 “소비쿠폰을 사용할 수 있다는 스티커를 붙이긴 했는데 너무 작아서인지 자꾸 문의한다. 상인회에 신청해 크게 써 붙일 계획이다”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카페를 운영하는 50대 자영업자는 “벌써 다 쓰셨다는 분도 있었다. 아직 장사하느라 아직 못 썼지만 다음 주쯤 쓰려고 한다. 지역 상인에겐 좋은 정책 아니겠느냐”라고 긍정으로 말했다.

시장 무더위 쉼터에선 어르신 세 명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날씨도 그렇고 요즘 경제상황도 좋지 않아 좀처럼 웃을 일이 많지 않은 요즘이지만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한 어르신은 “오랜만에 장도 보고 친구들과 점심 먹으려고 나왔다. 이렇게라도 나오니까 기분이 좋다”라고 했다. 다른 어르신은 “아직 신청을 못 했다. 휴대전화로 하는 건 잘 못한다. 행정복지센터를 찾아가긴 했는데 대기열이 너무 많아 포기했다”라며 아쉬워했다.

소비쿠폰의 긍정적인 영향이 곳곳에 미쳤지만 울상인 곳도 적잖다. 미장원을 운영하는 자영엄자는 “다들 채소나 고기를 대개 사는데 미용실까진 잘 오지 않는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대형마트 역시 상대적으로 한산했다. 일부 계산대는 빈 채로 대기하고 있었고 직원은 진열대를 정리하며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트를 찾은 40대 주부는 “마트는 시원해서 자주 오는데 손님이 별로 없어 보인다. 혹시나 해서 방문하긴 했지만 소비쿠폰을 어디에 쓸지 천천히 고민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한 직원은 “소비쿠폰은 약국 등 일부 포인트 적립 제외 업종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사용 가능한 매장은 많지 않아 손님이 없는 것 같고 실제 방문하는 손님도 줄었다. 대신 자체 할인은 꾸준히 진행 중이라 발길이 조만간 이어질 것 같다”라고 바랐다.

소비쿠폰은 사람들을 시장으로 불러냈고 상인에게 모처럼 바쁜 하루를 선물했다. 누군가에겐 작은 소비가 분명한 숨통을 틔워주고 있었다. 그러나 소비쿠폰마저 사각지대가 발생하면 안되기에 신청 편의성 같은 숙제는 여전히 남았다.

한민시장 모습 정근우 수습기자
한민시장 모습 정근우 수습기자
태평시장 모습 정근우 수습기자
태평시장 모습 정근우 수습기자
한민시장의 한 채소가게에 손님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정근우 수습기자
한민시장의 한 채소가게에 손님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정근우 수습기자
한 대형 마트의 모습
한 대형 마트의 모습

정근우 수습기자 gnu@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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