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로증은 물론 노화 관련 질병, 암, 신경퇴행성 질환 등에도 확장이 가능한 플랫폼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

▲ 조로증의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김선욱 박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제공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하 생명연) 미래형동물자원센터 김선욱 박사 연구팀이 조로증의 원인을 정밀하게 억제하는 새로운 치료법을 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조로증(허친슨-길포드 조로증 증후군, HGPS)은 약 800만 명 중 1명에게 발생하는 희귀 난치성 질환으로 평균 기대수명은 약 14.5년에 불과하며, 아직까지 완치할 수 있는 치료법이 없는 상황이다.

미국 FDA가 승인한 유일한 치료제인 ‘로나파닙(조킨비)’은 1회 투여 비용만 약 14억 원에 달하며, 이마저도 수명을 약 2.5년 연장시키는 데 그칠 뿐 다른 치료제와 병용이 필요하고, 부작용의 위험도 있어 근본적인 치료법으로는 한계가 있다.

조로증은 LMNA 유전자에 생긴 단 하나의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한다. 이 돌연변이는 세포 안에서 ‘프로제린(progerin)’이라는 비정상적인 단백질을 만드는데 이 단백질이 세포의 핵 구조를 망가뜨리고 세포를 빠르게 노화시켜 노인처럼 뼈가 약해지고 혈관이 굳어져 결국 주요 장기의 기능이 멈추게 된다.

이에 연구팀은 이 프로제린 유전자를 정상 유전자와 구별해 정확히 골라내는 RNA 가위(RfxCas13d, 프로제린 gRNA)를 제작했다. 이 RNA 가위는 정상적인 단백질은 건드리지 않고 병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만 정밀하게 제거할 수 있다. 이 기술은 DNA를 건드리지 않고 RNA만을 조절하는 만큼 기존 유전자 편집 기술에 비해 훨씬 안전하다.

특히 실수로 다른 유전자까지 자를 위험이 거의 없으며, 자르더라도 나중에 되돌릴 수도 있는 혁신적인 치료법이다. 연구팀은 RNA 치료법을 조로증 유전자가 있는 마우스 모델에 적용한 결과 털 빠짐, 피부 위축, 척추 기형, 운동 능력 저하 등 조로증 증상이 눈에 띄게 개선된 것으로 확인했다.

또 나이가 든 사람의 피부세포에서 프로제린이 서서히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으며, 이 RNA 가위 기술을 적용했을 때 자연적인 노화 현상도 일부 억제된다는 실험결과를 얻었다.

연구책임자인 김선욱 박사는 “이번 기술은 조로증뿐 아니라, RNA 편집오류로 발생하는 다른 유전질환의 15% 이상에 적용이 가능하다”며 “앞으로 노화 관련 질병이나 암, 신경퇴행성 질환 등에도 확장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저명한 국제학술지인 몰리큘라 테라피(Molecular Therapy(IF 12.0)) 지난달 14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김형중 기자 kimhj@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