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2 8.3% 음주 중, 첫 음주 계기 음복 등 어른 권유 최다
제6차 연도(2024) 청소년건강패널조사 추적조사 결과

학년이 올라가면서 남녀 학생 모두에서 모든 담배 제품의 사용률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여학생들은 액상형 전자담배가 궐련을 처음으로 추월했다. 또 고등학교 2학년의 8.3%는 현재 음주 중으로 첫 음주 계기는 음복 등 어른들의 권유에서 비롯된 경우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은 이런 내용으로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실시한 ‘청소년건강패널조사’ 1~6차(초6~고2) 통계를 29일 발표했다. 조사는 청소년(초등학생~성인 초기)의 건강행태 변화 및 관련 선행요인을 파악하기 위해 2019년 당시 전국 초등학교 6학년 5051명을 패널로 구축해 10년간(2019~2028) 추적하는 사업이다. 특정 시점에서 현황을 파악하는 타 조사와는 달리 동일한 조사 대상을 반복 추적조사해 청소년의 건강행태 변화양상과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가족, 친구 및 사회환경 등 결정요인을 확인할 수 있다.
◆‘요주의’ 액상형 전자담배
고등학교 1학년 학생(2023년) 담배 제품별 현재 사용률의 경우, 궐련은 남학생 2.12%, 여학생 1.19%, 액상형 전자담배는 남학생 1.19%, 여학생 0.94%, 궐련형 전자담배는 남학생 0.65%, 여학생 0.24%였으며 고등학교 2학년으로 진학한 이후 궐련은 남학생 5.5%, 여학생 1.33%, 액상형 전자담배는 남학생 3.57%, 여학생 1.54%, 궐련형 전자담배는 남학생 1.67%, 여학생 0.32%로 학년이 올라가면서 남녀 학생 모두에서 모든 담배 제품의 사용률이 증가했다. 특히, 남학생에게서는 여전히 궐련이 담배 제품 선호도 1순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여학생의 경우 궐련에서 액상형 전자담배로 선호도 순위가 바뀌는 조사 결과를 보였다. 이는 미국 고등학생 1순위 담배 제품이 2014년부터 궐련에서 액상형 전자담배로 변경됐던 조사 결과와 비슷한 경향으로 국내 남학생도 액상형 전자담배 선호도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질병청은 국내 청소년의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증가에 대한 경각심 제고와 올바른 규범을 형성하기 위한 다차원적이고, 청소년 눈높이에 맞는 지속적인 홍보와 교육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학년 따라 올라가는 음주 경험
평생 음주 경험률(모금기준)은 초등학교 6학년 시기 36.4%에서 고등학교 2학년 60.8%로 폭증하고 평생 음주 경험률(잔기준)은 초등학교 6학년 시기 7.5%에서 고등학교 2학년 33.7%로, 현재 음주율은 초등학교 6학년 시기 0.7%에서 고등학교 2학년 8.3%로 각각 증가했다.
술을 처음으로 마시게 된 이유를 살펴보면 명절 차례 후 음복 문화 영향 등으로 가족 및 집안 어른의 권유(48.9%), 맛이나 향이 궁금해서(19.7%), 실수로(8.2%), 친구가 마셔보라고 해서 (6.7%) 등 개인적 원인 보다는 주변의 가족과 어른들의 권유에 의한 영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한 한두 모금의 음주 경험이 청소년의 음주 시작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할 때 초등학교 시기부터 올바른 음주 규범을 정립할 수 있도록 금주에 대한 교육과 홍보를 강화하고 가족과 주변인의 음복 음주를 가볍게 권하는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질병청의 판단이다.
◆건강의 환경적 요인 악화
청소년의 건강행태변화와 관련한 환경적 요인은 전반적으로 악화했다. 우선 가정 요인으로 부모와 매일 식사하는 빈도는 초등학교 6학년 66.3%에서 고등학교 2학년 22.2%로 1/3 토막이 났고, 건강 습관 관련 대화를 자주 한다는 비율도 초등학교 6학년 58.4%에서 고등학교 2학년 37.7%로 눈에 띄게 감소했다.
학교 요인으로 최근 12개월 이내 학교에서 흡연 예방 및 금연 교육을 실시한 비율이 초등학교 6학년 95.9%에서 고등학교 2학년 68.6%로, 음주 예방 교육은 초등학교 6학년 75.4%에서 고등학교 2학년 45.2%로 각각 감소했다.
지역사회 요인으로 금연 관련 홍보 노출이 초등학교 6학년 93.3%에서 고등학교 2학년 69.7%로 감소한 반면 미디어를 통한 흡연 장면 노출은 초등학교 6학년 39.2%에서 고등학교 2학년 60.4%로, 음주 장면 노출은 초등학교 6학년 56.1%에서 고등학교 2학년 70.7%로 각각 증가했다.
청소년 흡연 및 음주 증가 등 청소년 건강행태 악화는 가족 간의 건강 습관 관련 대화 감소, 흡연·음주 관련 예방 교육 및 금연·금주 홍보 노출 감소, 미디어를 통한 흡연·음주 장면 노출 증가 등 주변 환경 요인과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고 질병청은 설명했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이번 조사 결과는 청소년의 담배 제품 사용이 증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여학생의 경우 기존의 궐련보다 액상형 전자담배를 더 선호하는 양상이 뚜렷이 나타났다”며 “청소년 흡연 예방을 위해 제품 유형별 규제 강화와 정책적 대응이 시급한 시점이다”라고 강조했다.
박동규 기자 admin@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