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새 교제 폭력 신고 49%↑·입건 56%↑ 구속률 2.2% 불과
스토킹 행위자 구치소 보내는 잠정조치도 적어

극단적으론 교제 살인까지 이어질 수 있는 교제 폭력이 줄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장치는 분명히 있지만 실질적인 보호는 이뤄지지 않는다.
지난 26일 경기 의정부의 한 노인복지센터에서 50대 여성이 흉기에 찔려 숨졌다. 가해자는 60대 남성으로 범행 직후 수락산으로 도주, 이튿날 숨진 채 발견됐다. 피해자는 사건 전 세 차례 이상 경찰에 신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대전 서구 괴정동에서도 30대 여성이 흉기에 찔려 목숨을 잃었다. 가해자로 지목된 20대 남성은 범행 직후 도주, 다음날 붙잡혔다. 가해자는 수차례에 걸쳐 피해자에게 폭력 등으로 신고당했지만 대부분 불입건·상담 조치로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교제 폭력으로 시작돼 결국 교제 살인이라는 비극으로 끝났다는 건데 문제는 교제 폭력의 경우 갈수록 늘고 있단 점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교제 폭력 신고 건수는 지난 2020년 3만 3764건에서 2023년 4만 5087건으로 약 33.5% 증가했다. 이에 따른 형사입건은 같은 기간 1만 8951건에서 1만 3939건으로 55.7% 늘었다. 신고와 입건 모두 늘고 있는데 구속률은 2023년 기준 2.2%에 불과하다. 교제 폭력에 처벌이 느슨해 사회적 경각심을 반감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고 이를 위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하는 셈이다.
경찰이 직권으로 또는 피해자 등의 요청에 따라 스토킹 행위자에게 접근 금지 등의 조치를 내리는 긴급 응급조치는 2023년 7월 기준 91% 승인율을 보였고 서면경고, 접근금지, 위치추적 장치 부착 등으로 이뤄진 제1~3호 잠정조치는 승인율이 85%나 됐다. 반면 스토킹 행위자를 유치장이나 구치소로 유치하는 제4호 잠정조치는 전체 잠정조치의 12.8%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실질적인 집행은 절반에 불과했다.
여성가족부의 ‘2024년 여성폭력 실태조사’를 보면 평생 한 번 이상 신체·정서·경제적 폭력이나 통제, 스토킹 등의 폭력을 경험했다는 성인 여성이 36.1%나 되는 만큼 교제 폭력이 적잖은 상황이어서 교제 폭력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강력한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여가부는 “교제 폭력 신고 이후의 대응뿐만 아니라 폭력 발생 이전의 강력한 개입 시스템이 요구된다”라고 지적하며 “아동·청소년기부터의 체계적인 폭력 예방 교육 마련, 피해자 지원 서비스 확대, 가해자로부터의 실질적 보호 조치, 가해자에 대한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정근우 수습기자 gnu@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