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도 시인·아동청소년문학작가

고 작은 것이

햇빛이 아니면 마르지 않는다네.

하늘에 떠 있는 태양의 지름은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38만㎞)의 3.6배. 태양은 태양계(수-금-지-화-목-토-천-해)에서 스스로 유일하게 빛을 내는 발광체이다. 빛을 낸다는 것은 유일한 에너지원이라는 것이다. 태양이 빛을 내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이 넓은 태양계에 인간은커녕 벌레 세균 하나 살 수 없다. 따라서 태양은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의 어머니이다. 그런데 이런 태양도 태양계가 속해 있는 ‘우리 은하’에 있는 2천억 개의 별에 비하면(그리고 참고로 우주에는 우리 은하와 같은 은하가 또 2천억 개가 더 있다고 한다) 평범한 하나의 별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태양과 지구와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 그 거리는 약 1억 5천만㎞로 지구에서 가장 빠른 빛의 속도(1초에 30만㎞)로 달릴 때 약 8분 정도 걸린다. 이 말은 곧 우리 눈에 지금 보이는 빛은 8분 전 태양에서 출발한 빛이라는 것이다. 자, 태양계의 절대 강자인 태양이 쏘아 보낸 빛이 8분 동안 암흑의 우주 공간을 달려와 지구의 한 포기 풀잎에 맺힌 영롱한 이슬에 닿았다고 생각해보자. 그런데 그 이슬이 하는 말, 나는 “햇빛이 아니면 마르지 않는다네.” 이 작은 이슬의 말에서 우리는 이슬의 단독성, 주체성, 고고함, 유일성, 그리고 그 먼 우주 공간에서 달려온 햇빛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이슬은 작고 여리고 투명한 물방울에 지나지 않지만, 그 이슬이 가진 뜻을 햇빛이 아닌 다른 것으로는 말릴 수 없다.

이 시는 비록 단 두 줄에 불과하지만, 햇빛이란 말이 갖는 우주의 총체성과 이슬의 최소함을 대조적으로 표현하여, 자연의 이치와 작은 사물의 존엄을 환기시킨다. 아무리 작은 풀잎 끝 이슬도 광활한 우주의 햇빛과 등가의 가치를 갖는다는 것이다. 내가(이슬이) ‘나다울’ 때(이슬다울 때) 나는 나의 독자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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