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쟁 격화로 경쟁우위 16.1%에 그쳐
대부분 비교우위 거의 없거나 추월당해

▲ 국내 제조업 주력제품의 시장상황 인식과 주요 업종별 응답 비중. 대한상의 제공

우리 제조업의 주력제품 수명이 다해가고 시장 내 경쟁우위가 사라져가고 있지만 기존 제품을 대체할 신사업 추진마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6월 2일부터 13일까지 전국 제조업체 2186곳을 대상으로 ‘신사업 추진현황 및 애로사항’을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82.3%가 현재 주력제품 시장이 레드오션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54.5%는 시장 포화상태인 ‘성숙기’, 27.8%는 시장 감소상황인 ‘쇠퇴기’라고 답했으며 수요가 증가하는 ‘성장기’라고 답한 기업은 16.1%에 그쳤다. 시장 형성 초기인 ‘도입기’란 응답은 1.6%였다. ‘성숙·쇠퇴기’ 응답 기업의 업종별 분포를 보면 비금속광물(95.2%), 정유·석유화학(89.6%), 철강(84.1%), 기계(82.9%), 섬유(82.4%), 자동차·부품(81.2%) 등의 순이다.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경쟁은 더욱 격화되는 양상이다. 현재 경쟁상황이 어떤지를 묻는 질문에 ‘경쟁우위를 지속하고 있다’고 답변한 기업은 16.1%에 불과했고 83.9%는 경쟁우위가 거의 없거나 추월당했다고 답했다.

시장 포화도가 높고 경쟁이 격화된 상황에도 불구하고 신사업 추진은 부진한 상황이다. 주력제품을 대체할 신사업에 착수했거나 검토 중에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추진하고 있거나 검토 중’이라고 응답인 기업은 42.4%였고 57.6%는 ‘진행 중인 신사업이 없다’고 했다.

응답기업들은 기존 사업의 한계를 인식하면서도 경영여건과 시장상황 등 복합적 요인으로 인해 신사업 추진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는 이유로 ‘자금난 등 경영상황 악화’(25.8%), ‘신사업 시장·사업성 확신 부족’(25.4%), ‘신사업 아이템 발굴 못함’(23.7%), ‘인력 등 제반 여건 부족’(14.9%), ‘보수적인 경영 방침’(7.3%) 등이 요인으로 지목됐다.

김현수 경제정책팀장은 “경영상황 악화, 인력 부족 등 현실적 제약으로 신사업 추진은 물론 신사업 아이템을 발굴할 여력마저 약화되고 있다”며 “시장이 포화된 상황에서 미래 먹거리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면 신사업에 대한 확신 부족이 심화되고 기존 사업에 매달리는 보수적 경영이 고착화될까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높은 불확실성에 위축된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와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기업의 실패 리스크를 분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레드오션에 접어든 제조업이 성공적으로 미래 먹거리를 발굴할 수 있도록 투자 장려책과 AI 도입을 통해 기업 활력을 북돋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기준 기자 lkj@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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