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범죄 신고 5년 간 79.6% 증가
“피해자 트라우마 회복 위한 제도 필요”

교제폭력이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피해자에 대한 보호와 정신적 회복 제도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경찰청에 따르면 교제폭력 신고 접수 건수는2020년 4만 9225건, 2021년 5만7305건, 2022년 7만 790건, 2023년 7만 7150건, 2024년 8만 8394건으로 5년 새 79.6%가 증가했다. 대전의 경우 지난해 관련 신고 건수는 3622건에 달했다. 이는 하루에 9.9건 꼴이다.
신고는 늘고 있지만 솜방망치 처벌 흐름은 여전하다. 2023년 기준 교제폭력 가해자 1만 3939명 중 구속된 건 310명(2.2%)에 불과하다. 스토킹처벌법은 반복적인 행위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일회성 폭력 행위에 대한 처벌은 어렵다. 또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하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교제폭력의 경우 형법상 폭행죄로 포함돼 있어 피해자가 처벌불원서를 제출하면 수사가 중단되고 가해자는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더불어 피해자 보호가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전YWCA 관계자는 “(교제폭력) 상담의 경우 아직 연인에 대한 애정이 남아있어 대부분 신고보다는 대처방안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자 오는 사람들이 많다”며 “신고를 하더라도 수사 단계에서 연인이라는 특수성과 (스킨쉽을 하기 싫음에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해 처벌까지 가지 않는 경우도 있으며 수사가 진행되더라도 가해자의 보복이 두려워 중간에 취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교제)폭력으로 신고를 하더라도 현장종결로 끝나는 일이 부지기수다. 현장에서 끝내는 것이 아닌 지속적인 모니터링도 필요하다”며 “가정폭력이나 성폭력은 대중이 많이들 알고 있지만 교제폭력은 본인이 당하고 있음에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홍보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심우찬 대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피해 회복도 중요하다. 사실 피해가 발생하면 피해자는 장기적인 트라우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부분 초점은 가해자 처벌에만 맞춰져 있다”며 “장기적 트라우마 회복은 사회에 대한 신뢰 회복이다. 정신장애 고위험군에 속하는 피해자들이 트라우마 전문 교육을 받은 상담사와 상담하는 등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원스톱 지원제도가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피해자를 다시 폭력의 사각지대로 몰아갈 수 있는 ‘반의사불벌죄’는 사라져야 한다”며 “교제폭력과 같은 사건은 다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한 만큼 2차, 3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게 하는 예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주빈 기자 wg9552063@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