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통골 소나무숲의 비밀
[대전 초록버스 여행] EP12. with 41번
국립대전숲체원~금수봉~수통폭포
대전초록버스여행 41번 버스는 두 번째다. 첫 번째는 종점인 국립대전숲체원에서 내려 대전둘레산길 10구간 빈계산 반대 방향을 밟아 성북동 마을과 방동 윤슬거리의 멋을 즐겼다. 이번엔 반대 방향이다. 국립대전숲체원과 이어지는 임도에서 빈계산 방향으로 오른다. 대전둘레산길 10구간 안내도와 함께 이정표가 보인다. 빈계산 → 1.3㎞.
#1. 폭염산행
여전한 더위다. 예상은 했지만 땀이 비오듯 흐른다. (이날 대전 최고기온 36도) 간간이 부는 산바람이 위안이다. 누가 그랬던가. 산에 들면 더위가 없다고. 사실이다. 그러나 덜 덥다는 것이지, 또 산그늘 바람이 시원해서 청량감을 느낀다는 것이지 안 덥다는 건 거짓말이다. 그럼에도 폭염산행 하는 건 개운함 때문이다. 그건 참말이다.
뜨문뜨문 서남부지역 뷰가 보일 때마다 물 한 모금, 쉰다. 눈과 바람이 시원하다. 숲체원 임도에서 출발한 지 30분, 빈계산 정상/성북동삼거리로 가는 갈림길을 지난다. 바람 온도가 달라졌다. 고도가 살짝 높아졌단 얘기. 빈계산 정상(414m) 가까이 왔단 얘기다.
#2. 계속 내려가면 불안하다
빈계산 정상은 조망이 없다. 서성이다가 성북동삼거리(0.4㎞)/금수봉(1.3㎞) 방향으로 튼다. 내리막이다. 너무 내려간다. 계속 내려가면 불안하다. 가야할 금수봉은 해발 530m. 아, 어쩌란 말인가. 계속 내려간다. 나무계단, 돌계단. 10여 분 내려가니 성북동삼거리다. 한참을 내려 왔으니 이제 가파르게 치고 오를 일만 남았다. 옆에 있는 이정표를 괜히 바라본다. ‘수통폭포삼거리 1.1㎞→.’
가야할 방향은 금수봉 0.9㎞→. 느릿느릿 올라가면서 자꾸 되뇌인다. ‘아, 옛날엔 이러지 않았는데.’ 수통골 한 바퀴 가볍게 돌던 그때 그시절을 떠올린다. 따져보니 20년 전이구나. 현실을 인정해야지, 생각하면서 그때 함께 산 타던 선후배를 떠올린다. 나 선배, 쑥 후배, 고 차장 등등. ‘아 옛날이여’다.
오르막 30여 분, 드디어 조망이 열리기 시작했다. 오른쪽으로 도덕봉과 옥녀봉이 보이고 그 옆으로 국립대전현충원이 눈에 들어온다. 사진 찍는 핑계로 또 한 걸음 쉬어간다. 저 앞에 보이는 금수봉 정상은 아직 멀었다. 쉬기로 한 조망쉼터다. 한참 쉬었다 가야지.
정면 빈계산 정상이 보인다. 그 옆자락으로 이어지는 산줄기 아래 국립대전숲체원이다. 계속 뻗는 줄기는 산장산으로 이어지고, 그 끝엔 방동저수지. 줌을 조금 당겨 빈계산 너머 도심을 겨눈다. 빈계산과 도솔산 사이 도안신도시 건물이 보인다. 도솔산을 관통하는 도솔터널과 도안대교가 눈에 띈다.

수통골 화산계곡 일부구간이
한시적으로 출입이 허용됐다
대전 5대 명산 정상석이 섰다
금수봉 정상석이 보고싶었다
41번 종점 국립대전숲체원 출발
빈계산·금수봉 숲길을 걸었다
덥지만 산에 들면 더위가 없다
그렇긴 해도 안 덥다면 거짓말
화산계곡 물을 찾아 내려갔다
발 담그고 나태함을 씻어냈다
#3. 대전 5대 명산 정상석
높게 솟은 아파트 성(城) 옆으로 새로운 아파트 공사 현장이 넓게 보인다. 산을 파헤치고 공사하는 곳도 보인다. 안타깝다. 산을 깎아 뭔가를 짓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다. 그건 아니다.
긴 휴식, 조망쉼터를 나선다. 다시 오른다. 20여 분 뒤 금수봉 정상. 정자가 보인다. 정자 앞에 금수봉(530m) 정상석이 있다. 정상석은 세워진 지 얼마 안 된 따끈따끈한 존재다. 이름하여 ‘대전 5대 명산 정상석’. 시민이 제안하고 대전시가 받아들여 이뤄졌다. 민-관 합작품이어서 가치가 더 크다.

5대 명산은 국가숲길인 대전둘레산길의 근간이 되는 각 구별 대표 산을 일컫는다. 동구 식장산(587m), 중구 보문산(457m), 서구 구봉산(263m), 유성구 금수봉(530m), 대덕구 계족산(424m)이다.
이 사업을 제안한 안여종 ㈔대전문화유산울림 대표의 말을 빌린다.
“시에 제안한 사업이 결실을 얻어 기쁩니다. 시민들 목소리에 귀 기울여 사업을 추진한 대전시 산림녹지정책과에 감사드립니다. 정상석 설치는 7월 1일 완료됐고 산 높이는 국토지리정보원 기준입니다. 정상석 글씨는 각 구 문화원 협조를 받아 다섯 분의 서예가 님들이 심혈을 기울여 써주신 작품입니다. 대전시민들이라면 꼭 한 번씩 5대 명산에 올라보면 좋겠습니다. 정상석 기념사진을 찍어 인증하는 챌린지를 추진하겠습니다.”
사진액자도 좋고 정상석 배지, 키링, (손)수건도 만들면 좋지 않을까. 등산하는 꿈돌이와 연계해도 좋겠다. ‘열일’ 하는 꿈씨패밀리가 등산할 시간이 있을지 모르지만.
#4. 탁족의 시간
금수봉에서 0.6㎞ 걸어 금수봉삼거리다. 긴 내리막의 시작점이다. 자티고개/도덕봉 방향으로 진행치 않고 방향을 틀어 내려가는 건 처음이다. 금수봉삼거리~수통폭포삼거리 구간은 올라온 적도 내려온 적도 없다.
그런데 이 구간 만만찮다. 내려가는 것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내려가면서도 땀 꽤나 뺐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이 구간 경사도가 31%였다. 올라오시는 분들이 인사도 못 할 정도의 힘듦 강도가 느껴졌다. 또 하나 배웠다. 산행 중 무조건 인사는 자제해야겠다.
드디어 사람들 목소리가 들린다. 화산계곡 물소리도 살짝 들린다. 이날은 비가 거의 안 오던 시기여서 물이 많이 말랐다. 산도 계곡도 나도 목마르다.
그래도 계곡에 앉아 발 담그고 이야기 나누는 시민들이 꽤 있다. 계룡산국립공원사무소는 한시적으로 화산계곡 일부 구간 출입을 허용하고 있다. 7월과 8월 두 달간 허용한다. 수통폭포 상단 30m 지점부터 화산계곡 특별보호구역 앞까지 등이다. 덕분에 시민들이 이곳 화산계곡 위쪽까지 올 수 있다.
널따란 바위가 있고 그 옆에 계곡물이 흐르는 ‘명당’에 자리를 잡았다. 발을 담근다. 시원하다. 더위를 내쫓는다. 천천히 부채질하며 탁족(濯足). 청정 자연의소리와 바람에 마음이 고요해진다. 바위에 누워 나무 사이 하늘을 본다. 눈을 감고 한참을 멍하게 있는다. 몸의 피로도 마음의 상처도 씻겨간다.
사진 하나 건지려고 애쓴다. 물가에 삼각대 세워놓고 바위 위에 앉아 포즈를 취해본다. 늘 어색한 포즈지만 안 어색한 척 해본다. 물속에 물고기들이 왔다갔다 한다. 물고기와 같이 사진에 담아볼까, 애쓴다. 물고기가 오는 타이밍 맞춰 폰카 리모컨을 누른다. 허허, 낚시하는 기분이다. 한참을 눌러본다. 그나마 건진 찰나가 아래 사진. 물고기 찾으셨나요?


수통폭포 지나 수통골탐방지원센터 앞으로 내려온다. 수통골미로공원 한 바퀴 돌고 타슈 타러 간다. 국립한밭대 앞 타슈스테이션엔 타슈가 없다. 화산천 따라 내려간다. 물 맑은 하천에서 노니는 아이들 목소리도 맑다. 피로를 풀어주는 ‘비타민 詩’였다.
글·사진=차철호 기자 ich@kakao.com
나만 몰랐던 수통골 소나무숲의 비밀

수통골 주차장 옆에 근사한 건물이 하나 있다. 이란성 쌍둥이 건물인데 왼쪽은 카페고 한곳은 봉이호떡집이다. 그 사이를 통과하면 빈계산 오르는 들머리가 나온다. 길을 따라 오르면 감탄사를 부르는 소나무숲을 만난다. 촘촘하게 규칙적인 오와 열로 서있는 소나무들. 이 숲을 따라 이어진 길을 밟으면 명품숲을 만난다.
산림청 선정 100대 명품숲이다. 대전에 100대 명품숲이 두 곳 있는데 한 곳이 여기 ‘대전 계산동 리기테다소나무숲’이다. 또 한 곳은 대청호 근처 동구 추동 고봉산 도시숲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계산동 리기테다소나무숲은 1961~1968년 리기테다소나무 육성을 위한 시험연구 숲으로 조성됐다. 지속적인 관리로 수령 60~70년, 가슴높이 지름 22㎝, 높이 18m, 임목축적 236㎥/㏊의 울창한 숲으로 자리 잡았다. 생장 우량종 나무 육성을 위한 연구가치가 높고 나무형태가 우수한 우량 큰 지름나무 조림지로 생태·경관 가치가 매우 높은 숲이다.

빈계산 오르는 들머리
감탄사 부르는 명품숲
알고보니 산림청 선정
100대 명품숲 중 한곳
계산동 리기테다소나무숲
리기테다소나무는 우리나라 산림녹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고(故) 현신규 박사가 리기다소나무와 테다소나무를 인공적으로 교잡해서 만든 품종이다. 척박한 환경에 잘 적응하며 추위에 강한 리기다소나무의 장점과 생장이 빠르고 재질이 좋으며 곧게 자라는 테다소나무의 장점을 모두 가졌다. 높이 30m, 가슴높이 지름 1m까지 자라는 상록 침엽수다.
이 명품숲을 처음 만난 것은 빈계산 올라갈 때가 아닌 내려 올 때였다. 빈계산에서 수통골 주차장 방향으로 내려오다 보면 얼마 남지 않은 지점에서 두 갈래로 나뉜다. 직진하면 모두가 잘 아는 주차장 끝 들머리/날머리이고, 오른쪽 길로 빠지면 이 숲을 만난다.
와, 이런 곳이 있었나. 자연스럽게 휴대전화를 꺼낸다. 사진을 찍고 영상을 찍으면서 날머리를 향해 내려간다. 이 숲을 알게 된 후 내게는 최고의 계단운동터로 자리 잡았다. 오르내리기 좋고 적당한 길이의 계단, 무엇보다 피톤치드 퐁퐁 느껴지는 환경은 최고였다. 운동을 하면서 금세 기분 좋아지는 곳이다.
산림청 선정 명품숲이란 것은 한참 뒤에 알았다. 수통골 버스종점과 광수사 가는 길 사이에 길이 하나 있다. 초입 멋진 소나무 아래 100대 명품숲 표지판이 있다.

이 길을 따라 올라가면 소나무숲을 걷게 된다. 이 길은 빈계산 오르내리는 등산로와 만난다. 수통골 가시거든 이 명품숲에 발을 들여 보시라. 호흡 크게 해보시라. 더위는 사라지고 피톤치드가 몰려올지니. 차철호 기자
속 시끄러울 땐 초록버스를 탄다. 도심을 벗어나 달리는 외곽 시내버스는 위로를 준다. 버스 안 어르신들이 주고받는 이야기 소리도 정겹고 창 밖으로 지나가는 풍경도 다정하다. 초록버스는 대청호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장태산휴양림, 장동산림욕장, 성북동산림욕장, 국립대전숲체원에도 데려가준다. 이사동 한옥마을 ‘대전별서’ 가는 길도 안내하고 갑천 상류와 대전둘레산길의 트레킹코스 길잡이 역할도 한다. 힐링버스라 부르기에 마침맞다. 금강일보는 2025 연중기획 [대전 초록버스 여행]을 연재한다. 대전 시민들에겐 휴식의 시내버스 노선을, 다른 지역에서 온 여행자들에겐 대전여행 힐링코스를 소개한다. 당신의 마음을 안아줄 것이다. 마음이 흔들릴 땐 초록버스를 타 보시라.
☞ 대전 초록버스 여행
EP1. 노루벌길엔 ○○이 있다 (with 25번)
EP2. 두메마을과 찬샘마을 (with 71번)
EP3. 대전별서에서 하룻밤 (with 52번)
EP4. 원정동 두계천길 걷기 (with 23번)
EP5. 대청호 추동 가는 이유 (with 60번)
EP6. 산디마을과 계족산 (with 74번)
EP7. 대청호, 벚꽃의 기억 (with 63번)
EP8. 방동 윤슬거리의 멋 (with 41번)
EP9. 대청호반 비밀의 숲 (with 72번)
EP10. 장태산의 5월 (with 20, 22번)
EP11. 수락계곡과 대둔산 (with 21번)
EP12. 수통골 계곡 탁족 (with 41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