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보험 대신 건강보험 치료받다 23만 건 적발
건보공단 수상한 청구 사례 적발해 회수하지만
회수율 갈수록 떨어져… 올 상반기 81.3% 불과

사진 = 게티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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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현장에서의 산업재해 은폐가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비례)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건보공단이 적발한 산재 은폐·미신고 건수는 모두 23만 6512건이다. 연평균 4만 3000건, 하루 평균으로 따지면 118건꼴이다. 산재가 발생하면 산재보험을 통해 치료해야 하는데 은폐·미신고 등으로 건강보험에서 재원이 투입됐다. 이를 통해 건강보험에서 지출된 금액은 무려 328억 원. 차에 물건을 싣는 작업을 하다 추락한 근로자가 27일 동안 입원을 통해 치료를 받으면서 산재 사실을 숨겨 산재보험이 아닌 건강보험에서 3000만 원을 부담한 사례도 있다.

적발 사례 중 근로자가 산재라 생각하지 않고 자의적으로 해석해 산재보험 대신 건강보험을 이용해 일반적인 치료를 받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사업주가 여전히 은폐·미신고를 종용한다. 산재보험 가입 대상이 되는 사업주가 법적 제재나 보험료 등을 아끼기 위해 산재를 은폐하거나 미신고해 산재보험 대신 건강보험으로 치료를 강요하는 경우가 적잖단 뜻이다. 이는 결국 산재에 따른 피해자가 치료비 전액이나 휴업 급여 등을 제대로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고 건강보험료 인상을 부추긴다. 실제 지난 2018년 건보공단이 서울대학교에 의뢰한 ‘산재 은폐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누수 방지방안 연구’에서 산재 은폐에 따른 건보 재정 누수 금액은 연간 최대 3218억 원에 달할 것이란 추정치도 있다. 장기적으론 국민의 사회 안전망에 대한 불신까지 우려될 수밖에 없다.

건보공단이 건강보험으로 급여가 청구된 사례 중 산재로 의심되는 건에 대해 재확인하는 방식으로 산재 은폐·미신고 등을 적발, 오청구된 치료비를 환수하고 있지만 문제는 환수율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단 점이다. 2020년 산재 은폐·미신고 건수는 2만 9734건, 금액은 45억 7800만 원이었고 이 중 44억 9100만 원을 환수, 환수율은 98.1%나 됐다. 그러나 이듬해 4만 5350건, 5696억 원으로 늘었는데 환수율은 54억 2900만 원, 95.3%로 줄었고 지난해엔 4만 8020건에 6169억 원이나 됐지만 환수율은 86.7%밖에 안 됐다. 올 상반기만 보면 1만 4956건의 산재 은폐·미신고가 발생, 34억 7500만 원이 적발됐는데 환수율은 81.3%(28억 2400만 원) 수준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12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살기 위해 갔던 일터가 죽음의 장이 돼서는 절대 안 된다. 사람 목숨만큼 중한 게 어딨나. 돈을 벌기 위해, 비용을 줄이기 위해, 지출해야 할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다고 하는 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다”라며 강한 어조로 산재 문제를 지적했다. 이어 “안전조치를 안 하는 것은 바보짓이란 생각이 들게 해야 한다. 그게 더 손해가 되게 하면 된다”라며 엄정 제재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김현호 기자 khh0303@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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