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70% 이상 “잔재 청산안돼”
“반민족행위자 후손 영향력 여전”
독립유공자 후손일수록 더 느껴
한일관계 개선 최우선 과제로는
“日 사과·역사왜곡 방지” 꼽아

광복 80년 해방의 환호가 역사 속에 멀어졌지만 친일 잔재를 둘러싼 상처는 여전히 현재형이다. 세대가 바뀌어도 청산되지 않은 과거에 대한 인식은 국민과 독립유공자 후손 모두에게 깊게 자리하고 있고 국가 보훈 체계와 한일관계의 과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광복 80년을 맞은 2025년, 국민 다수는 여전히 친일 잔재 청산이 미완이라고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복회와 광복회학술원이 코리아데이터월드에 의뢰해 지난 1~7일 일반국민 1000명과 독립유공자 후손 8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번 조사 결과는 친일 잔재 청산 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인식이 세대와 집단을 막론하고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응답자의 70% 이상이 ‘해방 이후 친일 잔재가 청산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는 일반 국민(70.9%)뿐만 아니라 독립유공자 후손(78%)에서도 더 높은 비율로 나타났다. ‘반민족 행위자 후손이 여전히 사회 전반에 영향력을 미친다’는 응답이 국민 63.6%, 후손 70.2%였다는 점은 과거 문제를 단순한 역사 논쟁보다 현재의 권력·사회 구조 문제로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정책적 과제로서의 친일 잔재 청산 필요성도 뚜렷했다. ‘지금이라도 청산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국민 71.8%, 후손 83.1%였고 특히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사회 요직 진출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응답이 각각 71.8%, 85.1%에 달했다. 이같은 결과는 단순한 역사적 평가를 넘어 현행 제도와 인사 구조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보훈 보상과 예우에 대한 평가 역시 부정적이었다. ‘충분하다’는 응답은 국민 16.5%, 후손 12.7%에 그쳤고 ‘부족하다’는 응답이 절반 이상(국민 50.7%, 후손 57.4%)을 차지했다. 후손들은 적은 연금액(29.4%)과 연금 승계 단절 우려(25.1%)를, 국민은 사회적 무관심·차별·편견(28.8%)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경제적 보상과 사회적 인식 개선이 병행돼야 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일관계 개선 방향에 대해서는 국민 30.5%가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반성’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이어 ‘역사 왜곡 방지를 위한 공동 역사연구·교육협력’(17.1%), ‘정치적 이용이 아닌 일관된 외교 원칙 유지’(11.5%)가 뒤를 이었다. 결국 역사 문제 해결 없이는 실질적인 관계 개선도 어렵다는 인식이 강하다는 얘기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국민 95% 신뢰수준에 ±3.09%p, 후손 95% 신뢰수준에 ±3.19%p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