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심없는 마을 무수동, 대전 치유의숲에서 休~

33번 버스는 처음 타본다. 대전 치유의 숲도 처음 가본다. 무수동이란 동네도 가본 적이 없다. 없을 무(無)에 근심 수(愁), 근심 없는 마을 무수동 되시겠다. 이름만 들어도 치유 받는 동네다. 33번 타고 대전 치유의 숲으로 간다. 치유의 숲 두루두루 발자국 남기고 보문사지 들렀다가 보문산 시루봉-보문산성 찍고 내려가는 여정이다. 나무와 함께, 숲과 함께 치유의 발걸음을 내딛는다. 休~~.

 

    [대전 초록버스 여행] EP13. with 33번    
대전치유의숲~보문사지~시루봉~보문산성

#1. 무수동입구 정류장

33번 타려고 산성동으로 간다. 33번은 대전역동광장과 중구 구완동을 오간다. 번호는 같지만 중간 경로가 다른 두 가지 노선이다. 치유의 숲과 가까운 무수동은 두 노선 모두 간다. 산성동행정복지센터 정류장에서 타면  20분도 안 걸려 ‘무수동입구’ 정류장에 내린다. 버스에서 내리면 치유의 숲 이정표가 보이는데 1.6㎞를 더 가야한다. 걸어가면 30~40분이다. 차량통행이 많지 않은 아스팔트길, 자연 속 길이라 걷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버스 타고 와서 치유의 숲 방문하는 이들에겐 1.6㎞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 더구나 오르막이다. 33번 버스가 치유의 숲을 경유하면 좋겠단 생각을 한다. 길 폭이 넉넉지 않아 버스가 통행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친환경 셔틀버스를 운행해도 좋겠다. 

#2. 첫 번째 시그니처

30여 분 걸어 치유의 숲으로 들어간다. 관리센터를 지나면 왼쪽에 울타리로 둘러싸인 공간이 있다.  열린 문 들어가면 시그니처 풍경이 맞이한다. 어느 블로그에서 봤던 공간, 크고 작은 댑싸리가 자리한 정원이다. 맑고 선명한 초록빛 댑싸리가 반갑게 맞아준다. 분수와 조형물까지 아기자기한 포토존이다.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개방한다. 가을이 되면 붉은 색깔의 옷을 입는다. 가을도 좋겠다.

댑싸리 정원을 통과한 뒤 숲길을 걷는다. 쉼터가 많다. 누구나 편하게 산책할 수 있도록 편한 길이 맞이한다. 치유숲길은 크게 세 가지다. ① 모두숲길 ② 운동치유길 ③ 물길 따라 걷는 길. 모두숲길이 인상적이다. 덱(deck·데크)길이어서 편하다. 장애인도 어르신도 누구나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는 숲길이다. 대전 치유의 숲에선 치유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오감체험, 향기테라피, 명상, 맨발걷기 등 저렴한 비용으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3. 평상에서 명상

너른 평상에 앉아있다. 고요한 숲, 매미소리가 페인드인 페이드아웃을 반복한다. 바람이 스며든다. 두 눈을 감는다. 낮은 감탄사가 입에서 새어나온다. 최근 내 마음을 긁었던 상황이 필름처럼 지나간다. 숨을 길게 내쉬고 들이마신다. 마음 속에서 일렁이던 파도가 잦아든다. 명상하기 좋은 곳에서 한참 머문다. 바람은 휴식을 주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도 토닥토닥. 마음에도 피톤치드가 스며든다.

‘감성치유원’ 이정표를 따라간다. 맨발숲길과 세족장이 기다린다. 맨발걷기를 즐긴다. 시원한 물로 발을 씻는다. 맨발숲길 반대로 걷는다. 길을 따라가면 데크전망대다. 조망은 솔직히 별로다. 전망대 아래 길을 걷다보니 대숲이다. 모두숲길로 올라탄다. 대숲이 품은 덱길이 걸작이다. ‘괜찮아, 다 잘 될거야.’ 대숲 바람의 위로가 이어진다. 길 아래 풍경이 시선을 잡는다.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지배하는 원시림 안에 명상을 할 수 있는 너른 평상이 있다. 평상에 앉아 사진 몇 컷 찍고 풍욕장으로 간다. 

#4. 두 번째 시그니처

바람목욕장 ‘풍욕장’에 서있다. 바람이 오가는 둥근 공간. 바람이 발 아래서도 온다. 바람이 통하게 시설됐다. 풍욕장 지나 모두숲길을 걷다보면 전망대로 향한다. 여기서 두 번째 시그니처 무수정을 만난다. 평범한 정자 쉼터지만 이름이 가진 내공이 꽤 깊다. 근심 없는 마을 무수동의 근심 없는 정자, 무수정. 계단 타고 올라 신발 벗고 양말 벗고 한참을 쉰다.  무수정에서도 바람의 위로가 이어진다. 

계속 머물고 싶은 마음 누르고 양말을 신는다. 보문사지로 갈 시간이다. 산책과 명상, 쉼으로 이어지는 힐링 타임은 계속된다. 다목적광장을 지나 ‘물길 따라 걷는 길’을 따라 간다. 안내 이정표가 안내한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계곡을 따라 보문사지까지 가는 길.’
 
#5. 보문사지 가는 길

길 따라 바람이 분다. 햇살이 숲 그늘 사이로 스며든다. 계곡 물 흐르는 소리에 반한다. 계곡과 길이 만나는 곳에 세족장이 있다. 물이 흐르는 길, 자연세족장이다. 조금 더 숲길을 가면 세 번째 시그니처가 나온다. 폭포. ‘음이온의 창고’다. 큰 규모는 아니지만 두 갈래 물길이 떨어지는 폭포다.

숲이 만든 물길과 바람길에 스며든다. 계속 이어지는 계곡. 자연 그대로의 자연의 품에 안긴다. 수량이 좀 더 많았으면, 아쉬움도 들지만 지금 그대로의 모습도 좋다. 곧 반가운 이정표를 만난다. 보문사지가 200m 남았다. 그런데, 무성한 풀이 길을 가리고 있다. 이 길이 맞나, 가다보니 보문사지 석조가 나왔다. 보문사 스님들이 사용하는 물을 담아 두던 것이라고. 4각 형태로 단순하고 소박하다. 고려 때 창건된 것으로 추정되는 보문사는 조선후기 기록인 도산서원지에 동학사, 고산사 등과 함께 승군 800여 명을 낼 수 있을 정도의 사찰로 기록돼 있다. 

#6. 보문산 정상석과 을유해방기념비

보문사지를 벗어나 10여 분 숲길 오르면 보문산 행복숲길을 만난다. 행복숲길 올라타자마자 이정표. ←보운대 5.49㎞, ↖시루봉 1.05㎞, →오월드 2.3㎞. 까치고개로 치고 올라간다. 능선에서 물 한 모금, 땀을 식힌다. 곧 시루봉 오르는 나무계단을 밟는다. 시루봉에 올라 보문정 앞에 우뚝 서있는 보문산 정상석(457m)과 만난다. 대전 5대 명산 정상석 다섯 곳 중 3번째다. 시루봉에서 보니 보문산성 장대루 공사가 시작됐나보다. 정상석 인증사진 찍고 보문산성으로 향한다. 시루봉에서 1.1㎞.

시루봉, 보문정과 보문산 정상석.
보수 정비 공사 중인 장대루.
보수 정비 공사 중인 장대루.

보문산성 장대루의 ‘장대(將臺)’는 장수가 군사를 지휘하거나 군사 상황을 살피던 곳을 일컫는다. 보문산성 장대 터가 확인된 곳이 지금 장대루 자리로 알려져있다. 장대루는 1991년 산성을 복원하면서 세운 것이다. 대전 시내에선 멀리서도 보인다. 그만큼 조망이 뛰어난 위치다. 장대루 도심 뷰는 올 12월 보수공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중간중간 도심 풍경을 보며 내려간다. 공사중인 전망대 보운대 앞을 지나 내려간다. 목재문화체험장으로 질러갈까 하다가 그대로 내려간다. 그리고 만나는 을유해방기념비(乙酉解放記念碑). 

대전시는 2021년 을유해방기념비를 원래 위치인 대전역으로 이전하자는 시민 의견을 반영해 이전을 결정했다. 4년이 지났지만 표류 중이다. 광복 80주년을 맞은 올해 과연 이전할 수 있을까. 시민은 원한다. 중요한 건 대전시의 의지다.  차철호 기자 ich@kakao.com

을유해방기념비.
을유해방기념비.

속 시끄러울 땐 초록버스를 탄다. 도심을 벗어나 달리는 외곽 시내버스는 위로를 준다. 버스 안 어르신들이 주고받는 이야기 소리도 정겹고 창 밖으로 지나가는 풍경도 다정하다. 초록버스는 대청호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장태산휴양림, 장동산림욕장, 성북동산림욕장, 국립대전숲체원에도 데려가준다. 이사동 한옥마을 대전별서 가는 길도 안내하고 갑천 상류와 대전둘레산길의 트레킹코스 길잡이 역할도 한다. 힐링버스라 부르기에 마침맞다. 금강일보는 2025 연중기획 [대전 초록버스 여행]을 연재한다. 대전 시민들에겐 휴식의 시내버스 노선을, 다른 지역에서 온 여행자들에겐 대전여행 힐링코스를 소개한다. 당신의 마음을 안아줄 것이다. 마음이 흔들릴 땐 초록버스를 타 보시라.

   ☞  대전 초록버스 여행   

EP1. 노루벌길엔 ○○이 있다 (with 25번)
EP2. 두메마을과 찬샘마을 (with 71번) 
EP3. 대전별서에서 하룻밤 (with 52번)
EP4. 원정동 두계천길 걷기 (with 23번)
EP5. 대청호 추동 가는 이유 (with 60번)
EP6. 산디마을과 계족산 (with 74번)
EP7. 대청호, 벚꽃의 기억 (with 63번)
EP8. 방동 윤슬거리의 멋 (with 41번)
EP9. 대청호반 비밀의 숲 (with 72번)
EP10. 장태산의 5월 (with 20, 22번)
EP11. 수락계곡과 대둔산 (with 21번)
EP12. 수통골 계곡 탁족 (with 41번)
EP13. 치유의숲과 보문산 (with 33번)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