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삭이 오늘 새벽 발표한 성명으로 인해 그의 리버풀 이적 가능성은 한층 더 희박해졌다. 다만 축구팬들은 라사나 디아라 판결과 FIFA 선수 이적 및 지위 규정 제17조의 임시 개정안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지난 20일 ESPN의 가브리엘레 마르코디에 따르면,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주전 공격수 알렉산더 이삭이 리버풀의 이적 제안 무산 이후 출전을 거부하며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뉴캐슬이 리버풀의 1억1000만 파운드(2070억 원) 제안을 거절하자, 이삭 측은 사실상 ‘이적 압박’ 카드를 꺼내 든 모양새다.
표면적으로는 단순한 선수와 구단 갈등처럼 보이지만, 그 배경에는 FIFA 선수 지위 및 이적 규정 제17조와 지난해 라사나 디아라 판결이 깔려 있다. 이 두 가지는 향후 이삭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 뉴캐슬의 강점: 긴 계약, 좁은 선택지
뉴캐슬의 가장 큰 무기는 계약 기간이다. 이삭은 오는 2028년까지 장기 계약이 남아 있어, 이적을 원한다면 뉴캐슬이 협상 테이블을 주도할 수 있다. 여름 이적 시장이 9월 1일 마감되면 이삭에게 남은 선택지는 사실상 두 가지뿐이다.
①뉴캐슬에서 계속 뛴다.
②4개월간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을 감수한다.
특히 내년 여름 미국·캐나다·멕시코에서 열리는 월드컵을 고려하면, 출전 중단은 선수 커리어에 큰 리스크이다.

◆ 이삭의 무기: 제17조와 ‘불행한 선수’ 효과
반대로 이삭 측도 나름의 레버리지를 갖고 있다. 구단은 불만을 품은 선수를 붙잡아둘 수 있지만, 불만이 있는 선수는 일반적으로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즉, 이삭의 퍼포먼스 저하가 곧 뉴캐슬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압박 카드가 될 수 있다.
여기에 FIFA 규정 제17조가 변수로 떠오른다. 이 조항은 일정 요건을 충족한 선수가 계약을 일방적으로 종료하고 다른 클럽으로 이적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이 조항은 약 20년 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현행 이적 시스템이 일반 직장인과 달리 선수들의 자유로운 이동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비판을 제기하자, FIFA가 선수들에게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구단을 떠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면서 도입됐다. 다만 선수들은 특정 기준을 만족해야 했고, 구단에 일정 수준의 보상금을 지급해야 했다. 문제는 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롭고 보상금 산정도 불확실해, 실제로 제17조를 성공적으로 발동한 사례가 극히 드물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라사나 디아라 사건 판결을 계기로 FIFA는 단기간 내 규정 개정을 단행했다. 세계 선수 연합(FIFPro)에 따르면 현행 규정도 여전히 엄격하긴 하지만, 이전보다 확실히 선수 친화적인 방향으로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몇 가지 중요한 장애물이 제거됐다. 과거에는 계약 위반 문제로 분쟁이 발생하면 FIFA가 해당 선수가 새로운 구단으로 이적하는 데 필요한 국제이적증명서(ITC) 발급을 보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렇지 않다. 또한 이전 규정에서는 제17조를 적용받는 선수를 영입한 구단이, ‘그 선수가 계약 위반을 유발하도록 공모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했다. 하지만 개정 이후에는 그 책임이 사라지고, 이제는 선수를 잃은 구단이 이를 증명해야 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 디아라 사건
라사나 디아라는 지난 2013년 로코모티프 모스크바와 4년 계약을 체결했지만, 임금 삭감 논란에 불만을 품고 불과 1년 만에 계약이 해지됐다. 이후 로코모티프는 FIFA 분쟁 조정 위원회에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디아라는 미지급 임금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반소를 제기했다. 그러나 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러시아 구단의 계약 해지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결했고, 디아라에게 1,050만 유로(170억 원)를 배상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디아라는 새 클럽을 찾는 과정에서 FIFA 규정이 발목을 잡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규정에 따르면, 새로 그를 영입한 구단은 로코모티프에 대한 보상금을 디아라와 함께 공동 부담해야 했다.
법원은 성명을 통해 "문제의 규칙은 새로운 클럽에서 일하기 위해 자신의 활동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프로 축구 선수들의 자유로운 이동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규정은 상당한 법적 위험, 예측 불가능하고 잠재적으로 매우 높은 재정적 위험, 그리고 이를 고용하고자 하는 선수와 클럽에게 심각한 스포츠적 위험을 안겨준다. 이러한 위험들이 합쳐지면 해당 선수들의 국제 이적이 방해를 받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벨기에 클럽 샤를루아와의 잠재적인 거래가 FIFA 규정으로 인해 무산되었다고 주장하며 벨기에 법원에 FIFA와 벨기에 축구협회를 상대로 600만 유로(97억 원)의 손해배상과 수입 손실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소송이 아직 벨기에 법원에서 진행 중이어서, 판결을 위해 유럽 사법 재판소에 사건이 회부됐다.
FIFPRO 유럽 회장인 데이비드 테리어는 디아라의 승리를 축하하지만 그가 유일한 희생자는 아니라고 말했다.테리어는 "현실적으로 우리는 (FIFA 이적)시스템의 희생자가 된 모든 선수들의 피해를 어떻게 복구할지 지켜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700개 이상의 클럽을 대표하는 유럽 클럽 협회(ECA)는 성명을 통해 "축구 이적 시스템은 선수들의 자유로운 이동권과 계약의 안정성 사이의 균형을 확립하고, 선수단과 대회의 공정성과 안정성이라는 합법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고안됐다."라고 밝혔다.

◆ 제17조의 핵심: 보상금 규모와 적용 조건
제17조는 시즌 마지막 경기 후 15일 이내(늦어도 2026년 6월 초)에만 발동할 수 있으며, 해당 구단과 3년 계약을 맺은 선수만 발동할 수 있다(28세인 경우 2년 계약, 이삭은 25세이다).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이삭의 일방적인 계약 위반으로 간주돼 7월 1일 시장이 재개되는 즉시 다른 구단과 자유롭게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이 경우 보상금은 뉴캐슬의 ‘손해’를 기준으로 산정된다.
이는 FIFA 축구 심판소 분쟁 조정 위원회가 ▲이삭의 잔여 연봉(약 1250만 파운드)▲장부상 가치(약 2000만 파운드)▲대체자 영입 비용 등이 고려된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이삭이 이를 잘 활용해 12개월도 안 되는 기간 내에 자유 계약 선수가 될 수 있는 입장에 있다는 것이다. 스포츠 법률 전문가들은 보상액이 최대 5000만~6000만 파운드 수준일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리버풀이 제안한 1억1000만 파운드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 법적 불확실성과 장기 분쟁 리스크
이삭의 17조 신청에 대해 뉴캐슬은 스포츠 중재 재판소에 항소해 추가 배상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쪽이든 리버풀에게 거절했던 금액에 근접하는 배상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며, 오히려 더 적은 배상을 받을 위험도 있다.
실제 문제는 절차적 시간이다. FIFA 분쟁조정 절차는 18개월~2년이 걸릴 수 있지만, 선수는 즉시 새로운 클럽에서 뛸 수 있다. 이는 이삭 같은 선수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다.
다만 프리미어리그 자체 규정은 여전히 계약 해지를 어렵게 만들고 있으며, 잉글랜드 내에서는 별도의 법적 다툼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스페인·독일 등 해외 리그로의 이적이라면 FIFA 규정이 우선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 해법은? 합의 또는 새로운 계약
결국 뉴캐슬의 선택지는 두 가지다. ▲이적 허용(17조에 대한 보상금 규모를 고려하면 리버풀의 제안액에 근접하기는 어렵다) ▲재계약(합리적인 바이아웃 가격을 포함한 새 계약을 체결하는 방법이다) 이는 양측이 당장은 관계를 회복하고, 향후 더 명확한 조건 아래 이적을 추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결론
이삭 사건은 단순한 이적 분쟁이 아니라, FIFA 규정 변화와 선수 권리 강화 흐름 속에서 터져 나온 제도적 시험대라 할 수 있다. 뉴캐슬로서는 단기적으로는 선수의 이탈을 막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제17조라는 ‘타이머’가 돌고 있는 셈이다.
과연 뉴캐슬은 주전 공격수를 붙잡을 수 있을까, 아니면 규정의 허점을 파고든 이삭이 새로운 길을 열게 될까. 축구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