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강기 사용법 대부분 모르고
대피 공간 인지 주민 37.8% 불과
인테리어·적치물로 피난 통로 막히는 사례
전문가 “완강기 교육·체험시설 확대 시급”

최근 잇따른 아파트 화재로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서 스프링클러 설치와 더불어 완강기·대피 공간 등 실질적인 대피 수단의 중요성이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완강기의 경우 사용법에 대한 교육이 전무하고 대피 공간은 아예 모르는 경우가 상당하다.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수단이 충분히, 제대로 활용되지 못 하는 것이다.
최근 서울과 대구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하며 안타까운 생명이 꺼지자 노후 아파트 화재 안전이 다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소방당국은 화재 취약 단지를 대상으로 안전점검을 강화하고 있으며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임대아파트 소방 설비 보강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대책 따로, 활용 따로의 악순환은 계속되고 있다. 완강기의 경우 노후 아파트엔 대부분 설치되지 않았고 완강기가 구축된 아파트에서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은 거의 없다. 화재가 발생하면 완강기를 타고 대피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대전 서구 관저동에 거주하는 A(54) 씨는 “완강기를 보긴 했는데 사용법을 배워본 적이 없다. 불이 나면 제대로 사용할 수 있을지 확신을 못하겠다”라고 말했다.
완강기의 경우 설치된 아파트에선 이를 인지하는 경우가 많지만 대피 공간은 아예 모르는 이들이 대다수다. 대피 공간은 화재 발생 시 거주자가 안전하게 구조를 기다릴 수 있는 장소다. 건축법 시행령 제46조에 따라 아파트에는 일정 기준 이상의 층수에 대피 공간을 둬야 하기에 대부분 아파트엔 대피 공간이 존재한다. 2005년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는 베란다 옆 가벽을 파괴해 옆집으로 피할 수 있도록 설계됐고 2005년 이후에는 방화문이 설치된 별도의 대피 공간이 마련됐지만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실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건축학부 강부성 교수와 최병윤 박사과정생의 ‘아파트 거주자의 화재 및 피난 안전에 관한 인식 조사 연구’에 따르면 대피 공간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주민은 37.8%에 불과했고 62.2%는 모른다고 답했다. 서구 월평동의 한 아파트 거주자 B(31) 씨는 “평소에는 잡동사니를 두는 공간으로만 생각해 화재 시 어떻게 대피해야 하는지는 전혀 몰랐다”라고 했다.
전문가는 화재 시 대피 요령을 평소에 숙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완강기나 대피 공간은 비상시 유용한 수단이지만 사용법을 모르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채진 목원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일부 아파트 세대의 경우 가벽 대피로에 가구 등을 세워둬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많다. 가벽 대피로가 제대로 활용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계도·홍보가 필요하고 대피 공간도 마찬가지다. 완강기도 화재 발생 시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인 만큼 주민들이 손쉽게 체험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근우 수습기자 gnu@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