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은 권한과 책임의 일치…원하청 갈등 최소화
6개월 뒤 시행…정부, 법적 불확실성 해소 최선
노동계, “끝이 아닌 시작…실효적 안착이 중요”

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 윤석열정권과 달리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발동 가능성이 없어 6개월 뒤 시행될 전망이다.
국회는 24일 본회의에서 이 법안을 표결에 부쳐 재석의원 186명 중 찬성 183명, 반대 3명으로 노란봉투법을 의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 법안은 사용자의 범위와 노동쟁의 대상을 확대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우선 원-하청 간 분쟁의 불씨를 없애는 기준점이 마련됐다. 특정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원청 등도 그 범위 내에서 노조법상 사용자가 되고 교섭의무를 지도록 했다. 노동쟁의의 상당수가 원청과 하청 간 분쟁에 따른 것인데 원청이 실질적·구체적으로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 등을 지배·결정한다면, 다시 말해 원청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하청 노동자에 대해 실질적 지배력을 갖는다면 원청도 사용자로서의 의무를 져야 한다는 거다. 일만 시키고 책임은 지지 않는 불합리를 없애자는 취지다. 만약 원청이 사용자로서 책임을 부담하고 싶지 않다면 하청의 사업과 노동에 관여하지 않으면 된다. 앞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 법안의 핵심은 권한과 책임의 일치”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 장관은 “원청의 외주화 전략과 단가경쟁 중심의 공급망 운영, 인건비 전가 등으로 인해 하청노동자의 근로조건이 개선되지 못하는 산업현장의 구조적 모순을 해소하고 원-하청 간 책임을 명확히 해 노사관계의 예측가능성을 제고하면 기업의 법적·행정적 리스크도 줄고 이는 원-하청 모두의 경영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는 6개월간의 시행 준비기간을 거치면서 노사의 다양한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는 TF를 구성해 법 시행 과정에서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해 나갈 계획이다. 법원에서 제시되는 판례와 판단기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전문가의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원청의 사용자성 판단 기준과 교섭절차, 노동쟁의의 범위 등에 대한 구체적 지침과 매뉴얼을 정교하게 마련할 방침이다.
이 법안은 또 사업경영상의 결정 중에서도 정리해고와 같이 근로조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근로조건의 변경을 필연적으로 수반하는 경우와 사용자가 일부 근로조건(임금·근로시간·안전보건·재해부조 등)에 관한 단체협약을 위반한 경우도 노동쟁의의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와 함께 막대한 손해배상금액으로 인해 노동조합 활동이 위축되고 근로자의 생계가 위협받는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손해배상 청구에 제한을 두도록 했다. 노조의 불법행위를 무조건 보호하거나 면책을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쟁의 등에 대한 기여 정도에 따른 책임 범위를 합리적으로 제한해 정당한 법적 책임과 권리 보호 사이의 균형을 맞추자는 거다. 또 이 법안은 사용자가 쟁의행위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면제할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해 노사분쟁의 원만한 해결을 도모할 수 있도록 했다.
노동계는 노란봉투법 국회 통과를 환영하면서도 ‘이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노란봉투법 역시 완전하지 않다. 아직도 수많은 노동자들이 법의 울타리 밖에 남아 있으며 사용자의 교모한 회피와 정부의 미비한 대책이 남아 있다”며 “일하는 노동자는 누구나 단결하고 사용자와 교섭할 권리가 있다. 이 단순하고도 분명한 진실을 20년 만에 법으로 새겨 넣었다. 이 성과를 바탕으로 더 큰 권리 확대를 향해 전진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한국노총도 이날 논평을 통해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특수고용·하청·플랫폼 노동자들이 진짜 사장을 상대로 노조할 권리를 확대할 수 있는 길이 드디어 열렸다”며 “개정 노조법이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작동하도록 집중 지원할 것이다. 확대된 사용자 개념과 강화된 단체교섭 의무를 통해 원-하청 구조의 불합리한 관행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자성이 일터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세심히 살피겠다”고 했다.
경영계의 우려는 여전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6단체는 이날 성명을 통해 “노조법상 사용자가 누인인지, 노동쟁의의 대상이 되는 사영경영상 결정이 어디까지 해당하는지도 불분명해 이를 둘러싸고 향후 노사 간 법적 분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산업현장의 혼란이 최소화되도록 보완입법을 통해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개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정부도 유예기간동안 경제계와 긴밀한 소통을 통해 충실히 보완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글로벌 스탠다드에 따라 대체근로 허용 등 주요 선진국에서 보장하고 있는 사용자의 방어권도 입법해 노사관계 균형을 맞춰주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장관은 “이번 법 개정은 투쟁과 대결이 아닌, 책임 있는 대화와 타협의 노사관계로 성장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일각에서 우려하는 무분별한 교섭이나 무제한 파업, 불법파업에 대한 무조건적인 면책이 아니다”라며 “정부는 노사 양측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예측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준비해나갈 것이며 노사관계 당사자인 경영계와 노동계에서도 자율과 책임에 기반한 새로운 노사관계가 정책될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이기준 기자 lkj@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