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하나 밴드 리버드 기타리스트

기타는 멋진 악기다. 일단 밖에 메고 다니면 시선 집중. 잘 못 쳐도 일단 무대 위에서 메고 있으면 진짜 멋짐 폭발이다. 필자도 기타를 메고 대중교통을 타면 등딱지가 무엇인지 물어보는 택시 기사님과 어르신들의 순수한 관심을 받는다. 이 멋진 악기를 더 멋지게 만들어준 유명한 기타리스트들도 기타를 시작한 계기를 물어보면 여자를 꼬시기 위해 시작했다는 썰도 심심찮게 들어 볼 수 있다.
너무 멋진 악기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필자는 무대에서 ‘기타리스트’라고 소개할 때 마다 뭔가 과분한 수식어가 붙는다고 생각했다. 무대 위에서 멋진 퍼포먼스와 빠른 속주 연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는 기타리스트의 이미지 와 다르게 조용하고 차분히 연주하는 필자의 모습 사이의 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목소리 똑같은 사람 없듯이, ‘기타리스트’들의 연주와 톤도 제각각인데, 그동안 기타리스트 임을 부정하며 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왜 고민했는지 모르겠다. 오늘은 기타로 목소리를 내는 각양각색의 ‘기타리스트’의 연주곡을 소개하고자 한다.
◆김나린 - On My Way to You
화려하고 멋진 연주 실력과 똑소리나고 재미까지 놓치지 않는 멘트로 무대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기타리스트 김나린’. 작년엔 KBS ‘불후의 명곡’에도 출연하여 대중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무대와 다르게 마음을 울리는 그녀의 스토리가 담긴 자작곡이 있다. 19살에 작곡한 ‘너에게 가는 길’이라는 뜻을 가진 제목으로, 기타리스트라는 꿈을 가지고 나아 갈 때 성공 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을 표현한 노래라고 한다. 19살의 나린이는 지금의 나린이처럼 날개 달고 전국을 날아 다니게 될 줄 알았을까? 막연한 미래의 불안함을 가지고 있다면 ‘너에게 가는 길’을 들으며 희망으로 가기 위한 여정에 힘이 되길 바래본다.
◆한요한 – 나의 통영
새벽에 잠이 안 와서 뒤척이다 시계를 봤더니 진한 새벽 시간. 감성 한계치가 초과해서 잠이 안 온다면! 유튜브에서 ‘한요한 기타리스트’의 채널을 검색해서 맘에 드는 제목을 눌러 들어보길 추천한다. 여러분이 어떤 노래를 클릭할지 예상 할 수 없지만, 듣는 동안 편안함을 선사할 것이다. 필자는 통영 여행 마지막 날 ‘나의 통영’을 들으면서 아쉽고도 후련한 마지막 밤을 마무리 했던 기억이 난다. 가사는 없지만 음악을 듣다 보면 곱씹어지는 제목. 여러분들만의 감성을 채워줄 한요한 기타리스트의 노래를 찾길 바라며 추천해 본다.
◆이한호 - 복숭아
이한호 퀄텟, 이한호 어쿠스틱 많은 앨범 중 발랄한 기타연주로 여름의 향기를 담은 ‘복숭아’. 더운 여름 마루에 앉아 선풍기를 틀어놓고 푸릇한 시골 풍경을 바라보며 냉장고에 넣어놨던 복숭아를 깎아 입안 가득 복숭아 향이 사라질 때까지 오물오물 씹어 삼키는 모습이 생각나는 음악. 여름이 가득 담긴 복숭아를 먹으며 가을을 기다려보길 바래본다.
◆특별한이유 - special
: 가사가 없는 연주곡이 지루하다는 편견이 있다면 이 노래를 듣고 연주영상을 보길 추천한다. 귀여운 동작과 그렇지 못한 프로페셔널한 연주. 두 연주자가 솔로를 주고받으며 다양한 퍼포먼스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추가적으로 제작된 아티스트들과 릴스를 찍은 영상을 보고 있으면 미소를 짓게 만든다. 4분 26초로 긴 노래지만, 중간중간 재미를 주는 포인트들로 어느 순간 음악에 몰입해서 즐겁게 듣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옐로 코티지(yellow cottage)
음악을 재생하는 순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것처럼 어딘가로 빠져들게 하는 음악이 있다. ‘옐로코티지’ 음악이 시작되면 영화에서 나오는 미국의 시골 언덕에 강아지풀을 입에 물고 바람에 실려오는 풀냄새를 맡고 있는 장소로 주변이 바뀌어 있는 듯 착각이 든다. 도롱도롱 기타 소리와 어울리는 편안한 목소리. 2분 22초 동안 풀냄새 가득한 음악에 흠뻑 빠져보길 바란다.
오늘의 ‘쓰니의 음악노트’에 담긴 기타리스트들은 놀랍게도 대전을 기반으로 활동 하는 아티스트들이다. ‘큰 밭’에서 쑥쑥 자라 전국을 누비며 공연하고 방송매체에 음원이 활용되는 등등 음악씬을 빛내고 있다. 물과 햇빛으로 자라나는 식물이지만 관심이 없으면 좋은 땅에서도 금방 시든다. 여러분들의 작은 관심들이 모여 아티스트들에게 힘이 된다면 무럭무럭 자라 멋진 음악과 공연으로 화답할 것이다. 멋진 아티스트 그리고 멋진 관객들을 많아지길 바라고 바래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