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6일(현지시간) 3박 6일에 걸친 일본·미국 순방 일정을 마치고 미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공항을 통해 귀국길에 올랐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82일 만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첫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지난 23일 서울을 떠난 뒤 일본을 거쳐 미 워싱턴DC와 필라델피아에서 숨 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새 정부가 미국, 일본과 어떤 관계를 맺을지 가늠자가 될 이번 순방에 국민의 이목이 집중됐다.

◇ 한미동맹 확인하며 '첫 허들' 통과…관세·안보 '디테일' 과제로
새 정부 출범 직후부터 최대의 시험대로 꼽혔던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이 받아 든 성적표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회담 직전까지도 '돌발 상황'에 우려가 고개를 들었지만 결국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대좌를 큰 잡음 없이 마무리한 것만으로도 일단 합격점을 받아냈다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께서 '피스메이커'를 하시면 저는 '페이스메이커'로 열심히 지원하겠다"며 북미 대화 재개 제안 등 한미 안보 동맹을 강조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만나고 싶다"고 적극 호응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올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에 대해 긍정 답변을 얻어낸 것 역시 득점 포인트다.

이 대통령은 회담 이후에도 한미 양국 재계 인사들과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를 갖고 경제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으며, 워싱턴DC 인근의 알링턴 국립묘지를 참배했다. 출국 직전엔 한미 조선협력의 상징인 한화 필리조선소를 찾아 미국 해양청 발주 국가안보다목적선 명명식에 참석하며 한미 경제협력 메시지를 재차 발신했다.
이 대통령은 축사에서 “대한민국의 조선업이 미국의 해양 안보를 강화하고 미국 조선업 부활에 기여하는 새로운 도전의 길에 나선다”며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를 강조했다.
다만 첫 '허들'을 넘겼지만, 후속 과제 역시 만만치 않다는 신중한 평가도 나온다. 이번 방미에서 쟁점이 전면에 부상하진 않았으나, 쌀과 소고기 시장 개방, 대미 직접 투자 확대 요구 및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 등의 사안은 향후 협상 과정에서 언제든지 양국 관계의 뇌관으로 떠오를 수 있다. 북미대화의 '페이스메이커'가 되기 위해서는 북한과 중국의 호응 여부, 북러 간 밀착 등 국제 정세라는 변수도 해소해야 할 장애물로 남아있다.

◇ 한일 셔틀외교 본격화…과거사 뇌관은 그대로
미국에 앞서 일본을 방문한 이 대통령의 선택을 두고 외교가에서는 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 대통령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취임 후 첫 양자회담 방문으로 일본을 선택한 것은 한일수교 60년 만에 처음이라고 소개하며 "대한민국이 한일관계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양 정상은 앞으로 '셔틀 외교'를 통해 활발한 소통을 이어가자는 데 뜻을 모았다. 이 대통령의 이런 행보에는 한일관계 발전을 통해 한미일 협력을 추동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시바 총리도 17년 만에 채택한 '공동언론발표문’에서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 계승 의지를 명시하는 등 관계개선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이번 순방에서 과거사 문제가 거의 거론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민감한 숙제를 미뤄두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일본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기내간담회를 열고 "비판받더라도 (한일 간 협력을) 할 수 있는 것은 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