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공간 탄소저장소 전환 추진
區 자체 목재브랜드 ‘유성목’ 활용
공원·대학로에 목재 시설물 설치
경관 개선·탄소중립 효과 극대화
체험행사 열고 주민 참여 등 유도
도시정책 새 혁신 모델로 떠올라

▲ 2023년 산림청 주관 공모에서 최우수 지자체로 선정된 유성구가 산림청장상을 수상하고 있다. 유성구 제공

기후위기와 환경 부담이 가중되는 시대에 대전 유성구가 ‘친환경 목재친화도시’라는 새로운 실험에 나섰다. 단순히 공원을 꾸미는 수준을 넘어 목재 산업 생태계 조성, 주민 인식 개선, 지역 경제 활성화를 함께 겨냥한 종합 전략이다.

구는 2023년부터 목재친화도시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중심 무대는 유성온천문화공원과 대학로 일원으로 이곳에 국산 목재 103.91㎥를 활용한 어반스윙, 미디어타워, 야외무대 등 15종의 시설물을 설치했다. 나무는 생육 과정에서 탄소를 흡수해 저장하는 성질이 있어 도시 공간에 적극 활용되는 것만으로도 탄소중립 효과를 낼 수 있다. 주민들이 이용하는 쉼터와 구조물은 경관을 개선하는 동시에 ‘목재가 곧 탄소저장소’라는 메시지를 담아낸다.

구는 사업의 상징성을 높이기 위해 자체 목재 브랜드 ‘유성목’을 개발했다. 국산 목재를 활용한 기념품과 홍보물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생산–유통–활용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지향한다. 이는 지역 목재 산업의 기반을 다지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유성이 친환경 소재 산업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

주민 참여는 사업의 핵심 축이다. 지난 2년간 3000명 이상이 목재체험행사에 참여했으며 어린이집·학교·주민센터와 연계한 목공 교육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목재의 가치를 체감하게 했다. 아이들은 직접 나무를 다루며 쓰임을 배우고 학부모는 친환경 교육 자료로서의 장점을 확인했다. 어르신들에게는 추억과 체험이 결합된 정서적 안정감을 제공했다. 이 같은 경험이 주민들의 인식을 바꾸는 동력이 되고 있다.

정책적 뒷받침도 마련했다. 구는 전국 최초로 목재친화도시 조성 조례를 제정해 사업을 장기 전략으로 제도화했다. 제도적 기반은 곧 성과로 이어졌다. 2023년 산림청 주관 공모에서 최우수 자치단체로 선정돼 산림청장상을 수상한 것이다. 목재도시라는 낯선 개념을 제도화하고 현실로 구현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으로의 계획도 구체적이다. 사업은 오는 2031년까지 국비 110억 원, 시비 55억 원, 구비 55억 원 등 220억 원을 투입해 이어진다. 목재 플랫폼 구축, 테마거리 조성, 랜드마크 개발, 관광 연계형 콘텐츠 발굴 등이 이뤄진다. 유성온천이라는 지역 자원과 결합할 경우 관광객 유입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전망이다.

구의 시도는 기후위기 시대 도시정책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는다. 목재를 통해 도시 공간을 탄소저장소로 전환하고 주민 참여로 인식을 확산하며 산업과 관광을 연결하는 다층적 전략을 실험하는 것이다. 지역에서 생산된 국산 목재를 활용하는 점은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산림 순환경제를 강화하는 효과로도 이어진다.

도시는 점점 더 녹색을 필요로 한다.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뒤덮인 공간에 나무가 들어올 때 그 나무는 탄소를 저장하는 자원이자 주민의 삶을 바꾸는 매개체이며 지역 산업을 키우는 기반이 된다. 구의 목재친화도시는 바로 그 가능성을 현실로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23년 추진된 목재 체험 행사. 유성구 제공
지난 2023년 추진된 목재 체험 행사. 유성구 제공
자체 목재 브랜드 ‘유성목’. 유성구 제공
자체 목재 브랜드 ‘유성목’. 유성구 제공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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