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연구재단은 고려대학교 김희남 교수 연구팀이 아토피 피부염의 발병이 산모 장내의 특정 병원성 공생균(숙주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상호이익을 주고받는 미생물)과 식이섬유 섭취 부족에서 기인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29일 밝혔다.

그동안 아토피 피부염의 병리학적 기전에 대한 이해는 주로 피부 조직에 초점을 맞춰 이뤄져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아토피 피부염이 단순한 피부 질환이 아니라,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의 교란과 밀접하게 관련된 전신성 염증 질환이라는 점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늘어나면서, 관련 질환 연구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인체에 서식하는 미생물 군집과 그 유전정보를 말한다.

연구팀은 이전 연구에서 장내 주요 우점균(여러 균류 중 비율이 가장 높거나 활동량이 가장 많은 균종) 중 하나인 피칼리박테리움(Faecalibacterium) 속 일부 종이 아토피 피부염을 앓는 소아 환자에게서 비정상적으로 높게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병원성 공생균이 실제로 피부 증상을 유발하는 과정을 실험쥐에서 재현했다.

해당 균을 모체의 장내에 주입한 결과, 모체와 자손에서 전신 염증이 관찰됐다. 특히 모체에게 식이섬유가 부족한 사료를 제공했을 때, 자손에서 전신 염증이 더욱 증폭되어 피부 병변까지 유도됨이 확인됐다.

이는 피칼리박테리움 병원성 공생균에 의해 유도된 모체 장내 미생물 불균형과 식이섬유 결핍 식습관이 자녀의 초기 생애 질환 발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로 모체의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이 자녀에게 질병을 유발하는 구체적인 과정이 밝혀졌으며, 아토피 피부염의 근본적인 발병 원인도 확인됐다.

김희남 교수는 “향후 과제는 병원성 공생균과 식이섬유 결핍 식단이 아토피 피부염 및 기타 만성 질환에 미치는 영향을 인간 코호트를 통해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라며 “이는 아토피 피부염의 정밀 진단과 표적 치료법 개발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중 기자 kimhj@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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