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조례 근거 매년 예산 편성
LED 경고등지급·안전교육 등
재활용품 수집인 지원사업 펼쳐
전문가 “생활안정 대책 병행돼야”

대전시가 재활용품 수집인을 대상으로 LED 안전경고등과 장갑을 지급하는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나섰다. 2017년 제정된 조례에 근거한 이 사업은 취약계층의 안전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인데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생활 안정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전의 골목길에는 낡은 손수레를 끌고 천천히 걷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어김없이 나타난다. 버려진 종이와 플라스틱을 모아 생계를 이어가는 이들의 발걸음은 느리고 조심스럽지만 자동차 불빛이 스쳐 지날 때마다 위태로움은 커진다. 안전장치 하나 없이 거리로 나서야 하는 현실은 늘 사고 위험을 안고 있다.
시는 이런 취약한 현실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위해 재활용품 수집인들에게 안전장비를 지급하는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사회적 약자가 도시의 뒷골목에서 홀로 위험을 감수하지 않도록 작은 안전망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시는 2017년 제정된 ‘재활용 가능 자원 개인 수집인 지원 조례’를 근거로 매년 예산을 편성해 사업을 펼쳐오고 있다. 조례에는 ‘시장이 안전과 건강을 위한 지원 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이 규정을 바탕으로 시는 자치구와 동 주민센터를 통해 전수조사를 진행하며 현장에서 실제 활동하는 인원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있다. 올해는 동구 70명, 중구 100명, 서구 70명, 유성구 55명, 대덕구 100명 등 390여 명이 대상이다. 대부분은 노인이나 장애인 등 생계형 노동에 의존하는 취약계층인데 시는 이들을 대상으로 LED 안전경고등과 안전장갑을 지급했다. 1인당 지급량은 안전경고등 1개, 장갑 15켤레로 약 5만 1000원 상당이며 지원 규모는 2000만 원이다.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대전경찰청이 별도로 LED 안전경고등 100개를 기부하면서 지원 규모는 더 넓어졌다.
장비는 단순히 지급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배포 과정에서는 안전교육을 함께 실시해 사용법을 알리고 교통사고 예방 요령도 설명한다. 어르신들에게는 장비 자체도 필요하지만 그것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안내와 체험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매년 수요조사를 통해 활동 인원과 특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현장에서 필요한 장비가 무엇인지 꾸준히 확인하면서 사업을 보완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안전장비만으로는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거리 위 어르신들이 겪는 어려움은 위험을 막는 차원을 넘어 불안정한 생계와 복지 사각지대와도 연결돼 있어서다. 사업이 취약계층의 안전을 지키는 의미 있는 첫걸음이라는 점을 평가하면서도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나오는 배경이다. 권소일 한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재활용품 수집인의 근본 문제는 소득이다. 소득 수준과 생계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노인 일자리 같은 안전한 대체 일자리로 연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자활기업이나 재활용업체의 역할도 강화해 어르신들이 더 이상 폐지를 주우며 생계를 이어가지 않도록 하는 구조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