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물가 오를 때 원재료 가격도 ‘껑충’
프랜차이즈 위주의 시장 구조 지적도

▲ 중구 목동 한 빵집에서 소금빵이 2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점주 A 씨는 소규모 점포 사정상 990원까진 어려워도 박리다매형 수익 구조로 충분히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조현재 수습기자

‘990원 소금빵’에서 시작된 빵값 논쟁이 연일 화두에 오르고 있다. 소비자들은 빵값이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하지만 소규모 점주들은 이런 비판이 억울하기만 하다.

지난달 말 경제유튜버 ‘슈카’가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빵 팝업스토어 ‘ETF 베이커리’를 열었는데 박리다매형 빵 브랜드 시장을 열어보겠다는 취지로 소금빵 990원 등 빵 35종을 시중보다 싸게 내놨다. 그런데 이 저가 마케팅이 엉뚱한 논란으로 번졌다. 지나치게 높아진 빵 물가의 원인이 제빵업계의 폭리 탓이라는 비판이 나온 거다. 논란이 일자 슈카는 지난 1일 영상을 통해 의도와 달리 특정 가격에만 관심이 몰린 점에 유감을 표했지만 한 번 붙은 논쟁의 불길은 쉽사리 진정되지 않았고 결국 슈카는 지난 5일 SNS를 통해 ETF 베이커리를 7일까지만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공식 통계를 놓고 보면 빵값이 크게 오른 건 맞다. 통계청이 작성하는 소비자물가지수 추이를 보면 빵 가격은 2020년부터 지난달까지 38.61% 올랐다. 전체 소비자물가가 지난 5년간 16.45% 오른 것에 비하면 빵값 상승 폭이 훨씬 가파르다.

그러나 제빵 관계자들은 업자들이 폭리를 취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유발된 건 아니라며 분명히 선을 그었다. 원가가 상승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가격이 올랐을 뿐 마진율은 그다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빵값이 오른 만큼 제조에 투입되는 비용 역시 크게 올랐다. 빵 물가가 16.45% 오르는 동안 원재료 가격 역시 달걀 45.31%, 밀가루 35.68%, 우유 24.36%, 식용유 62.72%, 설탕 48.21% 등의 물가 상승폭을 보였다. 최저급여도 시간당 8590원에서 1만 30원으로 16.76% 올랐다.

저가 빵에 대한 도전이 그동안 없던 건 아니다. 대전 목동의 한 가게는 찹쌀 도넛 2개를 1000원에 파는 등 이미 오래전부터 지역 주민들에게 ‘착한 가격’으로 유명했고 최근에는 여러 매체에도 소개됐다. 업주 A 씨는 990원 소금빵에 대해 “대량생산과 충분한 수요가 있다면 불가능하진 않겠지만 소규모 점포 사정에는 맞지 않은 일이다”라고 주장했다. 대신 “부부 운영으로 남편이 제빵을 담당해 기술자 인건비를 덜 가져가는 대신 빵값을 낮췄다”며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건 많이 팔아 이익을 남기는 박리다매형 수익 구조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자영업자들에게만 비판이 몰리는 건 본질에서 벗어난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개인 빵집을 운영하는 B 씨는 “최근 논란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며 “우리에게 가장 큰 위협은 프랜차이즈 매장이다”라고 말했다. B 씨의 매장이 개업하고 2년 정도 지난 뒤에 인근에 대형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들어섰다. 두 매장 간 거리는 약 80m에 불과하다. B 씨는 “프랜차이즈 매장이 들어선 후 매출이 체감될 정도로 급감했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점주 C 씨는 “대형 자본과 인지도를 가진 프랜차이즈가 시장을 장악하는데 자영업자에게만 화살이 향하고 있어 아쉽다”고 토로했다.

조현재 수습기자 chohj0505@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