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과 웃음으로 채운 한마음야학 졸업식
교사와 제자가 함께한 배움의 이어달리기

▲ 지난 5일 중구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36회 한마음야학 졸업식에서 졸업생과 가족들이 환하게 웃으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정근우 수습기자

천둥벌거숭이 시절 당신의 졸업식은 어땠는가. 누구든 학교에 다녔고 무사히 졸업하는 모습은 너무나 평범했기에 큰 기억은 없겠지만 졸업식 뒤편에서 당신을 지켜보던 어머니와 아버지에겐 너무나 자랑스러웠을 것이다. 시간이 흘러 2025년 9월 5일 오후 7시 대전 중구청에서도 여느 어머니와 아버지가 졸업식에 참석했다. 다만 흔한 졸업식과 다른 건 학사모가 그들의 머리에 있다는 것, 그리고 뒤편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건 예전에 부모님을 자랑스럽게 했던 당신들이라는 것이다.

한마음야학 제36회 졸업식은 배움의 의지를 끝까지 놓지 않은 어르신의 무대였다. 학사모를 고쳐 쓰고 단상에 오른 졸업생들은 환한 웃음과 함께 때로는 눈시울을 붉혔고 가족, 교사, 동문은 따뜻한 박수로 그 시간을 함께했다.

졸업생의 두 손은 꽃다발로 가득 채워졌다. 교사들은 학사모와 가운을 직접 챙겨주며 제자의 성취를 함께 기뻐했다. 공로상을 받은 교사들은 오히려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지만 만학도의 진심 어린 박수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무엇보다 이날 주인공인 만학도들은 세상에서 가장 큰 기쁨과 행복함을 웃음과 눈물로 표현했다.

여든을 바라보는 이순이 학생은 ‘살아온 인생’을 낭송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한 글자 한 글자 눌러 가슴에 새기듯 감사한 마음을 전했고 신명옥 학생은 “다시 들어도 가장 좋은 말은 ‘합격’이다. 그동안 채워지지 않던 마음이 이제야 자리를 찾았다”라며 배움의 한을 풀었다. 최혜숙 학생도 “아이들 앞에서 부모 학력을 적을 때마다 늘 마음이 무거웠는데 오늘 비로소 졸업장을 품에 안았다”라고 흐느꼈다.

이들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임복례 학생은 영어 인사로 분위기를 띄운 뒤 점점 묻어나는 울음을 참으며 “초·중·고 과정을 모두 마쳤다. 이제 한의대에 진학해 침술을 배워 사람들을 돕고 싶다. 나의 도전은 계속된다”라고 다짐했다.

이날 졸업식은 긴 시간 이어온 이어달리기의 결실이었다. 36년간 2000여 명에 가까운 졸업생을 배출한 한마음야학은 여전히 40여 명의 자원봉사 교사가 무대 뒤에서 학생을 돕고 있다. 교사와 학생,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노고를 나누며 배움의 가치를 되새겼다. 늦게 핀 배움의 꽃은 더 환하게 빛났다.

이날 졸업생들은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며 이렇게 말했다. “수고했다. 축하한다. 함께해 줘서 고맙다.”

졸업생들이 한마음야학 교가를 힘차게 따라 부르고 있다. 중구청 제공
졸업생들이 한마음야학 교가를 힘차게 따라 부르고 있다. 중구청 제공
한마음야학 졸업생이 떨리는 마음을 다잡으며 졸업 소감을 전하고 있다. 중구청 제공
한마음야학 졸업생이 떨리는 마음을 다잡으며 졸업 소감을 전하고 있다. 중구청 제공
지난 5일 열린 한마음야학 졸업식에서 졸업생들이 학사모를 던지며 기념 촬영하고 있다. 중구청 제공
지난 5일 열린 한마음야학 졸업식에서 졸업생들이 학사모를 던지며 기념 촬영하고 있다. 중구청 제공

정근우 수습기자 gnu@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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