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직개편 작업등과 맞물려
국무총리 소속 ‘처’ 급으로 격상
개편안 확정땐 세종行 논의 촉발
지역거점 기능 약화 우려 시선도

▲ 사진=챗GPT 제작

정부 조직개편 작업과 맞물려 정부대전청사가 또다시 기관 이전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전망이다. 정부 조직개편안엔 통계청과 특허청을 ‘처’로 승격하는 안이 담겨 있는데 이렇게 될 경우 세종 이전 논의가 촉발될 수 있어서다. 앞서 정부대전청사에 있던 중소기업청이 중소벤처기업부로 격상되면서 세종으로 이전한 전례가 있다. 현재는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지만 정부 조직개편안이 확정되면 기관 이전 논의도 자연스럽게 제기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부가 지난 7일 발표한 조직개편안에는 통계청과 특허청의 위상 변화가 담겼다. 통계청은 국가데이터처, 특허청은 지식재산처로 각각 바뀌어 국무총리 소속으로 격상된다. 두 기관은 데이터와 지식재산 정책을 통합적으로 다루는 컨트롤타워로 권한이 커진다.

다만 국무총리 산하 처 대부분이 정부세종청사에 입주해 있다는 점에서 기관 이전 논의가 자연스럽게 제기된다. 정부대전청사는 각 부 외청들이 모여 있어 행정적 무게감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1동에는 관세청·기상청·국가유산청·산림청이 있고 2동에는 병무청·국가기록원·감사원 대전사무소가 자리한다. 3동에는 병무청·조달청·통계청이 있으며 4동에는 특허청과 특허심판원이 있다. 이 가운데 통계청과 특허청은 규모와 기능에서 대전청사의 중심을 이뤄왔다. 두 기관이 이전하면 관세·병무·조달·산림 같은 전통적 외청 기능만 남는다. 대전청사의 위상이 축소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기관 이동은 지역 연구 생태계와의 연계에도 직결된다. 특허청은 대덕특구와 맞닿아 연구개발 성과를 산업재산권으로 이어주는 거점 역할을 해왔다. 통계청 역시 충청권 대학과 연구기관을 연결하며 데이터 기반 연구를 확장했다. 만약 두 기관이 빠져나가면 이런 네트워크가 약화된다. 국가 혁신정책 추진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이 문제는 기관 입지를 넘어 균형발전 정책의 일관성과도 맞닿아 있다. 정부는 개편 취지를 ‘국민주권과 균형성장’에 뒀다고 설명하지만 공공기관 2차 이전 같은 지역 분산 과제가 수년 째 멈춘 현실에서 대전청사마저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조직 개편이 지역 거점 기능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이어진다면 균형발전의 취지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비판이 뒤따르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두고 엇갈린 전망과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역 A 대학 행정학과 교수는 “공공기관 2차 이전은 논의만 반복될 뿐 실행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전청사의 핵심 기관이 옮겨간다면 균형발전은 말뿐인 구호로 남을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권선필 목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남아 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권 교수는 “총리 직속으로 격상되면 형식과 권한이 커진다. 이전 논의가 거론되더라도 오히려 균형발전 차원에서 대전에 잔류할 가능성도 충분하다”라고 말했다. 지역 연구기관 관계자 역시 “세종은 행정 효율성을 담당하고 대전은 혁신 기반을 연결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 두 거점이 기능을 나눠 조화를 이룰 때 국가 경쟁력이 높아진다”라고 강조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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