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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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성폭행을 막기 위해 가해 남성의 혀를 깨물었다가 오히려 중상해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던 최말자 씨(78)가 61년 만에 열린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5부(김현순 부장판사)는 지난 10일 오후 열린 재심 선고공판에서 "피고인의 행위는 정당방위로 인정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김 부장판사는 "중상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고, 피고인의 행위는 위법성이 없다"고 판시했다.

최말자 씨는 만 18세였던 1964년 5월 6일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노모(당시 21세) 씨의 혀를 깨물어 1.5cm가량 절단시켰다. 최씨는 "성폭행에 저항한 정당방위"라고 주장했지만, 당시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가해자 노씨는 강간미수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고, 특수주거침입·특수협박 혐의만 인정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최씨는 사건 발생 56년 만인 2020년 5월, 뒤늦게 재심을 청구했다. 그러나 부산지법과 부산고법은 당시 검사가 불법 구금을 하고 자백을 강요했다는 최씨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며 재심 청구를 기각했다.

이후 대법원은 3년 넘는 심리 끝에 최씨의 주장을 뒷받침할 정황이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당시 재심 대상 판결문과 신문 기사, 재소자 인명부, 형사 사건부, 집행원부 등 법원의 사실조사가 필요하다며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 이에 따라 부산고법은 2024년 2월, 최씨의 항고를 받아들여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지난 7월 23일 열린 재심 결심공판에서 부산지검은 무죄를 구형하며 “본 사건은 성폭력 피해자의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의 역할은 범죄 피해자를 범죄 사실은 물론, 사회적 편견과 2차 가해로부터도 보호하는 것”이라며 “과거 이 사건에서 검찰은 그 역할을 다하지 못했고,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갔다”고 말했다.

검찰은 최씨를 ‘피고인’이 아닌 ‘최말자님’으로 부르며, “성폭력 피해자로서 마땅히 보호받아야 했을 최말자님께 가늠할 수 없는 고통과 아픔을 드렸다”며 공개적으로 사죄했다.

61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최말자 씨는 선고 직후 눈물을 흘리며 지지자들로부터 꽃다발을 받았다. 긴 세월 동안 ‘가해자’로 낙인찍혀 살아온 피해자가, 마침내 억울한 누명을 벗고 정당방위로 인정받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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