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대선에서 “전세사기는 서민 주거 안정을 위협하는 반사회적 범죄”라며 “관련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예방 시스템 구축, 피해 회복 지원으로 전세 사기를 근절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리고 지난 22일 열린 대통령실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세사기를 제도적으로 막고, 전세자금 대출 제도에 허점이 없는지 등을 살펴보라”고 발신했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정부의 전세사기 예방을 위한 제도 개선 속도전은 볼만하다. 다만 예방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구제가 안 보인다는 지적이 따갑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주택임대차 보증금 보호 방안 마련 연구’ 용역을 발주하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을 용역기관으로 선정했다. 이례적으로 긴급 공고 형태로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기간을 3개월로 단축한 걸 보면 연내 제도 개선 방안이 나올 전망이다. 큰 틀에서 전세사기 방지와 피해자 보호,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방안이 나와 피해자들이 두 다리 뻗고 잘 수 있을지가 효능감을 가를 것이다.
연구의 본류는 현행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의 취약점을 솎아내고 새로운 장치를 장만하는 데 있다. 시장에서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이 전세사기 등에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과 더불어 집값의 90%인 전세가율의 적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HUG는 지난해 전세가율을 80%로 낮추는 방안을 국회에 보고했지만, 임차인 보호 대상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로 불발됐다.
새 제도로는 전세사기 보증보험이 우선 거론된다고 한다. 누구나 가입할 수 있도록 하고 보증가입 주체를 임차인에서 임대인으로 바꾸는 방안이다. 이와 함께 전세보증금을 제3의 기관에 예치하는 전세 에스크로(escrow) 제도도 검토된다. 그러나 임대수요가 감소할 가능성이 크고 예치 수수료 부담 전가, 전세의 월세화 가속 등 부작용을 계산에 넣지 않을 수 없다. 전세보증금 상한제 도입 여부도 관심사고 연구용역과 별개로 여권이 추진 중인 소액임차인 최우선변제권 판단 기준 시점 개선을 주시하는 눈도 많다.
피해자들은 정부의 직진이 성에 차지 않는다고 말한다. 직접적인 피해 구제가 아니라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방어책에 치우쳤다는 게 이유다. 채무 조정이나 탕감과 같은 제도가 필요하다거나 이미 피해를 본 사람들을 위해 국가가 먼저 보증금을 돌려주고 가해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식 등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덫에 걸려 빚을 떠안고 앞날이 막막한 피해자들이 수두룩한 게 사실이다.
전국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지난 7월 이 대통령에게 문제 해결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촉구하며 채권매입 방안 마련, 가해자 엄중 처벌, 협의체 구성, 전세사기 특별법 피해자 인정기준 완화 등을 간청했다. 이것이 피해자 시점이고 어디까지 수용할지는 판단의 영역이나 보호장치가 강화돼도 구제와 병행되지 않으면 화중지병인 건 분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