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노동안전 종합대책 발표
소규모 사업장 등 안전 사각지대 지원 강화
도급 계약 시 원청의 안전 예방 의무 부과
법 미준수 시 큰 손해보도록 제재수단 강구

이재명 대통령이 산업안전에 대한 기업의 사회적책임성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이를 뒷받침할 종합대책을 내놨다. 안전 사각지대에 대한 예방 지원을 강화하고 안전 주체로서 노사의 역할과 책무를 확립하는 한편 안전 예방을 촉진하기 위한 제재 수단을 도입하는 게 골자다.
김영훈 고용노동부장관은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산업재해 사망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만인율)을 현재 1만 명당 0.39명에서 203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0.29명으로 낮추는 게 목표다.
정부에 따르면 중대재해 사고사망자 수는 감소하고 있지만 획기적인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 기본 안전 수칙 준수로 예방 가능한 추락·끼임·부딪힘 등 재래형 사고(전체 사고사망자의 약 60%)가 여전하고 하청노동자, 고령자, 외국인,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사고가 집중되는 경향성이 뚜렷하다.
정부는 우선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안전일터 조성 지원을 확대한다. 산재를 예방하기 위해 내년 2조 723억 원을 투입해 소규모 사업장 등을 대상으로 재정·인력·기술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한다. 10인 미만 사업장(50억 미만 건설현장)의 추락·끼임·부딪힘 사고 예방을 위한 설비·품목 지원을 신설(내년 433억 원)하고 스마트 안전장비 지원도 확대(내년 370억 원)하는 한편 부처 간 협업 등을 통해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산업안전 분야에 도입·확산한다. 또 소규모사업장이 밀집한 지역산업단지 등에서 공동안전관리자를 채용토록 노·사 협·단체 등과 협업하고 자부담률을 낮춰 소규모 사업장의 안전관리자 선임 부담을 경감한다. 이와 함께 중상해재해(요양기간 90일 초과) 발생 사업장을 대상으로 선제적 컨설팅을 실시(내년 8000곳)하고 위험요인 개선을 위해 재정 지원과 연계한다.
사고 비중이 높은 노동자를 집중 지원한다. 최근 외국인 노동자, 특고종사자(퀵서비스 기사 등) 사고사망이 지속 증가하고 60세 이상 사망자가 전체의 40%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외국인(E-9, H-2) 사망사고 발생 시 사업주에 대한 외국인 고용제한 기간을 현행 1년에서 3년으로 강화하고 장기근속 등 역량 있는 외국인 노동자를 외국인 안전리더로 지정(내년 200명)해 안전교육·노하우를 전수한다. 배달종사자 유상운송보험 가입, 안전교육 의무화 등의 조치를 강화하는 한편 고령노동자에게 친화적인 작업환경 개선을 위한 비용을 지원(내년 30억 원)한다.
지방자치단체·민간과 함께 촘촘한 예방시스템도 구축한다. 2028년까지 점검·감독 사업장을 61만 곳으로 확대하고 특히 고용노동부는 감독 대상 사업장을 2028년 7만 곳으로 대폭 확대(올해 2만 4000곳)한다. 지자체도 3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2028년까지 3만 곳 점검·감독을 목표로 지역별 위험요인(지붕·벌목 등)에 맞는 예방 사업을 운영한다. 1억 원 미만 등 영세사업장(18만 곳)에 대해선 역량·경험이 있는 퇴직자 등을 안전지킴이로 채용·위촉(내년 1000명)해 상시 순찰하고 민간재해예방기관을 통해 33만 개 사업장을 집중 지도·관리한다.
정부는 또 도급 계약 시 적정비용, 충분한 공사기간 부여 등 원청의 예방 의무를 강화한다. 안전관리를 위한 적정한 비용을 보장할 수 있도록 발주자(공공·민간)에게 적정 공사비 산정의무를 부여하고 산업안전비용을 전가하는 부당특약에 대한 점검과 함께 과징금 부과수준도 상향(하도급법 과징금 고시 개정) 한다. 또 적정 공사기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민간공사 설계서에 공사기간 산정 기준을 포함하고(표준도급계약서 개정), 건설공사 기간 연장 사유에 폭염 등 기상재해를 추가(산업안전보건법)해 노동자 보호를 강화한다. 산재예방 주체로서 노동자 권리 보장에도 나선다.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사고 경위·원인 등을 담은 재해조사 보고서를 공개하고 500인 이상 사업장부터 안전보건공시제를 도입한다.
정부는 이와 함께 법을 지키지 않는 게 오히려 기업에 이익이 되는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안전 예방을 촉진하는 제재 수단을 도입한다. 우선 현재 안전·보건조치 위반 시 경제적 불이익은 소액 벌금 등 미미한 수준인데 앞으로 연간 3명 이상 사망사고 발생 시 법인에 대한 과징금(영업이익의 5% 이내, 하한액 30억 원)을 도입하고 부과된 과징금은 산재예방에 재투자되도록 한다. 건설사 영업정지 요청 요건에 현행 동시 2명 이상 사망에서 ‘연간 다수 사망’을 추가하고 사망자 수에 따라 영업정지 기간을 강화(현 2~5개월,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한다. 또 중대재해 반복 발생 시 공공입찰 참가를 제한토록 요건을 확대하고 제한 기간도 확대한다. 시설공사, 물품·용역 등 공공조달 낙찰자 결정 시 중대재해 발생 여부 등에 대한 평가도 강화한다. 이와 함께 대출금리·한도·보험료 등에 중대재해 리스크가 확대 반영될 수 있도록 금융권 신용평가 기준 등을 개선하고 상장사가 중대재해 발생 및 형사판결 시 지체없이 공시토록 의무화하는 등 중대재해 관련 사실이 투자 판단에 고려될 수 있도록 한다. 아울러 사고 조사·수사도 강화한다. 고용노동부장관이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판단한 경우 긴급 작업중지 명령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신설한다. 중대재해 발생기업을 신속히 수사해 송치·기소하고 양형위원회와 협의 하에 산업안전보건법 양형 기준을 상향하는 한편 중대재해처벌법 양형기준을 신설할 계획이다.
김 장관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존재의 이유이며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것은 노사 모두에게 이익”이라며 “산재예방의 주체로서 노사정이 함께 노력하는 한편 안전관리에 대해 공공기관이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이기준 기자 lkj@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