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현대오일뱅크·현대케미칼에 수직계열화·통합
기업가치 줄다리기로 연말에나…“속히 첫 구조조정 사례돼야”

사진= 충남 서산 대산석유화학단지 전경
사진= 충남 서산 대산석유화학단지 전경

<속보>=정부가 석유화학업계 구조조정을 ‘선 자구 노력, 후 정부 지원’ 원칙으로 제시하면서 정유사를 축으로 한 수직계열화 재편이 국내 3대 석유화학단지(대산·여수·울산)에서 본격화하고 있다. 업계는 정유-석화 간 이해관계가 복잡한 만큼 정부의 사전 조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본보 8월 25일자 8면 보도>

정부는 지난달 20일 국내 전체 NCC(나프타분해시설) 용량 1470만 톤 가운데 18~25%(270만~370만 톤)를 자율 감축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동시에 대산·여수·울산 3개 단지 동시 구조개편 추진, 충분한 자구 노력과 타당한 사업 재편 계획 마련, 정부의 종합 지원 패키지 제공이라는 3대 원칙을 제시했다. 이 배경에는 중국의 과잉 증설이 있다. 중국은 지난 10년간 에틸렌 설비를 3배 이상 확대해 한국 전체 생산능력의 약 2.6배 규모로 키웠고 이로 인해 국제 시장에 저가 물량이 쏟아지며 국내 범용 제품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업계 관계자는 “NCC 산출물(에틸렌·프로필렌·부타디엔·벤젠 등) 중 에틸렌 비중이 약 45%로 가장 크다”며 “정부 방향은 수익성이 악화된 범용 기초유분 비중을 줄이고 고부가 스페셜티(의료바이오소재 등)로 전환하라는 것이다. 이해관계 조정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국내 3대 단지에는 LG화학·롯데케미칼·SK지오센트릭·한화토탈에너지스·대한유화·한화솔루션·DL케미칼·GS칼텍스·HD현대케미칼·에쓰오일 등이 포진해 있다. 이 가운데 충남 서산 대산석유화학산업단지에서 1호 통합 사례가 나올지 주목된다. 대산에선 롯데케미칼(연 110만 톤)과 HD현대케미칼(연 85만 톤, 현대오일뱅크–롯데케미칼 합작회사)이 각각 NCC를 운영 중인데 HD현대케미칼로 단일 통합 운영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더 노후화된 롯데케미칼 설비를 셧다운하고 설비·권리를 HD현대케미칼로 이관하는 대신 모회사 HD현대오일뱅크가 현금 또는 현물로 추가 출자하는 시나리오다. 대산단지 관계자는 “HD현대케미칼은 2014년 현대오일뱅크(정유)와 롯데케미칼(석화)이 정유–석화 수직계열화를 노리고 공동 출자해 만든 합작사”라며 “정유사 옆에 NCC를 붙이면 나프타 원료비 절감과 안정 조달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현대오일뱅크:롯데케미칼 지분은 6대 4, 이번 통합 과정에서 5대 5로 조정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다만 설비 가치 평가를 둘러싼 줄다리기가 변수다. 업계에선 “매도자(롯데)는 높게, 매수자(현대 측)는 낮게 평가하려는 게 일반적”이라며 “지분 10% 조정과 현대오일뱅크의 유상증자(현금·현물) 조합이 거론된다”고 본다. 채권단은 “공동 실사와 가치 산정을 거쳐 연말까지 틀을 잡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대산산단은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으로 지정돼 향후 2년간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소상공인까지 금융·투자·고용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대전의 한 경영학 교수는 “구조조정의 핵심 해결책은 중복 NCC의 통합·감축으로 영업손실을 최소화하고 나프타를 저원가로 공급할 수 있는 정유사와의 수직계열화”라며 “대산에서 첫 성공 사례가 나오면 후속 지원에서도 유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은한 기자 padeuk@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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