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는 충남도와 함께 혁신도시 1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서 열외였다. 세종시 배후도시라는 이유에서다. 그것이 불이익이었음은 세종시 출범 이후 낙수효과는커녕 되레 인구 유출 등 역효과만 감내하는 데서 푸짐하게 확인됐다. 뒤늦게 2020년 혁신도시로 지정돼 수도권 공공기관이 이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지만, 여태껏 감감무소식이다. 무늬만 혁신도시에 희망 고문이 길어지다 보니 여론이 거칠어진 건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고 시가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대비해 입주시설 조성에 착수하는 등 선제 대응에 나선다는 소식이다. 지방 이전 공공기관 우선 입주시설로 검토 중인 대전역세권 복합 2-1구역 개발사업은 연내 착공하고 메가충청스퀘어 조성사업은 사업자를 선정하는, 한마디로 집부터 짓고 먹기 좋게 밥상을 차려 놓겠다는 문법이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온다고 했다. 이번에야말로 손부끄럽지 않게 장단을 맞춰줄지 떡 줄 사람의 의향이 실로 궁금하다.
대전역세권 복합 2-1구역과 메가충청스퀘어를 합쳐 약 6만㎡에 1500∼2000명의 입주가 가능하고 주변에 우수한 교통시설과 정주 여건을 갖추고 있어 이전 대상 기관들의 선호도가 높을 것으로 시는 내다보고 있다. 더불어 대덕구 연축지구에도 공공기관 이전 공간을 확보해 넓은 업무공간이 필수적인 대형 공공기관 이전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으리라는 분석이다. 입주 공간 조성에 7년이 걸린 1차 공공기관 이전 당시와는 레벨이 다르다.
기별이 없다고 해서 시가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공공기관 유치전략을 수립하고 39개 중점 유치 대상을 선정하는 등 정부의 정책 추진에 주파수를 맞춰왔다. 이전 의사가 있는 기관과는 잽싸게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씨줄과 날줄을 엮어 왔다. 그리고 최근 정부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통해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추진을 공식화하며 반전의 계제가 형성된 것이다. 미더운 계획이라면 말이다.
시는 우수한 입지 조건을 활용해 지역 경제 파급효과가 크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공공기관 유치 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대전에 우선적으로 이전 공공기관을 배치하는 방안을 정부와 정치권에 적극 요구할 방침이라고 한다. 찬밥, 더운밥을 가리겠다는 것이다. 정부 정책이 본격화하면 대전혁신도시 조성에 대한 시민 공감대를 형성하고 지역 정치권과 힘을 모으겠다고도 했다. 일련의 계획이 바람대로 이뤄질 수 있으면 좋겠다.
공공기관은 엉덩이가 무겁다. 국정운영 계획이라고 할지라도 100% 장담할 순 없다. 이를 믿고 입주시설을 올인하는 전략은 위험하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건 영리한 판단이나 신호를 간파하며 상하좌우를 살펴야 낭패를 면할 수 있다. 준비된 자를 실망시키지 않으려면 정부의 결단과 실행력이 중요하다. 국토균형발전이 달린 당면 과제를 너무 어물쩍거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