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보고서, 작년 말 기준 17.1% 0.7%p↑
2010년 이후 14년 만에 최고치 기록 경신
한계기업 진입 후 회복도 더 더뎌지는 양상

이자도 못 내는 한계 상황에 직면한 기업의 비중이 1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이달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외부감사 기업에서 한계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7.1%로 전년 대비 0.7%p 상승하면서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한계기업은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을 하회하는 기업을 말하는데 이는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수익으로 대출 이자조차 갚지 못한다는 의미다.
기업규모별로 보면 중소기업의 한계기업 비중은 2023년 17.4%에서 지난해 18%로 0.6%p 상승하는 흐름을 유지했고 대기업의 경우 2023년 전년 대비 소폭 하락한 12.5%서 지난해 13.7%로 1.2%p, 다시 상승 전환했다. 중소기업의 한계기업 비중이 대기업에 비해 여전히 크게 높은 수준이다.
한계 상태를 지속하는 기업의 비중도 높은 수준을 보이는데 지난해엔 더 상승했다. 한계기업들의 한계상태 지속기간을 보더라도 한계상태가 3년 이상인 기업의 비중이 2023년 36.5%에서 2024년 44.8%로 늘었다. 또 전년도 한계기업 중 당년도 정상상태로 회복되는 기업의 비중이 2023년 16.3%에서 2024년 12.8%로 하락하는 등 한계기업 진입 후 회복도 더욱 어려워지는 양상이다.
한계기업 중 부실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 한계기업의 비중도 상승했다. 기업수(2023년 5.5%→2024년 7%)와 신용공여(5.8%→8.5%) 기준에서 모두 2021년 이후의 하락세에서 지난해 상승 전환했다. 유형별로 보면 실적 부진 한계기업(수익 측면 고위험) 및 과다 차입 한계기업(재무구조 측면 고위험)의 비중이 모두 상승한 가운데 과다 차입 한계기업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한계기업 비중(기업수 기준)을 업종별로 보면 부동산(39.4%)과 숙박음식(28.8%)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지난해 기준 전년 대비 상승률로 보면 부동산(34.5%→39.4%, 5%p), 정보통신(17.3%→20.8%, 3.5%p), 석유화학(10.1%→11.1%, 1.1%p), 전기전자(14.2%→15.4%, 1.1%p), 건설업(10.7%→11.7%, 1.0%p) 등 대부분의 업종에서 비중이 상승했다. 특히 글로벌 공급 과잉 이슈 등이 부각되고 있는 석유화학과 전기전자 업종에서 신용공여액 기준 한계기업 비중이 크게 늘었다. 건설 및 부동산 업종의 경우 기업수 기준으로는 한계기업 비중이 상승했지만 이들 업종의 한계기업에 대한 신용공여액 규모는 감소했다. 지방 부동산경기 부진 지속 등으로 관련 여신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강화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비은행을 중심으로 PF 구조조정이 본격화된 데 따른 영향 등으로 비은행의 신용공여액이 크게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이기준 기자 lkj@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