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장바구니 물가에 한숨
소비쿠폰 실효성 놓고 갑론을박
대전·충남 행정통합 논의도 화제

▲ 사진=챗GPT제작

추석이 코앞이다. 올 추석 밥상머리는 음식보다 대화로 더 뜨겁다. 장바구니 물가가 오르고 전기·가스·난방비까지 덮치니 살림살이 나아진 게 없다는 푸념이 밥보다 먼저 나온다. 과일은 금값이 되고 기름값은 밥상머리 대화의 상석에 앉았다. 전통시장 상인들은 소비 위축에 한숨을 내쉬고 지역화폐나 소비쿠폰 정책의 실효성을 두고도 갑론을박이 이어진다.

청년 세대는 취업난과 월세 부담을 말하고 부모 세대는 “그래도 집 한 채는 있어야 한다”는 훈수를 놓는다. 세대 갈등이 자연스레 한 접시 곁들여진다. 정치 이야기는 언제나 반찬처럼 곁들여진다. 명절 인사 현수막은 거리를 뒤덮고 내년 지방선거는 이미 밥상 위에 올랐다. 공천 경쟁과 사법 개편, 여야 갈등은 숟가락보다 빨리 오가며 밥상머리는 작은 국회가 된다. 여기에 10월 정기국회의 하이라이트인 국정감사가 겹치면서 대화는 한층 뜨거워진다. 국책사업 추진부터 생활 밀착형 정책까지 도마에 올라 누가 책임지느냐를 두고 설전이 벌어진다.

지역 화제는 충청권 전체로 확장된다. 대전에서는 트램 2호선 착공 이후 장기간 공사로 인한 교통 불편과 사업 속도에 대한 우려가 화제가 된다. 대전역과 서대전역 개발 방식도 지역민 관심사로 꼽힌다. 세종에서는 행정수도 완성과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 2차 공공기관 이전 여부가 단골 주제다. ‘행정도시가 제 기능을 다하느냐’는 물음은 민심의 핵심 질문이다. 충남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 클러스터 조성과 내포신도시 관문인 서해선복선전철 내포역(가칭) 착공 등 산업·교통 인프라 확대가 관심을 끈다. 충북에서는 오송 바이오헬스산업의 미래와 청주공항 민간 활주로 개발이 빠지지 않는다.

여기에 대전·충남 행정통합 논의가 합세하면 밥상은 한층 뜨거워진다. 통합으로 힘을 키워야 한다는 쪽과 정치적 명분일 뿐이라는 쪽이 맞붙으며 명절 밥상이 곧 지역 발전 토론장이 된다. 의료 격차, 돌봄 서비스, 대학 위기, 인구 유출 등 생활 현안도 빠지지 않는다.

사회·문화적 이슈는 후식처럼 따라붙는다. 차례 간소화를 두고 세대가 맞붙고 역할 분담 문제로 잔소리와 항변이 이어진다. 최근 발생한 전산망 마비나 대형 화재는 ‘정부가 위기 대응을 제대로 하는 거냐’는 불신으로 연결된다. 반면 지역 축제 이야기는 비교적 가벼운 화제로 오르내린다. 대전0시축제, 대전효문화뿌리축제, 충남 보령머드축제 같은 행사들은 귀향객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화색을 더하지만 ‘예산 대비 효과는 있느냐’라는 뒷말도 따라붙는다. 결국 올해 추석 밥상머리는 다섯 가지 맛으로 끓는다. 생활경제의 쓰라린 맛, 정치 공방의 매운맛, 국정감사의 쓴소리, 충청권 현안의 씁쓸한 맛, 사회·문화 이슈의 달콤 쌉싸래한 맛이다. 음식은 다 비워지지만 민심은 여전히 끓어오른다. 정치권은 이 밥상머리 온도를 외면할 수 있을까.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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