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적이는 명절 풍경 뒤 숨은 쓸쓸함
가족있어도 형편어려워 만나지 못해

▲ 쪽방촌 거주자 이 모 씨와 집의 일부. 이주빈 기자.

“이번 추석도 혼자보냈지….”

최대 10일에 달했던 이번 추석 연휴. 대전역은 가족을 만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의 기대와 설렘으로 북적였다. 그러나 그로부터 도보 3분 거리, 역 오른편 골목을 따라 들어가면 분위기는 전혀 달라진다. 쪽방촌의 골목은 고요했고 긴 연휴만큼이나 쓸쓸했다. 그곳에서 만난 한 주민은 웃음을 보이면서 연휴가 긴 만큼 쓸쓸한 명절을 보낼 것 같다고 했지만 그 이면엔 씁쓸함이 묻어났다. 벌써 이 쪽방촌에서 40여년을 살아온 그는 세월이 흐른 만큼 이곳의 명절 풍경은 많이 변했지만 바뀌지 않은 것은 쓸쓸함이라고 푸념했다. 이 모 씨(82)는 “매번 그랬던 것처럼 이번 추석도 혼자보냈지. 자식이 있으면 뭐해 내가 이렇게 사는데 짐만 될까봐 못 갔지. 그렇다고 이 집에 나 하나 앉을 자리밖에 없는데 오라고도 못하고…, 보고싶어도 그냥저냥 참고 지내는거야”라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명절이면 주민들끼리 모여 나들이라도 갔는데 이제는 다들 나이도 먹고 몸도 성치 않으니 그런 일도 없어졌어”라며 아쉬움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쪽방상담소가 앞에 있어서 다행이야. 명절 끼니도 챙겨주고 심심하면 사람들하고 얘기도 할 수 있으니까 그래도 명절 같긴 하더라고”라며 잠시 미소를 지었다.

쪽방상담소 관계자는 “쪽방촌은 대부분 생계에 어려움이 있는 분들이 많아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는 분들이 많다. 그래서 매번 명절에 혼자서 보내는 거주자가 많아 쪽방촌 운영을 멈추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들은 명절 연휴 기간 인근 무료급식소와 협력해 주민과 노숙인들을 위한 식사 공백을 메웠다. 관계자는 “매번 명절이 그렇지만 올해엔 배이상 길었던 만큼 식사 공백을 메우기 위해 노력했다. 지원금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 도시락 업체에 최대한 사정해 부탁하기도 했다. 주변 무료급식소에 급식비 일부를 지원했지만 연휴 전부를 책임지진 못한 건 아쉽다”고 덧붙였다.

이주빈 기자 wg9552063@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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