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100%·중대형트럭 25%·가구 50% 등
“최종 협상 서두르기보다 공급망 다변화”

사진 = 트럼프 SNS
사진 = 트럼프 SNS

한미 간 관세 협상이 교착 상태에 놓인 가운데 미국의 품목관세가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충청지역의 핵심 산업들이 잇따라 정조준되면서 비상이 걸렸다.

최근 미국 현지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이달 1일부터 수입 의약품에 100% 관세 부과를 예고했으나 현재는 잠정 보류된 것으로 파악됐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제조공장을 보유하지 않은 제약사를 대상으로 브랜드 의약품(특허 만료 오리지널 의약품의 상표형 복제약)과 특허 의약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행정명령 서명 등 구체적 조치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외국계 제약사들과의 협상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화이자는 지난달 미국 내 신약 가격 인하와 함께 700억 달러(약 98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해 ‘3년 관세 유예’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전의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번 보류는 단순히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한 정치적 제스처가 아니다”라며 “제네릭(화학합성 저분자 복제약)의 원료와 완제품이 중국과 인도의 의존도가 높아 100% 관세를 매기면 미국 내 약가 폭등으로 자국 피해가 크다. 제외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다만 “바이오시밀러(생명공학 복제약)는 불투명하다. 관세가 현실화되면 오송·청주·대덕특구의 바이오시밀러 산업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충청권 바이오시밀러 비중은 25~30% 수준이다.

자동차 부품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일본·유럽보다 10% 높은 25% 관세가 유지 중인 데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일(현지시간) 내달 1일부터 중대형 트럭에 대해 25% 관세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해서다. 중형 트럭은 총중량 1만 4001~2만 6000파운드, 대형 트럭은 2만 6001파운드 이상 차량이 대상이다. 충남의 한 부품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대형 트럭을 국가 안보와 직결된 군수·비상물류 인프라로 규정한 것이 배경”이라며 “다행히 중대형 트럭 공장은 충청에 없지만 국내 부품의 절반가량이 충청에서 공급되고 있어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악재는 또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14일부터 외국에서 건조된 자동차 운반선에 대한 입항 수수료를 기존 예고보다 세 배 높이기로 했다. 순톤수 기준으로 톤당 46달러가 부과된다. 다만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동맹국인 한국의 경우 선박 1척당 연간 5회까지만 부과하도록 예외를 뒀다. 순톤수 1만 9322톤급(약 7000CEU) 자동차 운반선을 기준으로 하면 선박당 약 64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완성차 수출단가 상승은 곧 부품 납품단가 인하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밖에도 14일부터 수입 목재에 10%, 주방 캐비닛·욕실 세면대·실내 장식 가구 등에 25% 관세가 부과된다. 내년 1월 1일부터는 각각 30~50%로 인상될 예정이다. 대전의 한 경제학 교수는 “한미 간 관세 최종 협상이 마무리됐더라도 품목별 관세는 행정명령으로 추가될 수 있다”며 “대미 투자 등 최종 협상을 서두르기보다 공급망 다변화를 병행하는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은한 기자 padeuk@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