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챗GPT 제작

심리·환경 요인이 만든 착각 
실험으로 재현되지 않는 현상 
과학계 “존재 증거 없다”

귀신을 봤다는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전해진다. 여러 기록에서도 분명 등장하고 주변에서도 이해 못할 경험을 쉽게 토로한다. 그러나 과학은 이를 다른 방식으로 해석한다. 학자들은 심리와 환경, 그리고 과학적 방법론으로 귀신 체험을 설명한다.

영국 허트퍼드셔 대학의 리처드 와이즈먼(Richard Wiseman) 교수는 그의 저서 ‘Paranormality(미스터리 심리학)’에서 극심한 스트레스와 불안이 환각을 불러 귀신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어두운 곳에서 불확실한 정보를 뇌가 왜곡해 실제로 없는 형체를 만들어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임상 신경학자 스티븐 노벨라(Steven Novella) 박사는 사회적 영향에 주목한다. 누군가 귀신을 봤다고 주장하면 주변 사람들도 같은 체험을 했다고 믿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집단적 사고와 문화적 배경이 맞물린 결과라는 것이다.

물리적 요인도 거론된다. 미국 신경과학자 데이비드 호킨스(David R. Hawkins)는 뇌의 특정 영역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귀신 경험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20㎐ 이하의 저주파 소음은 인간의 귀에는 들리지 않지만 몸과 마음에 영향을 줘 불안이나 환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KAIST 뇌공학과 정재승 교수도 화학물질, 전자기파가 뇌의 기능을 교란해 환각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익숙한 패턴을 억지로 찾아내려는 뇌의 습성 때문에 없는 형체가 눈앞에 나타나는 듯한 착각이 생기고 기억의 왜곡 또한 귀신 경험을 더욱 극적으로 변형시킬 수 있다.

과학 이론은 반복 가능한 실험을 통해 검증된다. 과학 저술가이자 귀신에 대해 회의론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마이클 셔머(Michael Shermer)는 귀신의 존재를 입증하려는 실험이 실패하거나 재현되지 않는 것은 귀신이 존재하지 않음을 시사한다고 주장한다. 귀신을 경험한 사람들의 체험담을 수집·분석한 연구에서도 귀신의 존재를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심리학자 로버트 베이커(Robert A. Baker) 역시 귀신 경험은 환각, 기억의 오류, 환경적 요인으로 충분히 설명되며 초자연적 가정을 굳이 덧붙일 필요는 없다고 분석했다.

귀신의 존재를 증명하려는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정확히 귀신은 아니지만 영혼의 무게를 찾으려는 시도는 있었다. 미국의 의사 던컨 맥두걸(Duncan MacDougall)이 1907년 죽기 전 환자의 무게에서 죽은 직후 사망자의 무게를 계산했다. 이를 통해 영혼의 무게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온 결론은 영혼의 무게는 21g이었다. 맥두걸의 결과는 같은 해 4월 미국심령연구협회의 ‘아메리칸 메디슨’에 게재됐고 뉴욕타임스는 ‘영혼에 무게가 있다고 의사는 생각한다(Soul has Weight, Physician Thinks)’라는 주제의 기사를 냈다. 그러나 과학계는 21g을 영혼의 무게로 보지 않는다. 사망 직후 수분이나 공기가 빠져나간 것이라는 게 정설이다.

이처럼 과학자는 귀신과 같은 비물질적 존재를 다루려면 명확한 정의와 검증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많은 과학자가 비물질적 존재가 과학적 방법론으로 검증될 수 없기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결론짓고 있다. 합리적 회의론의 관점에서도 귀신을 실재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과학적 사고와 거리가 있다는 게 과학계의 일관된 입장이다.

정근우 수습기자 gnu@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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