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역·경기 12곳 ‘초강력 규제’…토허구역 확대
세종 문의 증가 등 규제 우회 감지…장기적 과열 우려

사진 = 더불어민주당
사진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정부가 6·27 대출 규제와 9·7 대출·공급 대책에 이어 출범 4개월 만에 세 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기존 조정대상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였던 강남 3구와 용산구에 더해 서울 전역과 강남권 인접 경기 일부 지역까지 광범위하게 규제지역으로 확대했다. ‘핀셋 지정’만으로는 거래 수요가 인접 지역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를 차단하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심지어 토지거래허가구역까지 동시에 지정하는 강도 높은 조치를 단행했다. 최근 경기 둔화 조짐에도 불구하고 환율 급등과 수도권 집값 상승세로 금리 인하 여력이 줄어든 점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LTV 40%·전세대출 금지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서울 전역과 경기도 과천·성남 등 경기도 12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 조정대상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해 주택 구입 시 실거주 의무를 부여하고 대출과 세제 등 강화된 규제를 적용하겠다”며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수도권 대부분을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으로 묶은 것도, 토허구역을 광범위하게 동시 지정한 것도 역대 처음이다. 이로써 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 4개 구는 물론 나머지 21개 구가 신규 지정됐다. 또 강남권 인근 과천, 광명, 성남(분당·수정·중원), 수원(영통·장안·팔달), 안양(동안), 용인(수지), 의왕, 하남 등 총 12개 지역이 추가됐다. 규제지역만 모두 37곳이다.

규제 효력은 16일부터 발동된다. 규제지역 내 무주택자가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경우 담보인정비율(LTV)이 기존 70%에서 40%로 제한된다. 단, 생애최초 구입자는 여전히 LTV 70%가 가능하나 6개월 내 전입 의무가 있다. 기존 주택에 대한 처분조건부 1주택자도 LTV 40%로 동일하며 앞서 예외 조건이었던 처분조건부 전세대출은 금지한다. 유주택자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주택 구입 목적의 주담대가 전면 금지되며 생활안정자금 등 일부 예외 대출도 사실상 차단된다. 전세대출 한도는 2억 원으로 제약받는다. 또 무주택이든 유주택이든 1억 원 이상의 신용대출이 있는 차주는 대출시행일로부터 1년간 규제지역 내 주택을 구입할 수 없다. 정비사업의 조합원 지위 양도가 불가능하고 3년간 아파트 분양권 전매도 금지된다.

◆토허구역 확대…갭투자 차단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은 토허구역으로도 묶인다. 기존 아파트 중심의 규제를 동일 단지 내 연립·다세대 주택 약 750개 단지까지 확대하고 20일부터 효력이 발동된다. 규제 기간은 내년 12월 31일까지다. 주택 매수 시 반드시 관할 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2년간 실거주 의무가 부과된다. 이를 어길 경우 이행강제금 부과나 허가 취소 등의 조치를 받을 수 있다. 세입자를 끼고 집을 사고파는 이른바 ‘갭투자’를 근본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또 비주택 담보대출의 LTV도 기존 70%에서 40%로 축소된다. 상가·오피스텔·업무시설 등 비주택 시장의 과도한 유동성 확대를 차단하려는 목적이다. 이와 동시에 정부는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주택 가격 구간별로 차등 조정했다. 15억~25억 원 구간은 4억 원, 25억 원 초과 주택은 2억 원 한도로 제한된다. 다만 이러한 강력 규제에 대해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는 부작용 가능성을 우려하며 정부에 건의 의사를 전달했다.

◆충청권, 규제 우회 수요 유입되나

강도 높은 수도권 규제가 발표되면서 충청권이 새로운 수요 이전 지역으로 떠오를지 귀추가 주목된다. 수도권 집값과 대출 규제의 부담을 피해 투자자나 실수요자 일부가 규제 밖 지역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커져서다. 그간 수도권 부동산과 달리 충청권을 비롯한 지역 부동산은 침체기에 빠졌다. 9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7월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격 지수는 수도권과 지방이 각각 152.0, 105.2를 기록했는데 이러한 가격 격차는 지난 2008년 8월 이래 17년 만에 최대치다.

미분양 문제도 심각하다. 지난 8월 기준 충청권 미분양은 전달 8386가구에서 9946가구로 18.6% 증가했다. 전국 6만 6613가구 중 14.9를 차지한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올 2분기 현장 공사 계약액은 7조 1000억 원으로 올 1분기 10조 원보다 29%나 줄어들어 지역 건설사가 위기를 겪고 있다. 대전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충청지역은 인구 유입이 정체된 가운데 지역마다 인프라 수준과 산업 집중도에는 차이가 있다. 특히 외곽이나 기반이 약한 지역은 규제 완화만으로 수요가 몰리기 어렵다"며 “투기성 자금이 움직이면 실수요와 일자리, 교통 접근성에 따라 지역별로 상승폭이 발생할 것이다. 특히 중심 도시를 중심으로 국지적인 상승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거래 활성화 넘어 과열 우려

정부가 이번 규제와 함께 보유세 등 부동산 세제 인상 검토 방침을 예고하면서 우려도 뒤따른다. 구 부총리는 “생산적 부문으로 자금 흐름 유도, 응능부담 원칙, 국민 수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부동산 세제 합리화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세제 개편의 구체적 방향·시기·순서 등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 과세형평 등을 감안해 종합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선 내년 지방선거 이후 보유세 조정 등 구체적인 과세 방향이 발표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전의 한 부동산학 교수는 “실거주 목적을 제외한 다주택자와 고가주택 보유자에 대한 세 부담이 커지면 수도권 중심의 투자 수요가 위축되고 비규제 지역으로 자금 이동이 빨라질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충청권 거래가 살아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 불균형과 가격 왜곡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장의 반응은 이미 시작됐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10월 첫째 주까지만 해도 세종(0.01%) 아파트값만 올랐을 뿐 대전·충북·충남은 각 –0.07%, –0.04%, –0.02%를 보였다. 세종의 한 중개업체는 “발표 직후 외지인 문의가 눈에 띄게 늘었다”며 “서울·경기 규제 회피에 따른 상대적 비규제 프리미엄, 행정수도 수요, 대전·오송 생활권 연결성에 더해 낙폭이 컸던 만큼 반등에 민감한 시장 특성이 겹치며 세종이 먼저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은한 기자 padeuk@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