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화만사성이라고 했다.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된다는 뜻이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는 봉급쟁이는 조직 생활의 안녕이야말로 집안의 화목 못지않게 삶의 질을 좌우하는 요소라고 할 것이다. 모두가 좋은 인간관계 속에서 슬기로운 직장생활을 영위하지 못하는 데서 부당한 문제는 불거진다. 여전히 아무렇지 않게 행해지는 직장 내 괴롭힘의 회로가 어지럽다. 방지법이 있으되 방어력이 약해서 피해자들을 몇 번이고 울린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위상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2024년 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도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직장인 1000명 중 288명이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하거나 목격했다고 응답했다. 직장 내 괴롭힘은 약자인 여성에게서 많이 발생했다.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여성이 20.3%로 남성(13.7%)보다 많았다. 직장 내 괴롭힘은 남성보단 여성이, 정규직보단 비정규직이, 고임금보단 저임금이 더 많이, 더 높은 수준으로 경험하는 악성을 실토한 바 있다.

괴롭힘 가해자로는 임원을 제외한 상사가 54.5%로 가장 많았고 동료에 의해 괴롭힘을 당한 응답자도 38.2%나 됐으며 소수이기는 하나 부하 직원을 가해자로 꼽은 응답자가 8% 있었다. 괴롭힘 유형은 폭언(52.1%), 따돌림·험담(45.1%), 강요(31.6%), 차별(26.4%) 순이다. 대처법으로는 동료와의 상담 비율이 45.5%로 가장 높았지만 무대응이 31.3%, 아예 퇴사한다고 응답한 비율도 17%나 됐다. 냉가슴을 앓거나 연을 끊어버리는 게 탈출구라니 뭔가 잘못됐다.

시행 6년이 지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은 ‘빛 좋은 개살구’ 취급이다. 실효성이 달려서다. 법 시행에 따른 변화를 묻는 문항에 37.8%는 ‘특별한 변화가 없다’고 했다. 30%는 정부 지원제도에 대해 ‘모두 모른다’고 했고 효과 판단에서도 33.8%는 ‘모두 효과 없음’이라고 정색했다. 괴롭힘 방지법의 무기력성은 속칭 ‘태움’으로 법 태동의 빌미를 제공한 간호계의 질긴 현실이 고발한다.

대한간호협회가 전국 의료기관 간호사 78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간호사 인권침해 실태조사’ 결과, 응답자의 50.8%가 최근 1년 내 인권침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피해 유형은 폭언(81.0%), 직장 내 괴롭힘·갑질(69.3%), 가해자는 선임 간호사(53.3%), 의사(52.8%), 환자 및 보호자(43.0%) 순이었다. 전자보다 포괄적인 조사라 단순 비교는 어려워도 행간 상 괴롭힘 방지법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음은 증명하고 남는다.

법 개정의 필요성을 따로 언급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근로감독관 수 부족 문제도 해결 과제다. 조직문화를 개선하고 개개인의 인식을 바꾸는 노력 또한 게을리해선 안 된다. 직장 내 괴롭힘은 없어져야 할 악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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