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두말할 것도 없이 압도적으로 도시의 상징이 되어버린 빵집이 있다. 성심당이다. 그렇게 되기까지 대략 70년이 흘렀다. 프랑스의 바게트, 이탈리아의 피자, 일본 나가사키의 카스테라처럼 나라나 도시를 떠올리게 하는 것은 있지만 이렇게 빵집이 도시를 대표하는 이미지를 만들어 낸 빵집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현상이다.
한 국가나, 도시를 대표하는 빵이나 음식이 되기까지는 아주 오랜 시간 역사, 문화, 지리적 배경이 축적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볼 때 성심당의 상징성은 가히 놀라운 일이라고 볼 수 있다. 한 해 1000만 명이 방문하는 성심당의 성공 요인을 두고 사람들은 나눔을 실천한 기업이거나, 지역을 벗어나지 않는 고집스러운 운영전략, 높은 품질에 비해 낮은 가격 등을 꼽는다. 여기에 더해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도시 이미지 제고를 위한 마케팅이 수반된 것도 한 요인이다.
도시를 방문했다가 빵을 사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빵을 사기 위해 도시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제2의 성심당이 되기 위한 제과·제빵 업체들이 늘어나면서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력도 커졌다. 방문자들이 늘면서 도시의 활력이 생겨났고, 일자리를 비롯한 다양한 경제적 파급효과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도시가 지나치게 빵이라는 이미지에 의존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도시 다양성 추구의 한계, 제과·제빵 업체들의 예상치 못한 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 이미지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시 이미지가 한쪽으로 집중되지 않고 다양하고 매력적인 도시 이미지가 구축되도록 장기적인 관점에서 도시의 잠재력과 성장을 위한 다각화를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오랜 역사와 문화, 풍부한 자연경관, 편리한 도시 인프라가 있는 도시에는 사람들이 몰린다. 하지만 이런 매력을 다 갖춘 도시는 흔치 않다. 우리가 느끼는 도시의 매력은 시대, 환경, 삶의 목적과 가치에 따라 달라진다. 마치 유행이 번지다가도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처럼 변화 없는 삶, 고정된 도시도 사람들의 관심에서 사라질 수 있다. 사람이든 도시든 매력을 잃지 않으려면 변화해야 한다.
도시 대전의 매력은 무엇일까? 어디에서 나올까? 한 세기의 전환점에서 세워진 신도시 공간에 모여든 사람들이다. 각자의 목적과 시기는 다르지만 삶을 위해 척박한 땅 한밭에 모여든 사람이다. 근대도시 대전의 상징성을 부여받은 철도와 이주민, 전쟁을 통해 몰려든 피난민, 산업화 시기의 공단 근로자, 연구단지 조성에 따른 과학자들까지 대전이 성장하는 단계마다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도시와 함께 자신의 매력을 드러내고 쌓아왔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중 하나가 대전을 오늘날 ‘빵의 도시’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낸 성심당인 것이다. 낯선 도시에서 낯선 이주민 사회에서 찐빵 하나로 나눔의 기업 정신을 꾸준하게 이어온 결과다. 자원 없는 나라, 최빈국의 대한민국이 그토록 빠르게 ‘한강의 기적’을 이룬 것은 한국인 특유의 근면 성실함이라고 칭찬하듯 대전의 사람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성심당 창업주처럼 자신만의 가치와 매력을 키우고 있다.
대전이 지속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도시가 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아직 드러나지 않은 사람들 다양성의 가치를 발견하고, 존중하고 지원하는 일이다. 빵처럼 현상으로 드러난 일에 숟가락을 얹어 주도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다른 도시가 모방하거나 따라할 수 없는 독보적인 자산으로 만들어 내도록 산업, 문화, 과학 등의 연계와 협력의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 실험적인 단계, 소수의 계층에서만 소비되는 도시 정체성과 연결된 잠재적 가치 있는 산업과 문화예술, 콘텐츠 분야를 발굴하고 성장하도록 마중물을 제공해야 한다.
대전에는 준비된 매력이 줄을 서고 있다. 마임이 그렇고, 철도영화제가 그렇다. 아티언스대전, 과학 축제와 같은 콘텐츠도 형식적인 축제에서 벗어난다면 매력적인 콘텐츠다. 도시 골목마다 조금씩 늘어나는 작은 책방들도 숨은 보석이다. 도시에 뿌리내리고 있는 다문화 공동체들도 역동성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이런 매력들이 빵을 잇는 이미지가 되도록 안목을 지방 정부가 알아채면 좋겠다.
도시의 역사가 일천하다고, 볼 것 없고, 재미없고, 보잘것없는 음식을 대표 음식이라고 비아냥거렸던 사람들이 대전의 거리와 골목을 채우고 야구에 미쳐 환호하는 것을 보니 더 많은 매력을 고민해 볼 때가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