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감소·소득격차 해소 위한 李정부 시범사업
재정자립 낮은 지자체 ‘안정적 재원 확보’ 과제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지로 충남 청양을 비롯한 7개 지자체가 최종 선정되면서 지역 간 소득불균형 인구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혁신 실험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일 2026~2027년 시범사업 대상지로 충남 청양, 경기 연천, 강원 정선, 전북 순창, 전남 신안, 경북 영양, 경남 남해 등 7개 군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선정된 지역주민들은 내년부터 2년간 매월 15만 원(연 180만 원)을 지역사랑상품권 형태로 지급받는다. 연령 제한은 없으며 30일 이상 해당 지역에 거주한 주민이라면 누구나 지원 대상이 된다. 주민등록상 주민이 아닌 외국인 근로자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이 사업은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농어촌 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이재명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한 정책으로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2000억 원을 편성했다. 전국 인구 감소지역 69개 군을 대상으로 공모를 진행한 결과 49개 군(71%)이 신청서를 제출했고 지역 소멸위험도, 추진계획의 실현 가능성, 기본소득과 연계한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 등에 대한 평가기준을 통해 시범 대상 지역이 선정됐다.
충남에서는 청양군을 비롯해 부여군, 서천군, 예산군이 참여 의사를 밝혔으나 공모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김태흠 충남지사를 비롯한 국민의힘 소속 광역단체장들이 보편적 복지는 포퓰리즘이며 지방부채를 가중시킨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시범사업이라면 전국 9개 도에 각 1개 군만 선정해 국비 100%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공모 방식에도 반발했다. 결국 충남도의 경우 사업비를 국비 40%, 지방비 60%(도·군 5:5 분담)로 조정하는 절충안으로 참여를 결정했다. 하지만 충남도의 재정자립도는 약 37%, 청양군은 10% 안팎에 불과해 안정적인 재원 확보 없이는 사업의 지속성과 실효성 모두가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대전의 한 행정학 교수는 “농어촌 기본소득은 인구 감소와 지역소멸을 완화할 수 있는 사회적 투자”라며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에 부재 분담이 과도하게 전가되면 제도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 정부의 장기 재원 계획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 농어촌계에서는 이번 사업을 반긴다. 농어촌은 기본사회이자 산업화와 경제 성장의 배후가 된 곳인 만큼 농어촌 재건을 통해 균형발전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충남 청양의 농민 박 모(55) 씨는 “도시로 젊은 사람들이 빠져나가면서 마을이 텅 비어 가는 게 큰 걱정”이라며 “기본소득이 지역에서 사람을 붙잡고 농민도 살아갈 힘을 갖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지역경제 활성화의 마중물로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역 내 마트를 운영하는 이 모(60) 씨는 “매일 적자라 문을 닫을까 고민할 때가 많다. 기본소득이 시작되면 그 돈이 지역 안에서 돌고 상권도 조금은 활기가 돌지 않겠느냐”며 “코로나 재난지원금이나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돌았을 때처럼 소비 효과가 상시적으로 이어질 것 같다”고 반겼다. 청양은 2017년 인구가 3만 2837명이었으나 지난해 2만 9658명까지 급감했다.
한편, 여야 소속 광역자치단체별 시범사업 신청률은 민주당 지역 92%, 국민의힘 지역 56%로 나타났다.
정은한 기자 padeuk@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