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20일 -24.7%, 일평균 수출마저 -10.3%
지역수출업계 “관세·정치불안 겹쳐 수출길 막혀”

이달 1∼20일 수출이 무려 24.7%나 급감하면서 지역 수출업계의 위기감이 가중되고 있다. 불안정한 미국 내 정국까지 악재가 더해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은 301억 5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5억 7000만 달러(7.8%) 감소했다. 다만 예년보다 긴 추석 연휴로 조업일수가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일평균 수출액은 28억 7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26억 2000만 달러)보다 9.7% 증가했다. 이달 조업일수는 10.5일로 지난해 12.5일보다 2일 적었다.
문제는 대미 수출이다. 같은 기간 42억 32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4.7%나 급감했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마저도 10.3% 감소했다. 대전의 한 무역학 A 교수는 “미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철강·자동차 등 한국의 주력 품목에 고율관세를 유지하면서 현지 가격 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졌다”며 “여기에 미국 내 정치 불안정이 겹쳐 재정지출 축소 등의 정책 기조 영향으로 수입업체들이 발주를 미루고 있다. 최근 시위 확대로 소비심리까지 위축되면서 미국 내 수입 수요가 전반적으로 줄어든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지역 수출업계는 미국발 불안 요인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철강 관세 50%를 부과받은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의 경우 전체 수출의 13%를 차지하는 대미 수출용 자동차용 고급 강판을 생산하고 있어 이를 중심으로 한 지역 철강업계 피해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유럽·일본보다 10%p 높은 25%의 자동차 관세를 받고 있는 현대차 아산공장을 중심으로 한 지역 부품업계 역시 장기적 피해가 불가피하다. 충남의 한 자동차부품업체 관계자는 “관세 부담이 너무 커 현지 발주가 계속 줄고 있다”며 “특히 엔진·변속기 부품은 단가 경쟁이 치열해 관세가 조금만 높아져도 거래가 끊기는 품목”이라며 “이번 경주 APEC 정상회의에서 한미 간 관세 인하나 완화 방안이 논의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호소했다.
주목할 점은 미국발 고율관세 품목이 더 확대될 가능성이다. 이달 1일부터 부과가 예고됐으나 현재 잠정 보류 중인 수입 의약품(관세율 100%)을 비롯해 내달 1일부터는 중·대형 트럭에 25% 관세가 부과된다. 또 이달 14일부터는 수입 목재에 10%, 주방 캐비닛·욕실 세면대·실내 장식 가구 등에 25% 관세가 이미 부과되고 있어 월말 대미 수출은 더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1월 1일부터는 각각 30~50%로 인상될 예정이다. A 교수는 “특히 브랜드 의약품과 특허 의약품에 100% 관세가 매겨질 경우 오송·청주·대덕특구의 바이오시밀러 산업 피해가 상당할 것”이라며 “문제는 일부 품목의 관세 인하가 합의되더라도 추가 확대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내 정치적 대치가 격화되면 계엄령 선포나 내전까지 현실화될 수 있어 지역 대미 수출업계의 경제활동이 일순간 마비될 수 있다.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정은한 기자 padeuk@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