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난치성 질환 치료 전략 개발의 새로운 단서 제시

▲ 신경퇴행성 질환 사이의 질환-질환 연계 분자 모델. 상이한 신경퇴행성 질환은 각 질환의 원인 단백질의 응집(Aggregation) 또는 자기 조립화(Self-assembly), 크로스 시딩(Cross-seeding), 아밀로이드 피브릴 형성(Amyloidogenesis)으로 연계됨. KBSI 제공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첨단바이오의약연구부 이영호 박사 연구팀은 KAIST 화학과 임미희 교수 연구팀, 건국대학교·영국 캠브리지대학교·일본 토호쿠대학교의 공동 연구진과 함께 서로 다른 질환들을 연결하는 광범위한 분자적 연관성을 체계적으로 규명했다고 22일 밝혔다.

연구진은 임상적으로 서로 다른 양상을 보이는 신경퇴행성 질환, 암, 감염병, 제2형 당뇨병이 단백질 오접힘(Protein Misfolding)과 응집(Aggregation), 만성 염증, 신호전달 경로 이상과 같은 공통된 분자적 과정을 가진다는 점에 주목했다.

단백질 오접힘은 단백질이 본래의 올바른 3차원 구조로 접히지 못하고 비정상적인 형태를 취하는 현상으로, 정상 기능을 잃거나 독성을 띤 응집체를 형성해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처럼 다양한 질환의 발병에 기여할 수 있다.

특히 단백질 오접힘과 응집을 통한 크로스 시딩(Cross-seeding) 현상으로 서로 다른 단백질 간의 상호작용이 가능함을 확인하고, 이로 인해 신경퇴행성 질환 내 질환-질환 간 연계성과 공병리(Co-pathology)가 발생함을 규명했다.

크로스 시딩은 한 종류 단백질 응집체가 다른 단백질의 오접힘과 응집을 촉진하는 현상으로, 이 메커니즘은 한 질환에서 일어나는 병리 과정이 다른 질환의 진행을 가속화할 수 있음을 설명한다.

예를 들어 알츠하이머병의 아밀로이드베타(Aβ)와 타우병증의 타우(Tau), 파킨슨병을 포함한 알파시누클레인병증의 알파시누클레인(αSN)은 서로 상이한 단백질이지만, 오접힘과 응집으로 상호작용해 공병리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아울러 코로나19의 원인 바이러스인 ‘SARS-CoV-2’의 스파이크 단백질이나 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HIV)의 SEVI 단백질이 신경퇴행성 질환을 유발하는 단백질 응집체의 일종인 아밀로이드 피브릴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헤르페스바이러스 1형(HSV-1) Type-1과 엡스테인바바이러스(EBV) 또한 Aβ 응집, 타우 과인산화, 신경염증 유발 등의 기전을 통해 신경퇴행성 질환 내에서 질환 간 연계성과 공병리 발생을 규명했다.

신경퇴행성 질환과 암 사이의 역상관 관계는 이미 역학적으로 보고되어 왔다.

이는 두 난치성 질환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분자 기전과 위험 요인이 존재하는 한편, 신호전달 경로가 상반된 방향으로 조절되는 특징을 보인다.

연구진은 p53 단백질과 타우 단백질의 응집 과정에서 단백질 간 상호작용이 일어나며, 아밀로이드 피브릴이 암세포에 미치는 독성 효과를 통해 단백질 오접힘과 응집이 암과 신경퇴행성 질환을 연결하는 핵심적인 분자 기전임을 밝혔다.

또 제2형 당뇨병에서 생성되는 오접힘 단백질 아밀린이 크로스 시딩을 통해 아밀로이드베타 응집과 알츠하이머병 병리를 가속화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총설은 서로 다른 질환들이 단백질 오접힘 등 공통된 분자 기전을 통해 연계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난치성 질환에 대해 개별적으로가 아닌 생체 시스템 전체의 상호작용 네트워크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새로운 연구 관점을 제시했다.

KBSI 이영호 박사는 “다학제적 융합 지식과 기존 연구결과 및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신경퇴행성 질환과 무관해 보이는 다양한 질환들 사이의 분자적 연계성을 규명하고 기전을 제시했다”면서 “이러한 통찰을 통해서 난치성 질환의 발병과 진행의 복잡성을 이해하기 위한 새로운 개념적 틀을 제공함과 동시에 여러 난치성 질환을 동시에 다룰 수 있는 치료제 개발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난치성 질환-질환 연계 모델. 단백질의 오접힘 현상, 아밀로이드 피브릴형성과 같은 단백질 응집, 그리고 크로스 시딩(Cross-seeding)은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과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을 연계함. 또 감염병, 암, 당뇨병은 단백질 오접힘, 응집, 염증, 신호전달 이상의 분자적 영향을 받아 신경퇴행성 질환과 연계가 됨. KBSI 제공
난치성 질환-질환 연계 모델. 단백질의 오접힘 현상, 아밀로이드 피브릴형성과 같은 단백질 응집, 그리고 크로스 시딩(Cross-seeding)은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과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을 연계함. 또 감염병, 암, 당뇨병은 단백질 오접힘, 응집, 염증, 신호전달 이상의 분자적 영향을 받아 신경퇴행성 질환과 연계가 됨. KBSI 제공

김형중 기자 kimhj@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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