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생태관 스마트 기술로 진화
생명 키워온 여정 영상으로 담아
가래울마을엔 로즈파크 만들어
중첩규제 속에도 공존의 길 모색

바람은 호수의 결을 따라 잔잔히 흘렀다. 물 위로 떨어진 햇살은 파문마다 은빛을 남겼고 멀리 청남대 쪽으로는 낮은 산맥은 구름과 맞닿아 있었다. 깊고 느린 물의 표정이 도시의 소음과 분리된 채 오롯이 제 시간에 머물러 있는 곳, 그 중심에 대청호가 있다.
22일 대청호를 찾았다. 대청호를 향한 길 위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공간은 대청호자연생태관이다. 물과 숲이 만나는 지점에 자리한 이곳은 대청호의 숨결을 가장 가까이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생태관 실내는 어둠 속에 빛이 서린 공간이다. 벽면을 따라 투사된 영상은 대청호의 탄생을 보여준다. 물을 가두고, 전기를 만들고, 생명을 키워온 여정을 손끝으로 따라가다 보면 자연과 인간의 관계가 한 장의 지도처럼 펼쳐진다. 관람객이 손을 대면 장면이 바뀌는 미디어아트 영상은 물결을 건드리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지난해 완료된 스마트화 사업 이후 생태관은 디지털 실감형 공간으로 거듭났다. 사업비 11억 원이 투입돼 2층에는 대청호의 사계를 담은 디지털실감영상관, 3층에는 직접 생태를 탐색하고 그릴 수 있는 미디어생태관이 새로 들어섰다. 그 결과 지난달까지 방문객은 6만여 명을 넘어 지난해(4만여 명)보다 57% 증가했다. 대청호의 변화는 이미 체감되고 있다. 밖으로 나오면 풍경은 완전히 달라진다. 생태관을 등지고 바라본 대청호는 길게 이어진 수면 위로 하얀 부표가 줄지어 있고 그 너머에 청남대가 있다.
대청호 가래울마을 일원에서는 또 하나의 변화를 준비 중이다. 대청호 로즈파크로 불리는 장미공원 조성사업이 그것이다. 2030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이 사업은 20만㎡ 부지에 장미로드, 테마정원, 경관조명, 생태주차장을 포함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지난해 시범사업과 전시회를 통해 지역민의 큰 호응을 얻었다. 완공 후에는 생태관과 연계된 관광벨트가 조성돼 대청호는 로즈힐링 관광권역으로 확장될 예정이다.
그런데 이 같은 변화의 흐름에서도 대청호의 이면엔 여전히 ‘중첩된 규제’라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1980년 수도법에 따라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1990년에는 환경정책기본법상 특별대책지역, 2002년에는 금강수계법상 수변구역이 추가되며 3중 규제가 겹쳤다. 총면적만 140㎢가 넘는 지역이 입지 불허 구역으로 묶이며 주민들은 수십 년째 음식점 하나 짓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대청호 상류의 무동·추동 일원은 낚시, 양식, 숙박, 영업행위 대부분이 금지돼 사실상 정지된 생활권이 됐다.
대전 동구는 2022년부터 중앙부처에 규제완화를 건의하며 5개 지자체가 참여하는 대청호유역공동발전협의회를 중심으로 공동 대응에 나섰다. 그 결과 지난해 8월 환경정비구역 내 음식점 면적을 100㎡에서 150㎡로 확대하는 규제 완화가 반영됐고 올해는 팔당호 사례를 참고한 제도 개선안을 환경부에 공식 건의한 상태다.
박희조 청장은 “대청호는 동구 면적의 절반을 차지하는 소중한 자원으로 환경 보전과 지역 발전이 조화를 이루는 지속가능한 공간으로 만들어가고자 한다. 생태관을 중심으로 장미공원 조성, 규제 개선 등 대청호 일원 활성화를 차질 없이 추진해 구민이 체감하는 변화와 지역경제 활력으로 이어가겠다”라고 말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